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DP 촬영 시스템은 결국 촬영팀과 조명팀, 그립팀이 현장에서 어떻게 상호 업무 분담을 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아무리 선진화된 시스템이라고는 하지만 하루아침에 모든 촬영장을 DP 촬영 시스템으로 바꾸기는 불가능할 것이다. DP 촬영 시스템 내에서 파트별 주요 인력이 하는 일을 정리해봤다.
촬영팀
디피 / DP, Director of Photography
‘촬영감독’이라고 번역할 수 있다. 다른 영어 표현인 ‘시네마토그래퍼’보다는 다소 축소된 역할을 지칭한다고 여기는 영화인들도 있다. 어쨌든 할리우드에서 주로 쓰는 단어이며 촬영과 조명, 그립 등 현장에서 화면에 잡히는 모든 것을 관할하는 인물. 할리우드에서는 보통 카메라를 잡지 않고 여러 대의 모니터 앞에 앉아 화면 전체를 보며 지시를 내린다.
오퍼레이터 / Camera Operator
‘카메라맨’이라고도 부른다. 꼭 영화뿐만 아니라 영상 전반에 걸친 기술자로서의 의미가 강하다. 즉 카메라의 위치와 앵글을 잡아주는 역할이다. 할리우드에서는 촬영감독이 직접 카메라를 잡지 않으며, 오퍼레이터가 카메라를 담당한다. 국내에서는 <국가대표>와 <미스터 고>를 촬영한 박현철 촬영감독이 오퍼레이터를 따로 두는 방식으로 운용한다.
포커스 풀러 / Focus Puller
촬영팀의 제1조수로서, 영화의 포커스와 노출을 담당하는 중요한 역할이다. OK컷에서 포커스가 맞지 않는 불상사가 생기면 다시 돌이킬 수 없기에 보통 경력보다는 실력이 좋은 사람을 우선시 여기기도 한다. 때로는 규모가 큰 상업영화에서는 포커스 풀러가 B캠 촬영기사를 병행하는 경우도 있다. 이는 탄력적으로 운용 가능하다.
조명팀
개퍼 / Gaffer
‘조명감독’이다. 한국과 할리우드의 차이가 있다면 한국은 촬영감독과 함께 조명감독이 현장에서 별도의 결정권을 지닌다. 직접 조명팀을 꾸리는 감독의 경우에는 촬영팀 내에 개퍼를 둔다. 물론, 별도의 조명팀이 있어도 프리 프로덕션 단계에서부터 촬영감독과 콘티를 보며 회의를 통해 톤을 결정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조명팀은 6~7명으로 구성된다.
그립팀
키그립 / Key Grip
크레인, 돌리, 지미집 같은 그립 특수 장비를 운용하는 별도의 팀의 퍼스트. 거의 공병대나 마찬가지의 일을 한다. 보통 팀은 2명으로 구성되며 <해무>의 홍경표 촬영감독의 경우는 5명 전담으로 그립팀을 운영한다. 보통 키그립이 현장 업무를 총괄, 돌리를 맡고 그외 인원이 크레인, 모비 등의 장비를 맡는다. 그립은 필요한 상황에 따라서 직접 만들어 쓰기도 한다. 따라서 전문 목수 수준의 기술력이 요구된다. 홍경표 촬영감독 그립팀의 경우, 현장에서 카메라도 올라가고 배우도 올라가고 미술팀도 쓰느라 책임 소재가 불분명한 부감대 등의 설치는 그립팀이 전담한다. 그런 위험해서 안전성을 요구하는 작업을 그립팀이 전담한다.
데이터 매니저 / Data Manager
현장에서 촬영팀이 촬영한 소스 파일을 백업해서 분류하고 관리하는 사람. 아직 전문 인력은 없다. 현장 편집기사가 아르바이트 개념으로 일을 맡기도 한다. 촬영 파일은 무압축 원본이라 용량이 어마어마한데 이 무거운 파일로는 바로 편집을 못하니까 다운 컨버팅을 한다. 촬영 당일 찍은 영상을 미리 작업해놓으면 바로 편집실에 보낼 수도 있다. 할리우드에서는 촬영 도중 현장에서 바로 1차 색보정을 하기도 하는데 이때 데이터 매니저의 역량이 대단히 중요하다. 이럴 경우에는 데이터 매니저를 색보정하는 팀에서 관리해주면 좋다. CG가 많은 경우, 현장에 나온 VFX팀이 영화 파일 자체를 데이터 매니저처럼 관리하면 그들 방식대로 파일을 관리할 수 있어 효율성이 올라간다. 또한 데이터 매니저는 파일 관리만 하는 게 아니라 후반작업 슈퍼바이저 개념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데이터 매니저가 팀별로 어떤 파일 형식을 원하는지, 서로 공유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복사본을 어떻게 만들지 등의 여러 가지 복잡한 경우의 수를 총괄해야 한다. 처음 촬영부터 디지털 워크플로를 잘 짜면 퀄리티도 당연히 좋아질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