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스페셜] 울주세계산악영화제 방문한 ‘산악계의 살아 있는 전설’ 라인홀트 메스너
2016-10-12
글 : 이예지
사진 : 최성열

울주에 산악계의 살아 있는 전설이 떴다. 고향인 이탈리아 볼차노에 메스너 산악 박물관이 설립될 정도로 저명한 산악인인 라인홀트 메스너는 1978년 세계 최초로 에베레스트를 무산소로 등정한 후, 낭가파르바트 단독 등정, 1986년 로체 등정에 성공함으로써 세계 최초로 히말라야 8000m급 14좌를 완등한 인물이다. 또한 그는 <검은 고독 흰 고독> <벌거벗은 산>을 비롯한 60여권이 넘는 저서를 쓴 작가이자, 영화 <운명의 산: 낭가파르밧>(2010)의 실화 속 주인공이기도 하다. 첫 내한해 제1회 울주세계산악영화제를 방문한 라인홀트 메스너를 만났다.

-어떻게 그 수많은 기록을 세울 수 있었나.

=나는 정말 평범한 사람이다. (웃음) 하지만 나는 계속 시도했고, 시행착오를 통해 배우며 무릎을 꿇어야 했을 때도 또다시 일어났다. 물론 운도 따랐다. 산악인들 중 나보다 실력이 좋은데도 불구하고 산에서 죽음을 맞이한 분들이 많다. 최고의 산악가 중 60살 이상은 90% 이상이 유명을 달리했다. 그렇다고 냉소적으로 이야기하고 싶진 않고, 등반 전 나는 ‘꼭 살아서 돌아와야 한다’는 다짐하에 철저한 준비를 하고 주의를 기울인다.

-산에 오를 때의 고독에 대해 저서에서 여러 번 다뤘다.

=아내가 날 떠나갔을 때, 혼자 남겨진 것을 감당하고 이겨내기 위해 낭가파르바트를 혼자 등정했다. 인간은 누구나 본능적으로 고독을 두려워한다. 산에 오른다는 것은 고독을 이겨내는 것이고, 죽음을 준비하는 과정을 미리 훈련하는 것과 비슷하다. 고독과의 투쟁에서 승리하면 온전한 자유를 느낄 수 있다.

-당신은 60여권의 서적을 쓴 작가이기도 하다.

=지금은 산악인이라기보단 산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는 스토리텔러다. 지금도 글을 쓰고, 이탈리아 볼차노에서 산악 박물관 6개를 운영하고 있다. 난 알피니즘의 의미를 문화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산과 인간간의 관계 맺기, 등반을 통한 인간의 변화, 등반을 통해 느끼는 여러 감정을 책과 영화 등으로 전달하는 것 말이다.

-산을 다룬 어떤 이야기가 좋은 이야기일까.

=나는 저서에 내 실제 경험, 감정, 생각들을 묘사한다. 인생은 우리에게 최고의 이야기를 전하고, 현실은 픽션보다 강력하다. 할리우드가 종종 만드는 허황된 이야기보다도 말이다. 산악영화 <버티컬 리미트>(2000)는 정말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웃음) 때론 현실을 낭만적으로 포장하지 않고 전달할 용기도 필요하다. 내 책이 반응이 좋은 것은 현실적인 이야기를 다루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운명의 산: 낭가파르밧>의 실제 주인공이고 산악영화도 다수 검수했다. 영화를 만들 생각은 없나.

=카메라 앞에 서기도 하고, 실화 속 주인공이 되기도 했지만 결과물이 영 성에 안 차더라. (웃음) 올해 첫 영화를 연출했다. 1970년 케냐 산에서 두명의 의사가 추락하는 사고를 당한 실화가 있었다. 영화는 그 7일간 일어난 비극적인 일을 다뤘다. 한명은 다리가 부러져서 절벽을 내려갈 수 없고, 한명은 내려갔다 올라갔다를 반복하며 그를 구할 방법을 찾는다. 산악인 배우들을 기용해 실제 등반 과정과 추락 과정을 사실적으로 연기할 예정이다. 제목은 <스틸 얼라이브>. 오스트리아 TV 채널에서 11월에 방영할 예정인데, 디렉터스 컷으로 내년 울주세계산악영화제에 출품해 상영하고 싶다. (웃음)

-영화감독으로 제2의 인생이 시작되겠다.

=75살이니 새 삶을 시작하기에 어린 나이다. (웃음) 영화를 만드는 일이 내 다음 목표다. 여태까지 암벽등반, 고산등반, 남북극과 고비사막 횡단, 박물관장 등 다양한 활동을 했지만 이제는 나만의 방식대로 산악영화를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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