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히 지지 않을 것 같은 태양도 그 수명이 다하는 날이 온다. 넷플릭스의 인기 드라마 <나르코스>는 올 9월 방영예정인 시즌2를 끝으로 막을 내릴 예정이다. 콜롬비아의 마약상 출신으로 한때 고국의 대통령까지 꿈꿨던 남자, 대선 후보가 탄 비행기를 폭파시키고도 스스로 세운 교도소에 수감돼 왕처럼 살았던 남자, 그곳에서 도망치고도 시민들의 보호를 받을 만큼 열렬한 사랑을 받았던 남자. 파블로 에스코바르는 <나르코스>의 모든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를 연기한 브라질 배우 와그너 모라를 만나 파블로 에스코바르와 함께한 지난 2년간의 여정에 대해 물었다.
-최근에서야 <나르코스>의 촬영지인 콜롬비아에서 고국 브라질로 돌아왔다고 들었다. 소감이 어떤가.
=<나르코스>에 출연해 가장 좋았던 점은 콜롬비아에서 살아봤다는 거다. 내 고향 브라질은 라틴아메리카와는 다른 독자적인 문화를 지닌 나라다. 다른 남미권 나라에서는 스페인어를 쓰는데 우리는 포르투갈어를 쓰기도 하고, 그렇게 여러모로 문화적 차이가 있었다. 그런데 콜롬비아에 와서 이곳 출신 스탭, 배우들과 함께 일하면서 라틴아메리카 문화에 대한 매우 강력한 문화적 체험을 할 수 있어 좋았다. 가족과 아이들까지 콜롬비아로 데려와 이곳에서 학교를 다니게 했는데, 이제 우리 모두 집으로 돌아와 기쁠 따름이다.
-<나르코스> 시즌2는 마약왕 파블로 에스코바르의 몰락을 다룰 예정이다. 그를 연기하는 당신 역시 촬영에 임하는 기분이 시즌1과는 달랐을 것 같다.
=그렇다. 내가 생각하기에도 이번 시즌은 지난 시즌과는 많이 다르다. <나르코스> 시즌1은 파블로 에스코바르의 인생 중 15년에 달하는 시간을 다뤘다. 그가 코카인을 팔고 크게 성공을 거두고, 끝내 감옥에서 탈출하기까지의 과정을 조명한다. 그건 파블로 에스코바르라는 마약상의 거의 모든 것들을 탐험하는, 에픽에 가까운 이야기였다. 반면 시즌2에서는 18개월만을 다룬다. 덜 서사적이지만 더 드라마틱한 시즌이 될 거다. 이번 시즌에서 파블로는 수많은 이들에게 ‘사냥’당하게 된다. 마약단속국, CIA, 그리고 우리가 만나게 될 새로운 플레이어들에 의해. 파블로는 그들로부터 가족을 보호해야 하고 유약한 모습도 보이게 된다. 파블로가 겪는 내면의 갈등이 이번 시즌의 핵심이라 말할 수 있겠다.
-이전에 한 인터뷰에서 파블로 에스코바르를 영웅처럼 묘사하지 않기 위해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동시에 나는 <나르코스>의 주인공이 파블로 에스코바르를 쫓는 미국 마약단속국 경찰이 되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우리 드라마를 보면 완전히 선한 사람도, 완전한 악당도 없다. 파블로와 경찰들의 행동을 보면 다른 듯하면서도 비슷한 점이 많지 않나. 시즌2에서도 이처럼 등장인물들의 윤리적 갈등이 주요하게 다뤄질 거다. 아까 파블로의 유약한 모습을 보게 될 거라고 말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여전히 파이터이자 폭탄을 터뜨려 사람들을 피 흘리게 만드는 남자다. 시즌2에서 우리는 파블로의 감정의 격랑을 목격하는 동시에 그가 여전히 많은 이들을 죽이는 살인자라는 걸 알게 될 거다.
-파블로 에스코바르가 숨을 거두는 장면은 이번 시즌의 핵심적인 순간이었을 거다. 그 장면을 촬영할 때의 에피소드를 말해달라.
=그건 매우 감정적인 경험이었다. 나뿐만 아니라 그 자리에 있었던 모든 스탭들이 같은 마음이었을 거라 생각한다. 우리 모두 지난 2년 동안 파블로 에스코바르의 삶을 함께 거쳐왔기 때문이다. 그 여정이 여기서 끝난다고 생각하니 감정적이 될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파블로가 숨을 거둔 콜롬비아 메데인의 바로 그 장소에서 촬영했다. 그건 매우 감정적이고 기묘한 경험이었다.
-<나르코스> 이후의 계획이 궁금하다.
=현재 영화 연출작을 준비하고 있다. 1960년대 브라질의 혁명가이자 게릴라 이론가인 카를루스 마리겔라에 대한 정치적인 영화가 될 거다. 내년 1월쯤 촬영에 들어갈 생각이다. (직접 출연은 안 하냐고 묻자) 이번에는 연출만 할 생각이다. 여전히 나는 파블로 에스코바르에 사로잡혀 있어서 그를 떠나보낼 시간이 필요하다. 촬영을 위해 늘렸던 체중도 줄여야 하고. 말하자면 ‘파블로 디톡스’라고 할까.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