[영화제]
[영화제] 새로운 영상 언어의 창조자를 만나다
2015-06-10
글 : 김보연 (객원기자)
웰스 탄생 100주년 기념 ‘오슨 웰스 특별전’, 6월11일부터 24일까지
<시민 케인>

6월11일(목)부터 24일(수)까지 부산 영화의 전당에서 ‘오슨 웰스 특별전’을 진행한다. 1915년에 태어나 1985년에 세상을 떠난 오슨 웰스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열리는 행사로서 이번 특별전에서는 기념비적 데뷔작인 <시민 케인>(1941)과 <악의 손길>(1958), <심판>(1962) 등 대표작, 그리고 사실상 마지막 장편 연출작인 <거짓과 진실>까지 모두 12편의 영화를 만날 수 있다.

오슨 웰스는 영화사에서 가장 유명한 감독 중 한명이지만 역설적으로 가장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했던 감독이다. 데뷔와 동시에 ‘천재’라는 수식어를 들었지만 정작 그 천재성을 마음껏 펼칠 기회를 누리지 못했던 것이다. <시민 케인>은 평단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지만 안타깝게도 상업적으로는 성공을 거두지 못했고, 제작사인 RKO는 감독에 대한 본격적인 간섭을 가하기 시작했다. 두 번째 작품인 <위대한 앰버슨가>(1942)를 제작할 때 제작사가 오슨 웰스를 배제한 채 최종 편집과 엔딩 연출을 진행했다는 건 당시 웰스의 처지를 단적으로 설명해준다. 웰스는 그 뒤로도 계속 영화를 만들고 100편이 넘는 영화에 배우로 출연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나갔지만 언제나 척박한 환경에서 영화를 만들어야 했다. 이번 상영작들의 제작국이 미국뿐 아니라 프랑스, 이탈리아, 서독 등 여러 나라에 걸쳐 있는 것이나, 제작비를 충당하느라 오랜 기간에 걸쳐 영화를 찍다 보니 여러 명의 촬영감독을 번갈아 고용해야 했던 것(<오셀로>가 특히 유명하다) 역시 웰스가 처한 상황을 짐작게 하는 씁쓸한 지표이다.

하지만 오슨 웰스는 그 가운데서도 더욱 맹렬한 태도로 자신의 인장을 작품에 새겨넣었다. 끊임없는 새로운 시도와 함께 영상 언어의 실험가이자 픽션과 논픽션을 오가는 자신만만한 이야기꾼으로서의 면모를 아낌없이 드러낸 것이다. 이를테면 웰스는 <시민 케인>에서 선보인 ‘딥포커스’를 발전시켜 <위대한 앰버슨가>의 우아한 무도회 장면, <이방인>(1946)의 기괴한 시계탑 장면 등 강렬한 인상의 미장센을 남겼으며, <상하이에서 온 여인>(1948)의 거울 장면, <악의 손길>의 롱테이크 오프닝 등 남들이 시도하지 않았던 발상을 과감히 구체화하기도 했다. 즉, 웰스는 어떤 이야기를 전달할 때 그에 가장 걸맞은 자신만의 영상 언어를 창조하려 했다.

또한 웰스는 이야기 면에서도 모든 작품에 걸쳐 현실과 비현실 사이의 긴장이라는 테마를 심도 깊게 파고들었다. 그런 맥락에서 웰스의 작품 중 비교적 덜 알려진 <불멸의 이야기>(1968)는 픽션이 현실에 미치는 영향을 소재로 다루며 영화가 갖는 이야기 매체로서의 특성을 생각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더 중요하게 논의해야 할 작품이다. 그리고 프란츠 카프카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심판>은 오슨 웰스가 ‘현실’이란 무대를 벗어났을 때 자신의 연출적 상상력을 얼마나 먼 곳까지 확장시킬 수 있는지 보여주는 놀라운 작품이다. ‘이야기꾼 오슨 웰스’를 말할 때는 <거짓과 진실>(1974)도 빼놓을 수 없다. 웰스의 실험정신을 가장 뚜렷하게 느낄 수 있는 이 작품은 영화 전체가 ‘거짓말’로 이루어진, 오직 웰스만이 만들 수 있는 독특한 극영화이자 다큐멘터리이다.

이번 ‘오슨 웰스 특별전’은 천재라는 이름으로 박제된 고전기 할리우드의 감독 중 한명이 아니라 현대영화의 새로운 흐름을 앞장서서 이끌어간 오슨 웰스의 특별함을 새삼 느끼게 해준다. 또한 영화사에서 가장 유명한 데뷔작인 <시민 케인> 이후 오슨 웰스의 영화 세계가 30여년간 어떻게 확장해갔는지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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