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본 뒤 읽어주세요
무려 7년 만이다. 박찬욱 감독의 한국 장편 상업영화 신작을 극장가에서 만난다는 것 말이다. 2009년 오랜 숙원이었던 영화 <박쥐>를 세상에 내놓은 뒤, 박찬욱 감독은 할리우드로 떠나 <스토커>(2013)를 만들었고 봉준호 감독의 영화 <설국열차>(2013)를 제작했다. ‘Parking Chance’라는 이름 아래 동생 박찬경 감독과 공동 연출한 단편영화 <파란만장>(2011)과 <청출어람>(2012), <고진감래>(2014), 이탈리아 패션브랜드 에르메네질도 제냐와 협업한 패션필름 <어 로즈 리본>(A Rose Reborn) 또한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관객을 만날 수 있었다. 지난 6월1일 국내 개봉한 <아가씨>는 이처럼 수많은 경유지를 거쳐 박찬욱 감독이 마침내 당도한 오랜만의 한국영화다. 1930년대 한국과 일본을 배경으로 귀족 아가씨(김민희)의 막대한 재산을 노리는 백작(하정우)과 그의 눈과 귀가 되기 위해 아가씨의 저택으로 들어가는 하녀(김태리), 아가씨를 속박하는 이모부(조진웅)의 이야기를 조명하는 이 영화는 진실과 거짓말, 사랑과 욕망, 배신과 모의가 실타래처럼 얽혀 있다. 이 매혹적인 이야기의 출구에 이르게 되면 박찬욱 감독이 수년간 거쳐왔던 경유지들이 그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자연스럽게 짐작해보게 될 것이다. 박찬욱의 영화 세계는 어디로, 어떻게 확장되고 있나. <아가씨>에 대한 영화 리뷰와 박찬욱 감독과의 긴 인터뷰, 올해 칸국제영화제에서 벌컨상을 수상한 류성희 미술감독이 직접 들려주는 포토 코멘터리가 이 질문에 대한 약간의 실마리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