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중국 대중이 열광한 그 영화
2015-11-10
글 : 이화정
글 : 송경원
2015 중국영화제 추천 상영작 10편

중국영화의 현재를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 ‘2015 중국영화제’가 10월30일부터 11월1일까지 CGV여의도에서 열린다. 최근 들어 자국 내 중국영화의 대중적 호응이 높았던 만큼 주목할 만한 작품들이 대거 등장했다. 중국영화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불식시킬 만큼 기술적 진일보와 장르의 다양성으로 무장한 10편의 상영작을 소개한다.

<몬스터 헌트>

<몬스터 헌트> 捉妖記

감독 라맨 허 / 출연 바이바이허, 정백연, 증지위, 오군여, 탕웨이 / 2015년

할리우드의 기술력을 갖추되 중국적 색채를 잃지 않은 작품은 어떤 형태가 될까. 실사와 애니메이션을 결합한 판타지 대작 <몬스터 헌트>의 등장은 중국 상업영화의 정체성에 관한 고민에 대한 일종의 답변과 같은 작품이다. 중국에서 올해 8월 개봉한 <몬스터 헌트>는 역대 흥행순위 1위로 중국 흥행사를 새로 썼다. 특히 자국 작품의 흥행 석권은 최초라는 점에서 중국영화의 위상이 달라지는 지각 변동을 알리는 작품이다. 애초 제작자 빌 콩이 목표로 삼은 건 중국의 <해리 포터>나 <반지의 제왕> 같은 작품이었다. 바로 자국의 문화적 코드를 가진 블록버스터 판타지물의 제작이다. 중국 전설 속 몬스터의 마지막 후손인 ‘우바’를 지켜내려는 다분히 ‘중국적’인 내용에 드림웍스에서 애니메이터 출신으로 <슈렉>의 제작에 참여한 라맨 허 감독이 갈고 닦은 기술력을 접목시켰다. 외형적으로는 할리우드 판타지물과 <드래곤 길들이기> 같은 애니메이션의 분위기가 다분하다면, 순박한 청년과 그를 좌지우지하는 진취적인 여성 캐릭터 등은 중국 무협영화에서 익히 보아온 익숙함을 담고 있다. 특히 실사와 애니메이션의 결합이 주는 자연스런 구현은 현재 중국영화의 특수효과 기술력을 가늠할 수 있는 지점이다. 바이바이허, 정백연 등 중국의 새로운 스타 배우들과 홍콩의 증지위, 오군여 등 중견 배우들이 대거 참여했다는 점에서 캐스팅 신뢰도 역시 흥행요소로 작용했다. 판타지 블록버스터 <서유기: 모험의 시작>(감독 주성치, 2013)이나 <몽키킹: 손오공의 탄생>(감독 소이 청, 2014)이 중국 내 흥행 기록과 달리 해외에서의 보편적 공감을 얻는 데 부진했다면, 우바 캐릭터의 깜찍함을 활용한 <몬스터 헌트>는 보다 보편적 접점을 가질 것이란 예상에서 고무적인 작품이다.

<몽키킹: 영웅의 귀환>

<몽키킹: 영웅의 귀환> 西游記之大聖歸來

감독 전효붕 / 목소리 출연 임자걸, 오문륜, 동자영 / 2015년

중국 애니메이션은 잠자는 사자였다. 자국 문화를 육성하기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속에서 발전한 중국 애니메이션은 일찍이 <피리 부는 목동>(1963) 같은 걸작을 선보였다. 다만 높은 수준과 예술적 성취에 비해 산업적, 대중적으로는 미흡한 부분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최근 중국 애니메이션들은 이같은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새롭게 도약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몽키킹: 영웅의 귀환>은 현재 중국 애니메이션의 정점에서 탄생한 작품이다. 중국 애니메이션 전통을 기반으로 북미 애니메이션의 기술과 화법을 받아들여 대중적인 재미를 추구한 것이다. 새삼 <서유기>를 다시 꺼내든 건 현명한 선택으로 보인다. 중국 판타지의 대표작이자 모두가 아는 이야기를 ‘어떻게’ 다루는가에 따라 전혀 새로운 재미를 선사할 수 있음을 증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행산에 봉인된 손오공과 동자승 장뢰의 만남과 모험을 다룬 <몽키킹: 영웅의 귀환>은 2757만 관객을 동원하며 역대 중국 애니메이션 사상 최고 흥행기록을 세웠다. 우선 눈에 띄는 건 독특한 영상이다. 수채 질감을 살린 풀 랜더링의 3D영상은 전통과 최신 기술의 접점에서 독특한 작화를 완성해냈다. 기술적인 완성도뿐 아니라 연출도 안정감 있고 액션 신의 짜임새와 스케일이 여느 북미 대형 스튜디오에 뒤지지 않는다. 중국적인 것에서 전세계 관객에게도 통할 보편타당한 재미를 이끌어낸 성공작이다.

<꺼져버려! 종양군>

<꺼져버려! 종양군> 滾蛋吧! 腫瘤君

감독 한연 / 출연 바이바이허, 오언조, 이원, 장자훤 / 2015년

평범한 일러스트레이터 슁둔(바이바이허)은 천성이 밝은 여자다. 직장에서 해고당하고 남자친구에게 차여도 크게 좌절하지 않는다. 심지어 29살 생일날 림프암 선고를 받는 순간에도 병마 앞에 절망하는 대신 암세포와 싸우며 마지막 남은 인생을 즐기기로 결심한다. 자신의 투병기를 만화로 그려 SNS에 연재하며 큰 인기를 누리다 팬들의 곁을 떠난 중국의 만화가 고(故) 슁둔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꺼져버려! 종양군>은 제목처럼 유쾌하고 기발하고 밝은 영화다. 만화를 원작으로 한 만큼 특유의 만화적 상상력을 살린 장면들이 수차례 등장하는데, 미국 드라마 <워킹데드>를 패러디해 종양 퇴치를 상상하거나, 무림고수처럼 장풍을 날리며 ‘꺼져버려! 종양군’을 외치는 식이다. 특히 <별에서 온 그대> 같은 한국 드라마를 패러디한 장면은 색다르게 다가올 것이다. 장면의 적절함은 물론이거니와 그 유머감각이 자못 사랑스럽다. 슁둔의 상상이란 틀을 빌려 B급 장르 연출도 종종 보여주는데 그 연결이 어색하거나 억지스럽지 않아 자연스럽게 관객의 흥미를 이끈다. 슁둔 역의 바이바이허의 안정된 연기를 바탕으로 로맨틱 코미디, 휴먼 드라마, 액션 등 여러 장르를 과감하고 다채롭게 뒤섞은 종합선물세트 같은 영화다. 다양한 장르영화로 눈높이가 올라간 중국영화의 현재를 확인할 수 있다.

<울프 토템>

<울프 토템> Wolf Totem

감독 장 자크 아노 / 출연 풍소봉, 두효 / 2015년

준비 기간만 7년에 5년의 촬영 기간이 소요됐다. 4천만달러(약 440억원)에 달하는 제작비는 중국영화 역대 최대 제작비 10위 안에 드는 엄청난 수치다. 중국과 프랑스 합작으로 프랑스 감독 장 자크 아노가 연출을 맡고, 제임스 호너가 웅장한 음악을 연출했다. 장룽의 베스트셀러 <낭도등>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중국 문화혁명 시기, 농촌 주민교육을 목적으로 파견된 베이징의 젊은 청년의 눈을 통해 자연을 파괴하려는 자와 지키려는 자의 대치를 그린다. 중앙정부의 개입이 불러온 대자연 파괴의 실상이 적나라하게 그려지는데, 한밤중 대규모 늑대 떼들의 습격 장면, 전투에 희생된 영양 떼가 피를 흘린 채 그대로 얼어붙은 스펙터클한 장면은 특수효과의 기술력을 보여주는 명장면이다. <울프 토템>은 1778만 관객을 기록하며 시장성이 전무하다고 여겼던 중국 예술영화의 흥행성을 입증해냈다. 중국 정부와 관련한 다소 민감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지만, ‘검열은 전혀 없었다’는 장 자크 아노 감독의 말도 화제가 됐다(비록 장 자크 아노 감독에게 국한된 예외일 수도 있지만). 하지만 대규모 자본이 들어간 대작을 자국 감독이 아닌 해외 감독과 스탭들에게 일임함으로써 자국 내 시선이 곱지 않았던 작품이다. 이같은 갈등은 아카데미영화제 외국어영화 부문 후보작 선정에까지 이어져 자국 스탭 구성이 아닌 부분이 논란이 되었고, 결국 후보에서 탈락했다. <울프 토템>은 합작 형태의 영화가 끊임없이 이어지는 가운데, 중국영화로서의 정체성에 대한 시사점을 남긴 작품이다.

<파풍>

<파풍> 破风

감독 임초현 / 출연 펑위옌, 두효, 왕락단, 최시원 / 2014년

익스트림 스포츠인 사이클 소재의 차용은 그만큼 프로덕션의 자신감을 담보하는 시도다. 홍콩영화 <파풍>은 사이클에 인생을 건 젊은이들을 통해서 도전과 사랑을 그린다. 팀의 에이스인 정지원(시원)의 파풍수(주전 선수 앞에서 공기의 저항을 막아주는 선수) 역할을 하는 왕초우밍(펑위옌)과 치우티엔(두효)은 모든 스포트라이트가 정지원에게만 가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기며 결국 팀은 분열된다. 우정이 전부였던 이들에게 사랑과 성공의 문제가 개입하는 순간 <파풍>의 갈등은 극대화된다. 무엇보다 드라마와 유기적으로 연결된 사이클 스피드 액션의 연출이 주는 쾌감이 크다. 타이완 가오슝, 홍콩 센트럴, 이탈리아 루이노, 탕그리 사막, 상하이 와이탄, 한국 부산 등을 배경으로 한 경기 장면은 캐릭터간의 갈등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스펙터클함을 충분히 살려낸다. 일정한 스피드를 연출하기 위해서 로케이션 지역을 통제해야 하는 프로덕션 과정으로 볼 때 만만치 않은 시도였고, 상하이 와이탄 같은 도심 촬영은 특히 불가능에의 도전이자 성과였다. 그 과정에서 배우들의 부상 역시 적지 않았다고. 사실적인 사이클 장면을 연출하는 데는 사이클 업체 메리다사의 후원도 뒤따랐다. 범죄 스릴러 영화 <마경>(2014)을 연출한 임초현 감독의 작품으로, 한중 합작 개봉 작품 중 역대 1위를 차지한 <이별계약>(감독 오기환, 2013)의 주연 펑위옌과 <적도>(2015), <드래곤 블레이드>(2015)로 중화권 최고 한류배우로 각광받는 최시원, 장이머우 감독의 <산사나무 아래>(2010)로 발탁된 후 스타덤에 오른 두효 등 청춘 스타들의 캐스팅으로 젊은 관객에게 어필한 작품이다. 내년 아카데미영화제 외국어영화상 부문 후보작.

<백일염화>

<백일염화> 白日焰火

감독 디아오 이난 / 출연 리아오판, 왕학병, 계륜미 / 2015년

사실적이고 건조하다. 이 두 가지 명제를 끝까지 제대로 구현하는 영화는 의외로 그리 많지 않다. ‘대낮의 불꽃’이라는 제목 그대로 <백일염화>는 햇볕 속 불꽃마냥 무력하게 흩어지는 삶을 그린다. 1999년 토막 연쇄살인범을 쫓던 형사 장즈리(리아오판)는 총기사고로 일을 그만두고 술에 찌든 생활을 이어나간다. 5년 후 비슷한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모든 사건이 우즈전(계륜미)이라는 여인과 관련되어 있다는 걸 알게 된 장즈리는 그녀를 조사한다. 영화는 일상 누아르라고 명명해도 좋을 만큼 관련 인물들의 일상 하나, 동작 하나를 서늘하게 관찰한다. 스릴러 특유의 긴장감이나 극적 전개 대신 차가운 세상에 던져진 인물들의 심리묘사에 집중하는 것이다. 무대가 된 하얼빈의 시린 겨울은 그들을 둘러싼 세계의 무게를 직접 반영한다. ‘제대로 살고 싶어’ 주변을 배신하는 우즈전이나 ‘삶에 패배하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는 장즈리 모두 삭막한 현실 앞에 무력한, 작고 왜소한 사람들일 뿐이다. 빼어난 영상미와 무게 있는 연출만큼 의미심장하게 다가오는 건 빈부격차로 인한 중국 사회의 갖은 병폐를 사실적으로 반영한 설정들이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중국 내에서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고 흥행에도 성공했다. 검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팽배한 중국영화계의 또 다른 일면을 보여주는 사례다. 제64회 베를린국제영화제 황금곰상과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중국영화의 예술성을 드높인 것보다 어쩌면 더 의미 있는 결과인지도 모르겠다.

<일보지요: 상하이 살인사건>

<일보지요: 상하이 살인사건> 一步之遙

감독 장원 / 출연 장원, 서기, 갈우, 공리, 주운 / 2014년

1920년대 상하이를 뒤흔들었던 옌루이성 살인사건을 바탕으로 각색한 장원 감독의 블랙코미디다. 1920년 상하이 미인대회인 화국대선에서 1위를 차지한 왕롄잉(서기)이 살해된다. 옌루이성(장원)은 그녀와 함께 있었다는 이유로 범인으로 지목되고, 그를 죽이려는 자와 그의 결백을 믿는 자 등 여러 관계가 얽히며 상하이 쇼 비즈니스 세계의 어두운 일면이 드러난다. 상하이 외국인 상사 직원이었던 옌루이성이 노름빚을 갚기 위해 미인대회 출신의 미녀를 살해하고 금품을 빼앗은 이 사건은 이후 영화로도 제작될 만큼 큰 스캔들이었다고 한다. <일보지요…>는 장원 감독의 전작 <양자탄비>(2010)와 유사한 스타일로 코미디적인 구성과 사회비판적인 요소가 함께 녹아들어 있다. 사상 최대의 세트비를 투입한 만큼 화면과 규모는 전작보다 한층 화려해졌다. <시카고>나 <물랑루즈>를 연상시키는 공연 장면을 비롯해 여러 할리우드영화에서 차용해온 듯한 장면들이 뒤섞여 있는데, 하나로 통일되지 않는 자유분방한 톤이야말로 이 영화의 스타일인 셈이다. 왁자지껄한 소동극 속에 한치 앞을 예측하기 어려운 전개는 관객의 이목을 끝까지 붙들어두는 힘이 있다. 괴이하고 낭만적이고 몽환적인 가운데 철저하게 화려한 영화다.

<디어리스트>

<디어리스트> 亲爱的

감독 진가신 / 출연 조미, 황보, 통다웨이, 학뢰 / 2014년

알리바바픽처스가 투자, 배급 사업에 본격적 시동을 걸면서 주목한 건 실력 있는 감독과 배우였다. 진가신 감독은 왕가위, 주성치 감독과 더불어 알리바바픽처스가 전격 영입한 감독이다. <디어리스트>의 연출을 진가신이 맡고, 마윈 회장과 절친이자 2대 주주로 알려진 조미에게 주연 역이 돌아간 것도 우연은 아니지 싶다. 작품으로 볼 때 <디어리스트>는 진가신 감독의 새로운 전환을 알리는 작품이다. <첨밀밀>(1996) 이후 진가신 감독은 뮤지컬 드라마 <퍼햅스 러브>(2005)와 액션 사극 <명장>(2007), <무협>(2011) 등과 같은 대작에 줄곧 매진해왔다. 스케일은 커졌지만 드라마적 만족도가 기대에 못 미친 데 반해 <디어리스트>는 연출, 각본, 연기가 고루 합을 맞춰 오랜만에 진가신표 드라마를 보는 즐거움을 주는 작품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으로 한 아이의 유괴를 둘러싸고 아이를 잃어버린 피해자와 가해자 모두의 고통과 상처를 통해, 현재 중국 사회의 법적 모순까지 짚어낸다. 특히 유괴된 아이인 줄 모르고 정성껏 키워온 리홍친의 절박한 심경을 대변한 조미의 연기가 주는 울림이 크다. 진가신 감독은 최근 알리바바픽처스가 제작하는 테니스 선수 리나의 전기영화 <리나, 나의 인생>의 연출에 착수했다.

<틈입자>

<틈입자> 闯入者

감독 왕샤오솨이 / 출연 풍원정, 려중, 왕학단 / 2014년

중국 6세대 감독을 대표하는 왕샤오솨이 감독에게 문화대혁명은 첸카이거의 <패왕별희>(1993)나 장이머우의 <인생>(1994)에서처럼 과거의 ‘사건’으로 규정되지 않는다. 70대 미망인 덩(려중)은 어느 날부터 끊임없이 걸려오는 괴전화에 시달리는데, 그녀는 그 전화가 지금은 고인이 된 지인으로부터 온 전화라고 추측한다. 유령으로부터 걸려오는 전화가 지속된다는 생각에 그녀의 현재는 피폐해진다. <틈입자>의 배경은 베이징올림픽이 개최된 후 자본주의가 자리잡은 베이징이다. 하지만 얼핏 노인의 고독과 소외, 현대 가족의 갈등처럼 보이는 현재의 문제는, 급격한 발전의 속도만 쫓아오느라 간과했던 과거를 떼놓고 말할 수 없다. <상하이 드림>(2005), <열한송이 꽃>(2011)을 통해 문화대혁명을 조명해온 왕샤오솨이 감독은 40여년 전의 문화혁명의 상흔이 풀리지 않은 채 여전히 도심을 좀먹고 있다고 인식한다. 낯선 전화의 반복적 울림, 유령의 존재를 뒷받침하는 환영을 통한 미스터리, 스릴러적 구성이 주는 긴장감, 덩이 피해자가 아니라 가해자라는 점 등 장르영화로서 흥미로운 지점이 많은 작품이다. 영화의 비극적 결말은 결국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지 않고서는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는 감독의 의지가 드러나는 지점이다.

<20세여 다시 한번>

<20세여 다시 한번> 重返20歲

감독 레스티 첸 / 출연 양자산, 귀아뢰, 루한, 진백림 / 2014년

<20세여 다시 한번>은 <수상한 그녀>와 한•중 동시 기획된 합작영화다. 그런 만큼 단순한 리메이크와는 사뭇 다른 안정감을 선보인다. 2015년 1월 중국 전역에서 개봉해 한•중 합작영화 역대 최고 스코어를 기록했는데, 좋은 드라마가 지닌 보편적인 힘 덕분이기도 하지만 지역적인 정서를 제대로 녹여낸 철저한 현지화의 공이 더 커 보인다. 아들 하나만 바라보고 살아왔던 할머니가 신비한 청춘사진관에서 젊음을 얻고 젊은 시절 꿈이었던 가수에 도전한다는 전체적인 스토리라인은 동일하다. 차이는 디테일에 있다. 등려군의 노래를 중심으로 재현된 중국의 복고 정서는 우리의 눈에도 이국적인 생소함보다 과거가 주는 친근함으로 다가온다. 코미디 요소가 다소 강했던 <수상한 그녀>와 비교했을 때 드라마에 좀더 집중한 점도 새롭게 느껴진다. 동일한 소재임에도 전혀 다른 영화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주연을 맡은 양자산, 귀아뢰 역시 심은경, 나문희와는 또 다른 귀여움과 멋스러움을 선보여 눈길을 끈다. 특히 적재적소에 등려군의 노래와 상황에 맞는 가사를 활용한 점이 영화를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익숙하지만 또 다른, 그래서 한층 풍성해진 결과물. 한•중 합작영화 제작, 기획의 성공적인 이정표를 제시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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