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타]
[커버스타] 뜨거운 사나이 - 정만식
2016-09-20
글 : 이예지
사진 : 백종헌

“독한 것 같기도 하고, 순한 것 같기도 하고… 동물적인 눈이다. 개의 눈 같달까.” <아수라> 김성수 감독이 배우 정만식을 표현한 말이다. “스파르타 검투사 같은 얼굴이라고도 하시더라. 감독님 취향의 남자다운 얼굴이라고. (웃음)” ‘개의 눈’에 ‘검투사의 얼굴’을 지닌 정만식은 김차인(곽도원) 검사의 사냥개, 검찰수사관 도창학으로 분했다. 욕망이 들끓는 <아수라>에서 검사, 시장(황정민)이 욕망의 두축이 된다면, 도창학은 검사 김차인에게 충성하며 그의 지시를 받아 한도경(정우성)을 이용하는 행동대장에 가깝다. 머리를 쓰고 지시를 내리는 이들에 비해, 손발이 먼저 나가고 거친 욕설로 상대방을 제압하는 도창학은 동물적인 위압감을 주는 인물이다. “리얼한 액션을 위해 합도 없이 ‘개싸움’을 했더니, 어릴 때 하던 가락이 나오더라. 동네에서 싸움 제일 잘하는 형이었지. 오해는 마시라. 지금은 온순하고 와이프 말 잘 듣는다. (웃음)”

정만식에게 <아수라>는 여느 영화들보다 “징글징글하게 뜨거운 영화”였다. “용암처럼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욕망과 깊어질수록 위험해지는 관계들이 매력적이더라. 물리적 폭력보다 심리적 폭력의 강도가 훨씬 더 높았다.” 그는 악한들이 서로를 짓밟으려 발버둥치는 <아수라>의 세계가 “현재 우리가 사는 사회와 꼭 닮아 있다"고 말한다. “현실에서도 강한 자는 밟고, 약한 자는 밟힌다. 악함이란 누군가를 내 아래라고 생각하는 순간 시작되는 것 같다. 누군가를 아래로 보면, 그도 나와 같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못하게 되니까.” 그래서 검사의 개, 도창학을 비롯한 <아수라>의 인물들은 타인을 밟고 올라서려 한다. 물론, 이런 배역에 깊게 몰입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역할에 지배당하는 느낌이 있었다. 도창학이 생활화가 돼서 잠꼬대로 자꾸 험한 욕을 했다. 와이프가 놀라서 우는데, 얼른 일어나 시나리오를 보여주면서 대사라고 해명했다. (웃음)”

작품의 뜨거운 온도만큼 현장의 열기도 치열했다. “<아수라>는 준비해온대로만 하면 큰일 나는 영화였다. 그날 현장에 와서 분위기를 보고 어떻게 해야 할지를 찾아내야 했다. 리얼리티를 생생하게 살리기 위해, 그날 그날 현장에서 서로 부딪히고 박살나며 연기했다.” 주로 호흡을 맞춘 곽도원과는 척척 합이 맞는 편이었다. “김차인 검사는 도창학에게 주로 단문의 지시를 내리는 불친절한 캐릭터다. 그런데 형이 그런 대사들도 선명하게 던져줘서 받기가 쉬웠다. 이를테면, ‘해라’라고 한마디 하는데 그 밑에 ‘안 할 거면 나가’라는 뉘앙스가 짙게 깔려 있는 거지. (웃음)” 강도 높은 연기만큼, 배우들은 빠져나오는 시간의 중요성도 알았다. “촬영이 끝나면, 술을 싫어하시는 감독님 몰래 한잔씩 하며 그날의 신에 대해 얘기했다. 자신의 캐릭터를 두고 ‘참 못됐어, 말도 안 되는 인간이야’ 하는 식으로 말이다. (웃음) 안 그러면 영화 속 분위기에 눌릴 것 같더라. 덕택에 다섯 배우들 모두 전에 알던 사이처럼 친밀해졌다.”

<남자가 사랑할 때> <대호> 이후 세 번째 사나이픽처스의 작품에 출연한 정만식은 그들의 “식구”다. “<부당거래> 때부터 한재덕 대표님을 만났다. 항상 ‘만식이 착해’ 하시면서 나를 좋아해주신다. (웃음) 앞으로도 함께하고 싶다.” 그외에도 <베테랑> <내부자들> 등 마초적 냄새가 물씬 풍기는 영화들에서 악덕소장, 부장검사 등 센 역할을 맡아온 그는 최근 여태까지 해온 영화들과는 다른 <막둥이>(감독 마대윤)를 크랭크업했다. “평범하면서도 정 있는 역할이다. 이제는 새로운 모습들도 보여드리고 싶다. 멜로는 자신 없긴 한데… 연상연하 연애라면 잘할 수 있다. (웃음)” 이번 작품을 통해 액션의 맛도 알았다. “액션스쿨 가서 액션을 제대로 배우고, 정통 액션영화에 도전하고 싶다.” 액션부터 멜로까지, 정만식은 “나는 아직 젊고 건강하다”는 자신감을 잃지 않는다. “무엇보다, 배우를 계속하는 배우가 최고 아니겠나. 오래가는 배우가 되고 싶다.” 환하게 웃는 그에게서 어떤 젊음보다 강건한 건강함이 느껴진다.

김성수 감독이 정만식에게

“내 취향의 얼굴이다. 다시 태어나면 정우성보다 정만식의 얼굴로 태어나고 싶을 정도다. (웃음) 아그리파 같은 고전적 남성미가 있지 않나. 굉장히 센 얼굴인데, 눈은 사람 좋아 보이는 구석도 있다. 양면적인 검찰수사관 도창학 역에 딱이었다. 웃으면 더 무서워서 미소를 머금으라고 디렉팅한 적도 있다. (웃음)”

스타일리스트 이은지 / 헤어 제니하우스 최지혜 / 메이크업 제니하우스 임미현 원장 / 의상협찬 어반테일러, IWC 워치, 벨루모, 아벨로수트, 퍼스트플로워, 푼크트, 자라옴므, 개런티슈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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