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우, 다르긴 달라.” 주지훈의 촬영을 지켜보던 곽도원이 말한다. “도대체 저런 포즈는 어떻게 잡는 거야?” 그러자 주지훈이 “이런 것도 있어요”라며 한쪽 발로 큰 원을 돌려 보인다. 9월28일 개봉을 앞둔 <아수라>의 표지 촬영현장, 농담을 하면 재치로 임기응변 하는 다섯 배우의 모습을 지켜보며 영화에서 그들이 주고받았을 합도 덩달아 짐작해본다. 현장에서의 화기애애함과 달리 김성수감독의 신작 <아수라>는 어둠의 에너지로 가득한 작품이다. 악덕 시장, 교활한 검사와 그의 포악한 부하, 비리 형사와 꿍꿍이를 알 수 없는 후배 형사. 진창 같은 삶의 미로 속에서 마지막에 살아남아 웃는 자가 되기 위해 발버둥치는 인물들의 초상을 충무로의 스타 플레이어들이 연기한다는 점이 흥미롭다. 누가 누가 더 매력적으로 나쁠까. 김성수 버전의 ‘고담’에서 살아돌아온 다섯 남자배우들의 후일담을 전한다.
곽도원이 김성수 감독에게
“10여년 전 미쟝센단편영화제 비정성시 부문에 출품된 <열정 가득한 이들>(감독 유승조, 2007)에 출연했다. 당시 영화를 보러오신 김성수 감독님이 뒤풀이 때 내게 먼저 인사를 건네시더라. ‘연기 잘 봤다. 극에서 PD로 나오는데 진짜 PD인 거냐?’며 내 연락처까지 챙겨 가셨다. 연극만 해와 영화 연기가 뭔지 하나도 모르던 내게 <비트>(1997)의 김성수 감독님이 연기 칭찬을 해주셨으니. 불안하고 막연했던 그때의 내게 희망을 주신 분이다. 그러니 <아수라> 시나리오를 받았을 땐 ‘무조건 한다!’는 생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