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2016 오스카의 선택, <씨네21>의 선택
2016-02-26
글 : 송경원
글 : 장영엽 (편집장)
글 : 안현진 (LA 통신원)
<스파이 브릿지>

1 작품상

후보 <빅 쇼트> <스파이 브릿지> <브루클린>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마션>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 <룸> <스포트라이트>

<씨네21>의 선택 ▶ <스파이 브릿지>

<스파이 브릿지>가 받아야 한다. 온전히 마음이 가는 작품들을 꼽으라면 선택의 폭을 좀더 넓힐 수 있겠지만, <캐롤>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 <엑스마키나> 등이 주요 부문에서 또 한번 외면당하며 오스카의 보수적 성향을 새삼 입증한 마당에 작품상에서 의외의 결과를 기대하긴 어려울 것 같다. 마찬가지 이유로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이하 <매드맥스>)를 꼽은 기자들도 많았지만 좀더 의외인 것은 <스파이 브릿지>가 이토록 저평가되고 있다는 점이다. 6개 부문 후보에 올랐지만 주요 수상작으로 거론하는 매체가 거의 없다는 점에서 구색 맞추기처럼 보일 정도다. 하지만 이 영화는 할리우드 클래식 스타일, 최후의 증인이라 해도 좋을 만큼 정제된 연출로 쌓아올린 거장의 걸작이다. 사실 이보다 오스카다운 선택이 또 있을까.

<스포트라이트>

아마도 오스카의 선택 ▶ <스포트라이트>

<스포트라이트>가 받을 것이다. 적어도 각본, 각색, 편집상 중 하나에는 후보를 올린 영화가 작품상을 받아왔던 전례에 따라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이하 <레버넌트>)까지 포함해 3강 경쟁으로 압축된 상태. 12개 부문 후보에 오른 <레버넌트>의 우세가 점쳐지는 듯했으나 작품상만큼은 “먼 시대극보다 현실 참여적인 이야기”에 손을 들어줄 것이라는 <인디와이어>의 지적에 귀 기울여볼 만하다. LA비평가협회와 보스턴비평가협회 작품상, 미국 배우조합상 캐스팅상을 수상한 <스포트라이트>는 아카데미가 사랑하는 ‘실화에 근거한’ 이야기들 속에서도 사실성이 도드라지는 만큼 무게추가 쏠리는 것도 납득이 간다.

2 감독상

후보 <빅 쇼트>의 애덤 매케이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의 조지 밀러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의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 <룸>의 레니 에이브러햄슨 <스포트라이트>의 토머스 매카시

<씨네21>의 선택 ▶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의 조지 밀러

올해 감독상은 2파전 양상이다. <레버넌트>가 골든글로브를 비롯한 각종 시상식을 선점했지만, 평단의 반응은 북미는 물론 상업영화로는 드물게 유럽의 비평가들에게도 사랑받은 <매드맥스>의 조지 밀러에게 쏠려 있다. 작품상 수상 가능성이 희박하기에 이와 연동된 감독상의 가능성도 낮아 보이지만 자신이 쌓아올린 고전을 자신의 손으로 부활시킨 노장의 패기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물론 북미 평론가나 기자들의 반응은 상대적으로 냉담한 편이지만 여러 상황을 고려한 ‘예측’이 아니라 당위의 측면에서 논할 때 조지 밀러 앞에 다른 감독의 이름을 섣불리 가져다놓기 어렵다.

아마도 오스카의 선택 ▶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의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

2007년 이후 작품상과 감독상을 다른 영화에 준 해는 2013년 <라이프 오브 파이>의 리안 감독과 2014년 <그래비티>의 알폰소 쿠아론뿐이다. 특정 작품에 상을 몰아주는 건 오스카의 오랜 경향이지만 작품상과 감독상의 관계는 좀더 각별하다. 다만 85회, 86회 때처럼 압도적인 영화가 없거나 각각의 성취를 따로 비교할 필요가 있을 땐 나눠주기도 하는데 올해가 바로 그런 해가 아닐까 싶다. 미국 감독조합, 골든글로브, 영국 아카데미를 휩쓸며 압도적인 우위를 선점해야 할 <레버넌트>의 감독상 수상에 대한 의문이 적지 않게 제기되며 약간의 혼전 양상을 보이는 중이다. 이냐리투가 이미 지난해에 감독상을 받았다는 점이 결정적인 장애요소(이자 2연속 수상에 대한 기대요소)다. 그럼에도 일종의 소거법에 따라 보면 결국 남는 건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다. 유력한 후보인 조지 밀러는 기대감만큼이나 오스카의 보수적인 성향을 돌파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크기 때문이다.

3 남우주연상

후보 <트럼보>의 브라이언 크랜스턴 <마션>의 맷 데이먼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스티브 잡스>의 마이클 파스빈더 <대니쉬 걸>의 에디 레드메인

<씨네21>의 선택 ▶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예측은 쉽지만 지지는 어렵다. 올해 오스카 남우주연상이 디카프리오 이외 다른 사람에게 돌아간다면 왠지 큰 사고가 날 것 같은 분위기다. 하지만 그렇다고 <레버넌트>의 디카프리오에게 상을 주는 것도 마냥 개운하진 않다. 미뤄둔 숙제를 억지로 꺼내 해결하는, 일종의 공로상에 가까운 느낌이기 때문이다. 디카프리오는 <에비에이터>(2004)나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2013)로 이 상을 받았어야 했다. <레버넌트>로 받는다면 본인도 입맛이 쓸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딱히 그의 독주를 막을 배우가 도드라지지 않는다는 건 디카프리오에게도 슬픈 일이다. <대니쉬 걸>의 에디 레드메인은 믿기지 않을 만큼 아름답고 섬세한 연기를 선보였지만, 이미 스티븐 호킹이라는 오스카용 연기를 선보인 만큼 파괴력 자체는 그리 크지 않아 보인다. 마이클 파스빈더 역시 언제나 기본 이상의 안정감을 자랑하지만 영화에 효과적으로 캐릭터를 녹여냈다고 말하긴 주저되는 면이 있다. <씨네21> 기자들의 선택도 정확히 세 배우가 동률로 나왔다(과감히 맷 데이먼에 던진 한표도 있다).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

아마도 오스카의 선택 ▶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레버넌트>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받을 것이다. 언젠가부터 남우주연상은 누가 받을 것인지보다 디카프리오가 받을 수 있을지 없을지에 더 큰 관심이 쏠리고 있다. <레오의 레드카펫 광란>이란 게임이 제작될 정도이니 이제 디카프리오의 남우주연상 수상은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모두의 비원이 되어버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관심이 배우 본인에게 얼마나 득이 될지 실이 될지는 잠시 미뤄두고서라도, 이번만큼 그의 수상이 사정권 안에 명확히 들어온 적도 없는 것 같다. 골든글로브, 미국 배우조합상, 시카고비평가협회, 영국 아카데미까지, 이른바 오스카의 전초전이라 불리는 거의 모든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휩쓸며 위용을 과시하는 중이다. <레버넌트>를 보면서 영화 속 캐릭터가 아니라 처절하게 고생하는 디카프리오가 보일 정도이니 이쯤 되면 못내 아쉬울지언정 얼른 수상하고 <타이타닉> 때부터 꼬여버린 오스카와의 악연을 청산할 때도 됐다.

4 여우주연상

후보 <캐롤>의 케이트 블란쳇 <룸>의 브리 라슨 <조이>의 제니퍼 로렌스 <45년 후>의 샬롯 램플링 <브루클린>의 시얼샤 로넌

<캐롤>

<씨네21>의 선택 ▶ <캐롤>의 케이트 블란쳇

지난 2015년과 올해 영미권 시상식 시즌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케이트 블란쳇에게 가혹하다. 지난해 칸국제영화제부터 최근에 개최된 골든글로브, 영국 아카데미 등 주요 시상식의 수상자 목록에서 케이트 블란쳇의 이름은 한번도 불리지 않았지만 3년 전 그녀에게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안겨준 <블루 재스민>을 비롯한 최근작들을 통틀어 비교해보더라도 <캐롤>에서 그녀가 이룬 성취는 뛰어나다고 말하기에 손색이 없다. 이 영화에서 케이트 블란쳇이 선보이는 연기는 조금의 흐트러짐도 없이 완벽하게 직조된 오튀쿠튀르를 연상케 한다. 첫 등장부터 엔딩 크레딧이 나오는 마지막 순간까지 특유의 기품과 우아함, 미스터리와 신비로움을 잃지 않는 케이트 블란쳇의 캐롤은 오랫동안 기억되어야 할 캐릭터다. 설령 오스카가 그녀를 선택하지 않는다 해도.

<룸>

아마도 오스카의 선택 ▶ <룸>의 브리 라슨

오스카의 전초전이라 부를 수 있는 수많은 시상식들은 과연 아카데미 회원들에게 영향을 미칠까? 분명한 건 맹렬한 속도로 시상식의 흐름을 주도하는 결과를 만들어가고 있는 배우를 멈추기는 힘들다는 거다. 4년 전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으로 승승장구하던 스물세살의 제니퍼 로렌스를 떠올려보면 될 것이다. 낯선 이름의 스물여섯살 미국 배우 브리 라슨은 올해 영미권 시상식이 배출한 최고의 라이징 스타다. 그녀는 <룸>에서의 연기로 영국 아카데미와 골든글로브, 크리틱스초이스, 미국 배우조합상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쓸어담았다. 납치되어 7년간 작은 방에 갇혀살다가 맞이하게 된 갑작스러운 자유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여자, 조이의 심리상태를 설득력 있게 구현하는 브리 라슨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그녀를 둘러싼 평단의 찬사가 과장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감정의 밑바닥까지 자기 자신을 떨어뜨릴 줄 아는 브리 라슨의 사실적인 연기는 아마 견고한 아카데미의 벽마저 어렵지 않게 허물 것이다.

5 남우조연상

후보 <빅 쇼트>의 크리스천 베일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의 톰 하디 <스포트라이트>의 마크 러팔로 <스파이 브릿지>의 마크 라일런스 <크리드>의 실베스터 스탤론

<스파이 브릿지>

<씨네21>의 선택 ▶ <스파이 브릿지>의 마크 라일런스

<스파이 브릿지>의 마크 라일런스가 받아야 한다. 올해 남우조연의 예측은 유난히 어렵다. <록키>로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지 39년 만에 인생의 캐릭터인 록키 발보아로 귀환한 <크리드>의 실베스터 스탤론이나 디카프리오 이상의 존재감을 뽐낸 <레버넌트>의 톰 하디 등 경쟁자들이 쟁쟁하다. 하지만 배우를 둘러싼 공기만으로도 온전히 영화를 성립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마크 라일런스는 독보적이다. 그야말로 혜성처럼 등장한 (것처럼 보이는) 이 신선한 얼굴의 배우는 영화에서는 그리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진즉부터 스필버그 감독의 러브콜을 받아온 탄탄한 내공의 소유자다. 그는 <스파이 브릿지>의 ‘스탠딩 맨’으로서 영화 전반의 정서를 대변할 뿐 아니라 톰 행크스에 밀리지 않는 게 아니라, 톰 행크스가 밀리지 않은 것에 박수를 보내고 싶을 정도의 미친 존재감을 자랑한다. 수상은 둘째치고 셰익스피어 글로브 극단 예술감독 출신의 배우 겸 극작가 겸 연출가인 그를 좀더 많은 영화에서 접할 수 있길 바랄 뿐이다.

<크리드>

아마도 오스카의 선택 ▶ <크리드>의 실베스터 스탤론

올해 오스카 남우조연상 후보들은 쟁쟁하다. 누가 받아도 이상할 것 없지만 그럼에도 40년 만에 같은 캐릭터를 연기한 실베스터 스탤론이 최후의 승자가 될 것이다. 나머지 후보 중에서 ‘록키 발보아’만 한 아이콘이 없으며, ‘록키’는 캐릭터 자체가 영화사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크리드>에서 조연으로 물러난 스탤론은 과잉된 연기를 보여주지 않는데도 그 존재는 주연배우 마이클 B. 조던을 넘어선다. 영화는 스파링 패드를 손에 쥘 수 없을 만큼 늙고 약해진 노장 록키를 실존 인물인 양 믿게 한다. 그리고 그 공로는 모두 어눌한 표정과 굳은 몸짓으로 나이 든 록키를 불러낸 스탤론의 몫이다. 베테랑의 귀환만큼 대중이 사랑하는 이야기가 있었던가. 마침 <크리드>는 <록키> 시리즈의 7번째다.

6 여우조연상

후보 <헤이트풀8>의 제니퍼 제이슨 리 <캐롤>의 루니 마라 <스포트라이트>의 레이첼 맥애덤스 <대니쉬 걸>의 알리시아 비칸데르 <스티브 잡스>의 케이트 윈슬럿

<캐롤>

<씨네21>의 선택 ▶ <캐롤>의 루니 마라

<캐롤>의 루니 마라가 받아야 한다. <캐롤>에서 눈부시게 빛나며 우리를 사로잡는 건 캐롤이지만 극을 떠받치고 있는 건 루니 마라의 안정된 호흡이다. 우리가 캐롤을 감싼 우아하면서도 애달픈 분위기에 매료되는 건 루니 마라의 시선에 온전히 동조한 이후에 가능한 일이다. 대체로 루니 마라의 무난한 수상을 점칠 수 있을 것 같지만, 여러 정치적 상황이나 심사위원의 성향이 고려되는 시상식에서 그 위치가 다소 불안해 보인다. 의문을 제기하고 싶은 건 조연상을 수상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다. 그건 당연한 일이니까. 차라리 왜 루니 마라가 조연상 후보인가 하는 점에 질문을 던지고 싶다. 제68회 칸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차지한 것만 봐도, 아니 그전에 영화만 봐도 루니 마라는 이 영화의 실질적인 주인공인데 말이다. <밀레니엄>의 강렬한 캐릭터를 기억한다면 루니 마라의 연기 스펙트럼에 새삼 감탄할 것이다.

<대니쉬 걸>

아마도 오스카의 선택 ▶ <대니쉬 걸>의 알리시아 비칸데르

<대니쉬 걸>의 알리시아 비칸데르가 받을 것이다, 라고 예상해보지만 여우조연상은 그야말로 안개 속에 가려져 각축을 벌이는 중이다. 칸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은 루니 마라가 조연상으로 하향 지원한 만큼 달리 경쟁자가 없을 것 같았는데, 알리시아 비칸데르가 시카고, LA비평가협회 등에서 각광을 받았던 <엑스마키나> 대신 <대니쉬 걸>을 들고 나오며 대항마로 떠오르고 있다. 두 배우 모두 실질적으로 극을 이끌고 가는 역할임에도 조연상 후보에 올랐다는 점이 닮았다. 알리시아 비칸데르가 연기한 초상화가 게르다는 영화 전반의 시선을 지배한다는 점에서 조연 이상의 존재감을 드러낸다. 후보 발표 당시만 해도 루니 마라에 큰 이견이 없었지만, 골든글로브(<스티브 잡스> 케이트 윈슬럿), 전미비평가협회(헤이트풀8>의 제니퍼 제이슨 리) 등 여타 시상식의 결과가 발표되며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유난히 <캐롤>에 인색한 분위기를 생각하면 차라리 대세로 떠오르고 있는 알리시아 비칸데르가 좀더 유력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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