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세계인이 즐기는 블록버스터 만들겠다”
2015-11-10
글 : 김성훈
사진 : 이동훈 (객원기자)
중국 알리바바픽처스 장창 대표

풍문을 통해 짐작만 하고 있었다. 풍문이라면 올해 봄부터 여름까지 중국의 알리바바픽처스가 서울과 베이징을 수차례 오가며 한국 영화인들을 적극적으로 만나고 있다는 사실과, 짐작이라면 조만간 또 다른 한•중 합작 프로젝트가 나올 거라는 예상이었다. 알리바바픽처스는 중국 3대 IT 업체인 ‘BAT’(바이두(Baidu)의 앞 글자인 B, 알리바바(Alibaba)의 앞 글자인 A, 인터넷 기업 텐센트(Tencent)의 앞 글자인 T를 합친 용어로, 세 회사가 중국 IT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는 뜻으로 주로 쓰인다.-편집자) 중 중간의 A에 해당하는 알리바바 그룹의 자회사다. 마윈 회장이 이끄는 알리바바 그룹은 지난해 홍콩의 차이나비전 미디어를 인수해 영화 투자제작사 알리바바픽처스를 설립하고 영화산업에 뛰어들었다. 바이두, 텐센트, 아이치이 같은 경쟁 회사에 비하면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사업 행보는 여느 회사 못지않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있다. 창립작으로 할리우드 프랜차이즈 영화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2015)에 투자했고, 첫 중국영화 투자작으로 왕가위 감독의 신작 <파도인>을 선택했다. 알리바바픽처스가 한•중 합작영화를 제작할 것이란 짐작은 생각보다 빨리 현실이 되었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기간에 배우 김수현의 신작 <리얼>에 투자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지난 10월4일 부산 해운대에 위치한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알리바바픽처스 장창 대표를 단독으로 만나 알리바바픽처스의 영화사업에 대한 이야기를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

-알리바바픽처스가 영화사업에 뛰어든 이유가 무엇인가.

=잘 알다시피 중국 영화시장이 날이 갈수록 성장하고 있다. 지금이 아시아 영화시장, 나아가 세계 영화시장에 뛰어들기에 적기라고 생각했다.

-이미 영화사업을 시작한 바이두나 텐센트에 비해 알리바바 그룹이 영화산업에 뛰어든 건 다소 늦은 감이 있다. 차이나필름그룹, 화이브러더스 같은 전통의 강자와 아이치이, 바이두, 텐센트 같은 신흥 세력 사이에서 경쟁력 있는 라인업을 확보하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전세계인이 즐길 수 있는 블록버스터를 만드는 게 우리의 목표다. 할리우드 수준을 따라가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 하지만 아시아의 재능 있는 인재들과 함께 좋은 영화를 만든다면 그 격차를 줄일 수 있다. 알리바바 그룹 초창기 시절, 마윈 회장은 사업이 잘 풀리지 않아 포기하려고 했다. 그때 우연히 본 한편의 영화가 그의 마음을 다잡게 했는데, 그게 바로 <포레스트 검프>(1944)였다. 마 회장은 “포레스트 검프는 단순하지만 신념이 있고, 자신이 하는 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포레스트 검프>가 없었더라면 지금의 알리바바는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실제로 마윈 회장은 여러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포레스트 검프와 중국 무협소설 작가 김용, 두 인물을 자신의 영웅으로 꼽은 바 있다. 알리바바가 운영하는 인터넷 전자상거래 업체인 타오바오에서는 직원 모두 무협소설 등장인물의 이름을 하나씩 선택해 직장 안에서 예명으로 사용한다. 마윈 회장의 예명은 김용 작가의 무협소설 <소오강호>에 나오는 펑칭양(風淸揚)으로 알려져 있다. 펑칭양은 주인공 링후충(令狐沖)에게 무술을 전수하는 스승이다.-편집자). 어쨌거나 마윈 회장의 뜻을 받들어 알리바바픽처스는 <포레스트 검트>처럼 전세계인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작품을 만들려고 한다.

-창립작이 올여름에 개봉했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미션 임파서블 : 로그네이션>이었다. 메인 투자자로 참여해 중국 극장 배급과 온라인 프로모션 사업을 전담했다. 창립작으로 중국영화가 아닌 할리우드영화를 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

=처음부터 글로벌화가 목표였기 때문에 기술적으로 숙련된 할리우드팀과 영화산업호흡을 맞춰 빨리 성장하는 전략을 세웠다. 그것이 중국영화가 장기적으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힘이라고 생각했다.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을 통해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환경의 가능성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한국도 그렇겠지만 중국에서 모바일 예매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티켓 구매율이 60%에 달한다. 이건 과거에 비해 어마어마한 변화다.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은 알리바바픽처스에 어떤 경험이었나.

=글로벌 프로젝트를 투자, 배급한 건 앞으로 전세계인들이 공감할 만한 블록버스터를 만드는 데 많은 공부가 되었다.

-한국과의 합작에 대한 질문을 하자면, 지난 10월3일 <리얼>(제작 리얼문화산업전문 유한회사(REAL S.P.C), 감독 이정섭, 출연 김수현)에 투자하고, 중국 배급을 맡기로 발표했다. 한•중 합작의 첫 작품으로서 <리얼>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현재 한국 영화산업이 매우 독창적이고, 그게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여러 나라에 강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로 중국에서 큰 인기를 모으고 있는 배우 김수현에 대한 신뢰도 한몫했다.

-사실 올해 초부터 한국을 여러 차례 방문해 한국 영화인들을 만난 것으로 알고 있다. 감독, 배우, 기술 스탭의 이동이 빈번했던 과거와 달리 요즘 한•중 합작은 회사와 회사, 자본과 자본이 결합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한국과의 합작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나.

=알리바바픽처스에 한국 시장은 중요하다. 중국의 자본, 한국의 배우와 기술이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만 있다면 중국뿐만 아니라 아시아 시장, 나아가 전세계 시장에 통할 만한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최근 한국과 중국의 합작 사례를 지켜보면 눈에 띌 만한 사례가 없었던 게 사실이다. 가령 한국의 로맨틱 코미디 콘텐츠가 중국 현지화에 실패하는 경우도 많이 봤다. 우리가 한국과 합작을 하는 이유는 아시아에 통할 만한 콘텐츠를 내놓기 위해서다. 그게 우리의 글로벌 비전이다.

-부산국제영화제 기간 동안 누굴 만났는지 궁금하다.

=자세하게 알려줄 순 없지만…(웃음) CJ엔터테인먼트쪽 관계자들을 만났다. 함께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얘기를 나누고 있다.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 다음 할리우드영화 투자 계획은 어떻게 되나.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파라마운트픽처스, 이십세기 폭스 등 메이저 스튜디오들을 만나고 있다. 그들의 많은 라인업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알리바바픽처스의 첫 번째 중국영화는 왕가위 감독의 신작으로 알고 있다.

=그렇다. 왕가위 감독의 신작 <파도인>(The Ferryman, 출연 양조위)으로 현재 한창 촬영 중이다. 또 라이트 체이서 스튜디오가 제작하는 애니메이션 <리틀 도어 갓>(Little Door Gods)에도 투자하기로 했다. ‘중국의 픽사’라 불리기도 하는 라이트 체이서 스튜디오는 중국 최대 온라인 동영상 사이트 투더우(Todou)를 설립한 게리 왕이 만든 애니메이션 제작 회사다. <리틀 도어 갓>은 당나라 시대를 배경으로, 중국 전통문화 중 하나인 문 신(神)을 소재로 한 애니메이션이다. 2016년 1월1일 극장 개봉한다.

-개인적인 질문을 하자면, 알리바바픽처스 초대 대표가 되기 전에 주로 어떤 작품들을 제작했나.

=베이징전영학원 출신이다. 최근 차이나필름그룹에서 <우리가 잃어버릴 청춘>(2013), <아메리칸드림 인 차이나>(2013), <소시대> 시리즈, <울프 토템>(2015) 등 많은 영화를 투자, 제작해왔다. 그간 해왔던 전통적인 배급 시스템과 인터넷이라는 뉴미디어 배급 시스템을 결합해 새로운 영화산업 생태계를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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