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중국, 세계에서 가장 큰 영화시장이 된다
2015-11-10
글 : 김성훈
사진 : 이동현 (객원기자)
10월6일 부산 센텀시티 벡스코에서 열린 아시아필름마켓 중국제작자포럼
팡리

팡리

로렐필름스 대표. <로스트 인 베이징>(2007), <관음산>(2010), <2차 노출>(2012), <기약없는 만남>(2014), <만물생장>(2015) 제작. “극작가이자 해양기술 전문가이자 문학가다. 지난 15년 동안 영화계에서 일했다. 하루에 4시간만 자고 나머지 시간은 일만 한다. 하루의 2 / 3는 나 자신을, 나머지 1 / 3은 지구를 위해 산다.”

두양

두양

베이징 스카이휠 엔터테인먼트 대표. <소피의 연애매뉴얼>(2009), <대무생>(2011), <폴리스 스토리 2013>(2013), <동탁적니>(2014), <브레이크업 버디즈>(2014) 제작. “어릴 때부터 극장에서 살 정도로 영화를 좋아했다. 주로 예술독립영화를 제작해오다가 최근 상업영화를 만들기 시작했다.”

지아오아이민

지아오아이민

마뉴먼털필름스 프로듀서. <두라라 승진기>(2010), <친밀적인>(2011), <장애정진행도저>(2011), <주자 희자 비자>(2013), <유일개지방지유아문지도>(2015) 프로듀서. “원래 광고업계에서 일하다가 우연한 기회에 영화일을 하게 됐다. 영화가 천직인 것 같다.”

유영호

유영호

화책유니언픽쳐스 대표. 1996년 삼성영상사업단 시절 중국, 홍콩, 대만과의 합작 경험이 있다. 2005년 청어람과 함께 중국 배급사 선샤인픽쳐스를 설립해 <괴물> <식객> 등 한국영화를 배급했다. CJ 차이나 시절, <이별계약>(2013), <20세여 다시 한번>(2014), <평안도>(2014)를 제작했다.

아시아필름마켓 중국제작자포럼이 10월6일 벡스코에서 열렸다.

기세등등하다. 10월26일자 <한겨레> 보도에 인용된 베이징 <신경보>(新京報)에 따르면, 지난 10월1일부터 일주일 동안 이어진 중국의 국경절 연휴가 중국 영화 흥행수입의 역사를 새로 썼다. 국경절 연휴 동안 중국 전체 영화 흥행수입이 18억5천만위안(약 3300억원, 중국국가신문출판방송총국 영화자금 판공실 통계 집계)을 돌파해 국경절 사상 최고를 기록한 것이다. 지난 10월6일 부산 센텀시티 벡스코에서 열린 아시아필름마켓 중국제작자포럼에서 중국 제작자들이 중국 영화산업의 현재를 설명하는 데 거대하다, 빠르다, 엄청나다 같은 단어가 동원된 것도 그래서다. 지난해 흥행수입이 296억3900만위안(약 5조3400억원)이었는데 올해는 400억위안을 넘어설 것이라고 하니 2017년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큰 영화시장이 될 것이라는 기세는 멈추지 않을 듯하다. 중국 박스오피스 상위 순위를 기록한 경험이 있는 제작자 4명은 포럼 내내 자신감이 넘쳤다. 팡리 로렐필름스 대표, 두양 베이징 스카이휠 엔터테인먼트 대표, 지아오아이민 마뉴먼털필름스 프로듀서, 유영호 화책유니언픽쳐스 대표가 그들이다. 베이징 전매대학 범소청 교수의 진행으로 열린 중국제작자포럼을 전한다.

-범소청_중국 박스오피스에서 흥행성공을 거둔 비결이 무엇인가.

=팡리_흥행을 목표로 영화를 만들진 않는다. 제작자에게 가장 중요한 건 관객이다. 관객을 감동시키면 흥행은 저절로 따라온다.

두양_현재 중국 극장가에는 젊은 친구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그들이 원하는 이야기가 무엇인지 알아차리는 게 중요한데 우리 회사는 젊은 관객층의 트렌드를 잘 알고 있다. 왜냐하면 직원들의 연령대가 젊기 때문이다. 직원의 상당수가 1980, 90년대생이다. 그들이 곧 관객이자 시장이다. 또 영화뿐만 아니라 신문의 경제면과 사회면 그리고 정치면을 즐겨 읽는다. <소피의 연애매뉴얼>을 기획•개발하던 2006년, 세계 경제가 위기였다. 많은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까닭에 역으로 밝은 청춘영화를 제작하면 먹힐 거라고 판단했다. 그 판단은 적중했다.

지아오아이민_역시 돈을 벌기 위한 목적만으로 영화를 만들진 않는다. 소비자의 취향과 수요를 잘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페이스북, 구글, 애플 같은 회사들이 미래의 수요를 잘 창출해내지 않는가.

유영호_주로 합작을 진행해온 관점에서 말하자면 한국 영화인들이 중국에서 영화를 찍을 때 중국을 잘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 중국의 문화에 깊숙이 들어가 이야기를 개발하라는 얘기가 아니다. 보편적인 희로애락을 기초로 현지 문화에 맞게 만들어야 한다.

-범소청_현재 중국 영화산업이 어느 단계에 접어들었는지에 대해 설명을 부탁한다.

=지아오아이민_관객수가 늘어나면서 산업이 안정적인 단계가 됐다. 흥행작이 많이 나오는 걸 보면 중국영화에 대한 관객의 만족도도 높아졌다. 특히 실사와 결합한 애니메이션 <몬스터 헌트>가 매우 중국적인 영화라는 점에서 중국 영화산업이 자신의 정체성을 갖추어가고 있는 것 같다.

팡리_지난해부터 중국영화의 완성도가 좋아지는 걸 지켜보면서 가능성을 발견했다. 마케팅이나 스타에 의존하지 않고 웰메이드한 영화를 만드는 법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는 것 같다. 또 SNS와 인터넷을 통한 입소문 속도가 빨라졌다.

두양_제작편수가 많아지면서 관객의 영화 보는 수준도 덩달아 높아졌다. 그들이 좋은 영화를 골라본다는 건 제작자에게도 큰 힘이 된다.

-범소청_산업이 성장하면서 상업영화와 예술영화의 배급은 각각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하나.

=두양_중국의 많은 관객이 상업영화나 할리우드영화만 좋아하는 건 아니다. 스타가 나오지 않더라도 작품이 훌륭하다면 관객은 언제든지 움직인다. 덕분에 중국 전역에 예술영화관도 많이 생겼고, 멀티플렉스 안에 예술영화 상영관도 늘었다.

팡리_상업영화와 예술영화를 굳이 구분할 필요가 있을까. 앞에서도 얘기했듯이 관객을 위해 열심히 좋은 영화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 동료 제작자들과 이런 얘기들을 많이 하는데, 중국은 역사가 오래됐고, 그만큼 이야깃거리가 풍부하니 우리만 할 수 있는 기획을 해야 한다. 할리우드와 유럽을 따라할 필요가 없다. 할리우드와 경쟁할 필요도 없다. 조금만 더 있으면 중국이 세계에서 가장 큰 영화시장이 된다. 물론 할리우드의 우수한 기술, 경험, 인재는 받아들일 필요가 있지만 말이다. 어쨌거나 상업영화라고 해서 예술을 추구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가장 좋은 상업영화가 곧 예술이고, 관객의 가슴을 울리는 예술이 가장 상업적이다.

유영호_한국영화의 고전을 리메이크한 <만추>(2010)가 중국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이끌어낸 것을 보더라도 잘 알 수 있다. 한국에서도 <집으로…>(2002) 같은 작은 규모의 영화가 흥행수익을 올린 적 있다. 지금은 상업영화가 많지만, 앞으로 5년 뒤에는 산업적인 성과를 거두는 중국 예술영화가 많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한다.

-범소청_웰메이드한 작가영화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건 무엇인가.

=팡리_파트너가 중요하다. 하고 싶어 하는 이야기가 무엇인가, 작가로서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가 뭔지 생각하는 게 우선이다. 스토리는 작가의 것이지만, 관객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이야기여야 한다. 또 자신을 위해 일하는 사람을 믿지 않는다. 주변에 있는 수백명을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을 선호하는 편이다.

-범소청_합작영화를 만들 때 중요한 건 무엇인가.

=유영호_한국과 중국은 거리가 가깝지만 문화와 언어가 다르다. 그래서 한국 영화인들이 중국에 가서 작업할 때 중국 시장을 존중해야 한다.

두양_<소피의 연애매뉴얼>을 제작했을 때 합작 파트너였던 CJ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다. 그들은 매우 프로페셔널하다. 한국과 합작할 때 중국 영화인들이 갖춰야 할 태도는 크게 두 가지다. 상대의 말과 재능 그리고 기술을 존중해야 한다. 물론 그들 역시 중국 영화인을 존중해야 한다. 또 자신의 능력을 상대방을 위해 100% 발휘해야 한다. 그러면 좋은 합작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범소청_두양 대표님은 여성 제작자다. 중국에서 여성 제작자로서 일을 하는 건 어떤 의미가 있나.

=두양_그동안 제작했던 영화들을 살펴보면 크게 두 부류다. 하나는 여성영화이고 또 하나는 아주 남성적인 영화. 남자를 매우 좋아해서 그들의 우정, 형제애, 분투를 그린 이야기를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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