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창공에 영원히 빛날 스타맨
2016-01-26
글 : 장영엽 (편집장)
데이비드 보위가 대중문화에 남긴 유산
<월플라워>

“데이비드 보위에 영향을 받지 않은 대중문화 아티스트를 찾기란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보위의 평전을 쓴 토머스 폴겟은 이렇게 말했다. 그의 말대로 보위는 대중문화 전반에 폭넓은 영향을 미쳤다. 당장 영화 전문 데이터베이스 사이트 IMDb에 데이비드 보위의 이름을 검색해보라. 40여년 동안 그의 곡을 차용한 TV프로그램과 영화만 해도 454건에 달한다. 이 지면에서는 보위가 남긴 무수한 유산 가운데서도 특별히 언급해야 할 만한 작품을 소개하려 한다.

<라이프 온 마스>

데이비드 보위에 대한 ‘덕심’이 가장 노골적으로 드러난 작품은 <BBC>의 걸작 드라마 <라이프 온 마스>가 아니었나 싶다. 보위의 동명 앨범으로부터 시리즈의 제목을 차용한 이 작품은 2006년의 형사가 차사고를 당한 뒤 1973년(보위의 앨범 《Life On Mars》가 발매된 그해다!)에 깨어난다는 설정을 취하고 있다. 당연히 <Life On Mars>와 <Starman>을 비롯한 보위의 명곡들이 시리즈 내내 울려퍼지며, 영국 내에서의 폭발적인 인기에 힘입어 제작된 스핀오프의 제목 또한 보위의 곡과 이름이 같은 <애시스 투 애시스>였다.

20세기 컬트영화의 고전으로 손꼽히는 토드 헤인즈의 <벨벳 골드마인>(1998) 또한 보위의 곡을 영화의 제목으로 정한 경우다. 토드 헤인즈는 여기서 더 나아가 ‘양성애자 글램 록 스타’라는 보위의 기질을 <벨벳 골드마인>의 주인공 브라이언(조너선 리스 메이어스)에 덧입힌다. 영화의 시나리오가 썩 마음에 들지 않았던 데이비드 보위는 <벨벳 골드마인>의 제작진이 자신의 음악을 사용하는 것을 거절했지만, 지기 스타더스트의 죽음을 연상케 하는 무대에서의 암살 자작극 등 이 작품은 극영화의 형식을 빌려 팝스타 보위의 다양한 면모를 나름의 방식으로 재구성했다는 점에서 기억되어야 한다.

<프란시스 하>

보위를 잘 모르는 관객이라도 <마션>의 사운드트랙에 수록된 <Starman>은 기억할 것이다. 지구의 젊은이들에 대한 희망의 메시지를 담고 있는 이 노래는 화성에 고립된 우주인 마크 와트니와 지구의 전문가들이 마크의 귀환을 위해 바쁘게 움직일 때 울려퍼진다. 에마 왓슨과 에즈라 밀러, 그리고 로건 레먼. 세명의 아름다운 청춘배우들이 <월플라워>에서 터널을 지날 때 흐르는 <Heroes>는 배우들의 아름다움과 활력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하나의 곡이 영화의 정서에 따라 전혀 다르게 활용되는 경우도 있었다. 레오스 카락스의 <나쁜 피> 속 <Modern Love>가 다소 불안정하고 복합적인 느낌으로 다가왔다면, 노아 바움백의 <프란시스 하>에서는 주인공 그녀처럼 통통 튀는 곡으로 기억된다.

<더 문>

하지만 그 어떤 작품보다도 데이비드 보위가 남긴 가장 값진 ‘유산’은 첫 번째 부인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 던컨 존스일 것이다. 화성으로부터 비롯된 존재, 지기 스타더스트의 아들답게 던컨 존스는 주목할 만한 SF영화, <더 문>(2009)과 <소스 코드>(2011)를 연출했다. 우주와 이계의 존재에 대한 호기심 어린 유전자를 보위의 아들 던컨 존스가 그대로 물려받았다는 짐작은, 화성으로 영원히 떠나버린 어느 아름다운 외계인에 대한 상실감을 조금이나마 달래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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