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한국영화가 질적, 양적에서 모두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여준 반면, 영화의 ‘제2의 개봉’이라 할 수 있는 2차 매체 시장은 극장과 달리 매우 열악한 상황에 처한 것이 현실이다. 시장성과 자본 논리로 인해 몇몇 한국영화가 정작 한국에서는 블루레이로 출시되지 못하는 현실은 애타게 한국영화 블루레이를 기다리는 관객의 시선을 해외로 돌리게 하곤 한다. 지난주 조재휘 평론가의 ‘국내 정식 발매를 희망하는 해외판 블루레이 Best 10’ 기획에 이어, 언젠가는 국내 정식 발매가 있길 희망하는 해외판 한국영화 블루레이의 면면을 살펴본다.
복수 3부작 2002~5(북미)
<복수는 나의 것>(2002)과 <올드보이>(2003), 그리고 <친절한 금자씨>(2005)로 이어지는 박찬욱 감독의 ‘복수 3부작’은 블루레이가 HD 매체의 표준으로 자리잡은 이래 꾸준히 출시 요청이 있어온 타이틀이었다. 하지만 영화의 명성과 인지도에도 불구하고 이 세 작품의 블루레이 제작은 한동안 이뤄지지 못했는데, 그러한 가운데 아시아영화의 블루레이 제작에 적극적인 팰리세이즈 타르탄(Palisades Tartan)사에 의해 2010년에 ‘복수 3부작’의 북미판 블루레이가 발매된 바 있다. 많은 비영어권/한국영화 타이틀이 본편 외에는 별다른 부가영상 없이 출시되는 반면, 3장의 블루레이 디스크에 1장의 보너스 DVD로 구성된 북미판 ‘복수 3부작’의 경우는 기존 한국판 DVD의 음성해설과 서플먼트까지 충실히 수록되었다.
최신작 블루레이의 영상 표준인 MPEG-4 AVC 코덱으로 인코딩된 1080p 해상도의 영상은 전반적으로 훌륭한 편이다. <복수는 나의 것>의 화질은 분명 일반적인 관객의 시점에서 보아도 DVD와는 비교되지 않는 날카로운 윤곽선, 땀과 피로 얼룩진 피부 질감 등의 디테일이 명료하게 표현되고 있다. 윤곽선을 다소 강조하기 위한 샤픈 필터의 적용이 피사체 외곽에 약간의 디지털 노이즈를 일으키고 있지만 사소한 수준이며 색상과 암부, 필름 그레인의 표현 역시 모두 일관되게 안정성을 유지하고 있다. <올드보이>와 <친절한 금자씨>의 경우는 <복수는 나의 것>과 전혀 다른 기준을 적용해야 하는데, <올드보이>부터 박찬욱 영화의 촬영감독이 정정훈 촬영감독으로 교체되면서 <복수는 나의 것>을 맡은 김병일 촬영감독과는 전혀 다른 컨셉의 영상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블리치 바이패스(bleach bypass: 필름 현상 시 은입자 세척 과정을 생략하는 현상법)가 적용된 <올드보이>와 <친절한 금자씨>는 전반적으로 강조되는 필름 그레인의 입자감과 은은한 색상, 강렬한 명암 대비로 상당히 거친 톤의 영상을 보여준다(다만 <친절한 금자씨>의 경우, 현재 시점의 장면들은 블리치 바이패스를 거쳤으나 과거 회상 장면들은 일반 현상을 거쳐 매우 깔끔하다). 이는 일반적인 35mm 촬영이나 디지털 촬영 영화의 블루레이 화질에 익숙한 눈으로 보면 열악한 영상으로 오해받을 소지가 있지만, 엄연히 감독과 촬영감독의 의도가 십분 반영된 원래 영화의 컨셉이므로, <복수는 나의 것>과 마찬가지로 기본적으로 훌륭한 트랜스퍼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올드보이>의 경우, 일부 구간(특히 1시간9분)에서 필름 원본상의 특징으로는 볼 수 없는 인위적인 디지털 노이즈와 흠집이 노출되는 문제점이 현저히 나타난다는 점. 개선된 판본의 보급이 시급하다.
Tip
다행히 국내 블루레이 제작사 플레인(PLAIN)에서 <올드보이> 블루레이의 새로운 판본을 준비할 계획으로 알려져 있다. 이 판본은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공개된 메이킹 다큐멘터리 <올드 데이즈>(2016)와 DVD 시절의 모든 서플먼트를 포함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영화 본편 자체도 박찬욱 감독의 검수하에 철저히 리마스터링 복원되어 훌륭한 결과물을 보여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친절한 금자씨>의 경우 당장 블루레이 발매 계획이 발표되진 않았지만 CJ 파워캐스트에서 추진한 한국영화 UHD 소스 제작의 일환으로 4k 스캐닝과 리마스터링을 거친 디지털 소스가 존재하는 걸로 알려지고 있다.
<밀양> 2007(북미)
영화 역사에 길이 남을 고전영화의 복원으로 이름 높은 DVD/블루레이 제작의 명가 크라이테리언 컬렉션에서는 2011년 첫 한국영화 블루레이로 이창동 감독의 <밀양>을 선정한 바 있다(두 번째는 <마틴 스코시즈의 월드 시네마 프로젝트 Vol.1> 블루레이 세트에 포함된 김기영의 <하녀>(1960)이다. 이 경우는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출시한 국내판 <하녀> 블루레이가 동일한 소스를 공유하고 있다). <밀양> 블루레이의 특징은 ‘35mm 필름 촬영 영화가 도달할 수 있는 화질의 최정점’으로 요약될 수 있다. 무척 양호한 상태로 보존된 원본 네거티브 필름 덕분에 영화 전반적으로 깔끔한 선명도와 투명한 색상, 훌륭한 디테일 표현을 자랑한다. 특히 야외 로케이션 촬영분은 압도적인 해상력으로 눈을 씻어주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 인위적인 디지털 후반작업에 수반되는 문제점도 전혀 보이지 않는 무결점 영상의 블루레이이다.
DTS-HD MA 5.1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별다른 서라운드 효과를 보여주진 않지만 이는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라, <밀양>이라는 영화의 성격상 인위적인 효과가 두드러질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극장 음향을 손실 없이 담아낸 음향은 명료한 대사 전달과 로케이션 현장의 미세한 음을 포착하는 것만으로 충분히 제 몫을 하고 있다.
Tip
크라이테리언판 <밀양> 블루레이의 서플먼트는 단 세편의 영상을 지원한다. 전도연과 송강호 배우와의 인터뷰가 비하인드 신과 엮인 ‘On the set of “Secret Sunshine”’과 예고편, 마지막으로 이창동 감독과 김영진 영화평론가가 영화의 주제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는 25분 분량의 인터뷰 ‘Lee Chang-dong’이 담겨 있는데, 영화의 숨겨진 의미에 대해 궁금한 관객에게 큰 도움이 되는 자료이다.
<짝패> 2006(독일)
독일의 스플렌디드 엔터테인먼트(Splendid Entertainment)는 다수의 한국영화 블루레이를 출시한 업체로, 여기서 판권을 가지고 있는 한국영화 중에는 정작 국내에선 발매되지 못한 작품이 상당수 포함되어 있다. 류승완 감독의 <짝패>도 바로 그런 경우. 25G 싱글레이어 디스크에 본편 용량 20G라는 다소 빈약한 스펙이지만 <짝패> 독일판 블루레이는 16mm 필름 촬영인 본 작품의 영상을 MPEG-4 AVC의 탁월한 압축 효율에 힘입어 거의 손실 없이 전달하고 있다(16mm 필름의 해상력을 디지털로 환산하면 2k(2048×1080) 해상도로 블루레이의 풀 HD 해상도인 1080p(1920×1080)와 거의 차이가 나지 않는다). 대런 애로노프스키의 <더 레슬러>(2008)나 <블랙스완>(2011)과 마찬가지로 본편 영상은 16mm 필름 특유의 거친 질감을 유려하게 보여준다. 다만 <짝패> 독일판은 지역코드가 B(유럽)로 잡혀 있어 지역코드 A(미국, 일본, 한국)에 속하는 국내에서는 재생되지 않으며, CJ에서 출시한 2disc 스페셜 에디션에 포함되어 있던 다양한 서플먼트 영상이 전혀 들어 있지 않다.
Tip
운당정 결전 장면은 16mm 필름 영상의 진수와 사운드 효과 테스트 차원에서 가장 중요한 챕터. 난전을 벌이는 석환(류승완)의 얼굴에 번지는 불꽃의 붉은빛과 목검의 둔탁하고 박력 있는 타격음이 인상적이다.
<마담 뺑덕> 2014(홍콩)
임필성 감독의 <마담 뺑덕>은 국내에선 DVD와 IPTV 영상으로 풀리는 데 그쳤지만, 홍콩에서 블루레이가 발매되어 본 작품의 블루레이 정식 발매를 바라던 유저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25G 싱글레이어 디스크 한장에 본편 영상과 예고편이 전부로, CJ엔터테인먼트에서 낸 국내 DVD가 임필성 감독과 정우성, 이솜 배우의 본편 코멘터리, 삭제 장면과 메이킹, 포스터 촬영 영상과 예고편이 포함되어 있었던 걸 떠올리자면 실로 초라한 사양. 하지만 이 타이틀은 영상의 평균 비트레이트가 30Mbps 수준에 달하는 준수한 전송률에 힘입어 아름답게 촬영된 영화 본편의 영상미를 잘 살려내고 있다는 점에서 블루레이의 기본에 충실한 타이틀이다. 아리 알렉사 M(2.8k 해상도를 지원하는 카메라로 <007 스카이폴>(2012)과 <어벤져스>(2012)에 쓰인 기종이다) 기종 특유의 부드러운 질감과 색상 표현에 Cooke S4 단렌즈 중심으로 촬영된 본편의 영상은 피부나 가구의 색상, 부드럽게 풀어진 암부 계조, 비극의 색채가 진해지는 서사 전개에 따라 자연광 중심의 밝고 따스한 영상에서 채도와 명도가 떨어져 차가운 무채색이 되어가는 영상 톤의 변화를 왜곡 없이 자연스럽게 표현하고 있다.
Tip
홍콩판 블루레이 본편을 재생하면 <심청전>을 모르는 해외 관객을 위해 원전의 줄거리를 설명하는 영문자막 화면을 오프닝에 추가해놓은 걸 볼 수 있다.
<헨젤과 그레텔> 2007(북미)
마찬가지로 국내에서는 출시되지 못한 임필성 감독의 공포영화 <헨젤과 그레텔>은 미디어 블래스터(Media Blasters) 산하의 레이블로 일본 장르영화, B무비 고전을 여럿 낸 도쿄 쇼크(Tokyo Shock) 블루레이 + DVD 콤보로 발매되었다. <마담 뺑덕>과 마찬가지로 본편과 예고편만 담은 단출한 사양이지만, 현재로서는 풀 HD 해상도로 <헨젤과 그레텔>을 볼 수 있는 유일한 방법. 음향은 각각 DTS-HD MA 5.1채널과 2채널의 무손실 음향을 지원하는 무난한 사양이다. 다만 영상에 약간의 문제가 발견되는데, 포토숍에서 필터 처리한 영상이 보이는 부작용처럼 영상의 샤프니스를 강조하기 위해 필터를 먹인 결과, 윤곽선과 필름 그레인 표현이 거칠어지는 에지 인핸스먼트(Edge Enhancement) 현상이 두드러진다는 점이다.
Tip
<헨젤과 그레텔>의 미장센은 DVD의 부족한 해상력(SD 480p)으로는 소화될 수 없는 정보량의 과포화 상태였기 때문에 이미 DVD 시절부터 HD 매체로의 발매가 요망된 바 있다. 이전에는 잘 포착되지 않았던 세트 공간의 섬세한 디테일이 명확히 보인다는 점만으로도 블루레이의 가치는 충분하다.
<엽기적인 그녀> 2001(일본)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한국영화계의 필름 보존과 아카이브 조성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은 낮은 편이었다. 심지어 원본 네거티브가 실종되는 일도 빈번하게 있었으며, 필름의 열화를 막을 보관 환경은 열악한 수준이었다. 이현승 감독의 <시월애>(2000) 블루레이 같은 경우는 수천개의 필름 흠집을 제거하는 리마스터링 작업을 거쳤음에도 훼손된 원본의 한계로 실망스러운 화질을 보여준 바 있다. 곽재용 감독의 재기작 <엽기적인 그녀> 또한 필름 보존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한국영화계 현실의 피해를 본 작품 중 한편이다. 현재 <엽기적인 그녀>의 블루레이는 일본에서 출시된 판본이 유일한데, 연식이 지난 포지티브 필름을 체계적인 복원 공정을 거치지 않고 스캐닝한 결과, DVD보다는 향상되었지만 블루레이로서는 미흡한 화질로 나오고 말았다. 언젠가는 반드시 리마스터링 복원되어야 할 한국영화 추억의 명작 중 한편.
Tip
DVD 시절 당시로선 획기적인 양과 질을 자랑했던 서플먼트를 그대로 수록하고 있지만, 본편은 감독판이 아닌 극장판이 담겨 있다. 음성해설이 잘려나갔으며, <비트> 블루레이와 마찬가지로 저작권 문제로 인해 극중의 음악도 수정된 불완전한 판본이다.
<말죽거리 잔혹사> 2004(일본)
<비열한 거리>(2006), <강남 1970>(2014)으로 이어지는 ‘거리 3부작’의 서장이자 ‘이소룡 세대’의 추억을 담은 유하 감독의 <말죽거리 잔혹사>. 이 작품 또한 필름 보관에 미흡했던 한국영화 현실의 피해를 입은 또 하나의 사례라 할 수 있다. 본래 아트서비스에서 출시를 준비하던 <말죽거리 잔혹사> 블루레이는 제작이 취소되고 말았는데, 원인은 원본 네거티브 필름 자체가 더이상 손쓰기 어려울 만큼 심각하게 훼손된 상태였다는 것. 남아 있는 포지티브 필름을 바탕으로 삼아 일본에서 나온 <말죽거리 잔혹사> 블루레이는 그런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반영하기라도 하듯 현존하는 한국영화 블루레이 중 ‘최악’의 화질을 드러낸다. 2004년 작품이 복원 공정을 거치지 않은 80년대 영화의 필름을 보는 듯한 수준의 참담한 해상력을 선보이는데, 원본 필름의 문제상 리마스터링의 가능성도 지극히 낮은 안타까운 경우라고 할 수밖에 없다.
Tip
현재 국내에서 <말죽거리 잔혹사>를 그나마 고화질로 볼 수 있는 방법은 네이버n스토어에 등록된 720p 다운로드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뿐이다.
<우는 남자> 2014(일본)
<아저씨>(2010)를 통해 한국 액션영화의 트렌드를 결정적으로 뒤바꾼 이정범 감독이 차기작으로 추진한 <우는 남자>는 한국이란 배경에선 벌어지기 어려운 총격전 액션을 시도했고, 그 결과는 참담한 흥행 실패로 돌아왔다. 극장에서의 성적이 2차 매체의 발매 여부와 직결되는 한국영화의 풍토상, <우는 남자> 블루레이는 결국 한국에선 나오지 못하고 한류의 여파가 남아 있는 일본에서만 발매됐다. 그러나 작품성 내지 완성도에 대한 평가를 떠나서, AV 퀄리티 측면으로만 한정지으면 <우는 남자> 일본판 블루레이는 한국영화 사상 최고의 화질을 보여준다 해도 과언이 아닐 특등의 레퍼런스 타이틀이다.
명암의 다이내믹 레인지(표현할 수 있는 명암의 폭)도 풍부하고, 밝은 장면에서건 어두운 장면에서건 화면에 포착되는 피사체의 디테일이 생생하게 표현되며, <설국열차>(2013) 블루레이 이래 논란이 되고 있는 한국영화 블루레이의 고질적인 암부 영역 붕괴 또한 찾아볼 수 없다. DTS-HD MA 5.1채널을 지원하는 사운드는 마이클 만의 <히트>(1995)에는 미치지 못해도 영화의 거의 모든 총격전 장면에서 박력 넘치는 총기 격발음으로 사운드 환경 시연에 적절한 레퍼런스급 음향을 선사한다. 부가영상으로는 각각 제작과정과 액션, 캐릭터에 관한 영상과 예고편이 들어 있다.
Tip
<우는 남자>의 촬영에 사용된 카메라는 소니에서 개발한 시네알타 F65 카메라. 기본적으로 4k(4096×2160) 해상도를 지원하며, 칩을 교환하면 8k(7680×4320) 촬영까지 가능한 이 기종은 <오블리비언>(2013)과 <애프터 어스>(2013) 현장에 투입되어 아이맥스 70mm 카메라에 필적하는 성능을 발휘한 바 있다.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2006(영국)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블루레이는 2008년에 출시된 영국판이 유일하다. 이 작품의 블루레이를 계기로 박찬욱 감독의 영화를 영미권에 블루레이로 내놓은 제작사 팰리세이즈 타르탄은 ‘복수’ 3부작 블루레이 세트에서처럼 DVD 서플먼트(메이킹 필름, 뮤직비디오) 또한 놓치지 않고 수록하는가 하면, 영화의 분위기에 맞는 메뉴 디자인을 선보이는 등 여러모로 성의 있는 만듦새를 보여주고 있다. MPEG-4 AVC 코덱에 평균 비트레이트 22.99Mbps의 스펙으로 다듬어진 영상은 흠잡을 데 없는 준수한 수준. 박찬욱 감독의 첫 디지털 장편작으로 <콜래트럴>(2004)과 <클로버필드>(2008), <조디악>(2007)등에 쓰인 톰슨 바이퍼 카메라를 주력으로 삼아 티끌 하나 없이 깔끔하고 매끈한 영상을 보여준다.
Tip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영국판 블루레이의 작은 장점 중 하나는 바로 지역코드가 없는 ‘코드 프리’(code free) 타이틀이라는 점. 유럽지역 블루레이의 상당수가 국내에서는 재생되지 않는 지역코드 B의 제약이 걸려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부담 없이 영국판을 구할 수 있는 장점 아닌 장점이다.
<인류멸망보고서> 2014(북미, 독일)
김지운 감독과 임필성 감독이 연출한 세개의 SF 단편(<멋진 신세계> <천상의 피조물> <해피 버스데이>)을 엮은 옴니버스 구성의 영화 <인류멸망보고서>(2014)는 각각 북미와 독일에서 블루레이가 출시되었다. 한국에서 출시된 DVD가 언론 시사회와 VIP 시사회 영상 이외의 서플먼트가 전무한 것처럼, 두 블루레이 모두 예고편 이외에는 어떠한 제작 관련 영상도 없이 25G 싱글레이어 디스크에 본편만을 수록한 해외 한국영화 타이틀의 평균적인 구성을 취하고 있다. 에피소드별로 컬러 성향이 다르고 CGI의 사용이 많은 만큼 선예도가 부드럽게 풀어지는 구간도 있지만, 명암 대비, 암부 표현과 색공간 모두 흠잡기 어려운 훌륭한 화질이다(참고로 모든 에피소드는 슈퍼 35mm 필름으로 촬영되었다). 음향의 경우 <멋진 신세계>와 <해피 버스데이>의 사운드 디자인이 매우 인상적인데, 디스코와 군중 시퀀스가 들려주는 서라운드 효과, 인물의 내적 상황에서 들리는 환청과 폐소공포증을 자아낼 듯 잔향을 억제한 먹먹한 사운드 등 다양한 음향효과가 DTS-HD MA 5.1채널을 통해 전달된다. 다만 대사 중심으로 전개되는 <천상의 피조물>에선 작품의 성격상 두드러지는 음장 효과는 발견되지 않는다.
Tip
북미판은 2012년 12월11일, 독일판은 그보다 앞선 9월28일에 발매되었다. 화질도, 사운드 포맷도 동일하지만 독일판의 경우는 지역코드 B로 국내 플레이어와는 호환되지 않으므로 주의를 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