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역한 지 1년6개월. 그사이 유승호는 두편의 영화(<조선마술사> <봉이김선달>)와 두편의 드라마(<상상고양이> <리멤버-아들의 전쟁>)를 찍었다. 자연스럽게 자신이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와 부지런히 2년의 공백을 메웠다. “군대 있을 때, ‘연기할 때가 진짜 좋았구나, 연기할 때 내 마음이 참 편했구나’ 그런 생각이 많이 들더라. 그런데 제대하고 이렇게까지 바쁘게 일할 줄은 몰랐다. 좋은 작품을 놓치고 싶지 않다는 욕심이 큰 것 같다.” 도망치듯 간 군대에서 확인한 건 다름 아닌 연기를 향한 뜨거운 마음이었다.
그의 마음은 두편의 사극에 가닿았다. <조선마술사>(2015)와 <봉이 김선달>. <조선마술사>에 이어 또다시 사극을 택했지만 장르 중복에 대한 염려보다는 이제껏 보여준 적 없는 밝고 유쾌한 모습을 선보이는 것에 대한 부담이 더 컸다. 이토록 가벼운 옷을 전에는 입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유승호는 10대 때부터 절절한 감정을 익숙하게 표현했다. 심지어 <공부의 신>(2010), <4교시 추리영역>(2009)처럼 교복 입고 등장한 학원물에서조차 해맑은 미소는 그의 몫이 아니었다. 한없이 맑고 밝아도 좋을 나이에 어둡고 무거운 옷을 자주 걸쳤던 그는 “우울하고 어두운 성향이 있어서 사연 많고 어두운 인물을 연기하는 게 더 편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런 지점에서 <봉이 김선달>은 어려운 도전이었다. “내 딴엔 굉장히 여유롭고 밝게 연기한다고 했는데 감독님이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그러셔서 어떻게 하면 내가 더 여유롭고 밝아 보일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한 작품이다.” 젊고 매력적인 사기꾼 김인홍(김선달)은 닭을 봉황이라 속여 팔아먹고, 주인 없는 대동강의 주인 행세를 하는 조선 최고의 사기꾼이다. 인홍의 사기 철칙은 ‘즐기면서’ 사기칠 것. 당연히 스스로 즐거워야만 했고, 그 즐거움이 캐릭터로 옮아가야 했다. 처음엔 코믹 연기가 “쑥스럽고 창피해서 귀까지 빨개”졌다는데, 점차 자신감이 붙자 “코믹 연기로 고창석 선배에게 지고 싶지 않은 마음”까지 생겼단다. 인홍은 사기 파트너 보원(고창석)과 함께 다양한 변장으로 사람들을 속인다. 그 변장엔 여장도 포함되어 있다. “전부터 예쁘다는 얘기를 종종 들어서 여장은 자신 있었다. 여장을 하면 정말 예쁠줄 알았다. 그런 자신감을 내비치자 감독님이 스쳐지나가는 몽타주 신을 대사까지 추가된 신으로 바꿔주었다. 그런데 여장을 하니 심하게 징그럽더라. (웃음) 예쁘게 만들어주느라 스탭들이 고생 많이 했다.” 묘한 건, 어떤 변장을 하든 유승호의 얼굴은 클로즈업을 부른다는 사실이다. 박대민 감독은 그걸 “영화적 얼굴의 힘”이라 표현했다. 가까이, 찬찬히 들여다보고 싶은 그 얼굴만으로도 유승호의 존재감은 남다르다.
“처음이 제일 어려운 것 같다.” <봉이 김선달>을 만나 처음으로 코믹 연기에 도전한 유승호의 소감이다. “내가 코믹을 한다고 했을 때 무리가 있지 않겠냐는 이야기도 있었다. 처음부터 자신 있진 않았다. 그런데 경험해보니 ‘나도 할 수 있구나’ 하는 자신감이 붙었다. 한 가지 빗장이 더 풀린 것 같다.” 줄곧 따라다녔고 스스로도 의식했던 “아역의 이미지” 때문에 쉽게 가벼워지지 못했던 시절이 있었다. 조급한 마음 탓에 조숙한 캐릭터에 더 눈길이 간 적도 있었다. 하지만 군필자 유승호에게 더이상 짐 될 게 무엇일까 싶다. 핏줄이 솟은 팔뚝은 이미건장한 남자의 팔뚝인데. <집으로…>(2002)로부터 15년이 흐른 지금, 유승호는 앞날이 창창한 스물넷이다. 20대인 지금, 10대 때보다 더 큰 자유로움을 느낀다는 그가 더 높이 비상하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