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시일반의 대표적 사례로 남을 프로젝트가 탄생했다. <자백>이 영화 한편의 스토리펀딩 프로젝트 중에선 최초로 모금액 4억원을 돌파하는 성공을 거뒀다. <자백>은 지난 6월 13일 스토리펀딩을 오픈했고 단 하루 만에 3천만원 모금에 성공, 펀딩을 마감한 8월31일까지 80일간 1만7261명이 참여해 4억3427만6천원으로 모금을 종료했다. <자백>의 엔딩 크레딧엔 스토리펀딩에 참여한 후원자들의 이름이 새겨졌다. 상영시간만 6분30여초에 이르는 대기록이다. 그리고 그들을 초청한 시사회는 이번 호 표지로 남겨졌다.
스토리펀딩은 다음카카오의 뉴스펀딩 서비스로부터 시작된 크라우드 펀딩의 한 방식이다. 콘텐츠 소비자가 유의미한 기획에 후원금을 내면 펀딩에 성공한 기획은 뉴스로 제작 되었다. 이에 펀딩 영역을 넓혀 뉴스 이외에도 여러 이야깃거리를 영화나 공연, 책 등으로 제작 가능하게 한 것이 스토리펀딩이다. 스토리텔링을 갖춘 콘텐츠만이 스토리펀딩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자백>의 스토리펀딩은 프로듀서를 맡은 김재환 감독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최승호 감독은 “김재환 감독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주제를 영화화하면 멀티플렉스 배급이 어려울뿐더러 관객도 안 든다’고 조언했다. 전작 <트루맛쇼(2011), <MB의 추억>(2012), <쿼바디스>(2014)를 배급하는 동안 힘들었던 경험을 상기해 <자백>의 스토리펀딩을 권했다”고 말했다. <자백>의 국내 배급을 담당한 엣나인필름의 주희 이사는 “펀딩 자체로는 마케팅과 후원인 시사 비용을 모을 수 있었고 펀딩에 참여한 후원인들이 자발적, 개별적으로 나서서 자기 주변에 홍보도 해줬기 때문에 마케팅 면에서도 매우 효율적이었다”고 전했다. 최승호 감독은 개봉 직전 후원인 시사까지 순탄하게 마칠 수 있었던 데엔 이상봉 개발자의 재능기부도 큰 힘으로 작용했다고 언급했다. “이상봉 개발자는 평소 ‘뉴스타파’와 함께 일하던 분인데 일반적인 펀딩 리워드 방식대로 전화나 메일을 돌려서 후원인들과 연락을 했다면 시간은 시간대로 들고 소수 인원의 마케터들이 감당하기 벅찰 거라 했다. 그래서 뉴스타파에 각 후원인이 상영관과 예매일을 사정에 맞춰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을 손수 만들어줬다. IT란 게 대단하더라. (웃음)”
따라서 <자백>의 사례만 보고 스토리펀딩을 손쉬운 마케팅 방식으로 여겨선 곤란하다. 모든 프로젝트가 펀딩에 성공하는 것도 아니거니와 성공했다한들 “리워드 단계에서 정성을 다해 후원인들을 책임질 수 없다면 시작도 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주희 이사는 말한다. 그는 “후원인들은 프로젝트에 깊이 관심을 두고 스스로 마음을 나눠준 사람들이기 때문에 단순하게 돈 받은 만큼 돌려주면 된다고 생각하는 건 금물이다. 프로젝트를 대하는 개인의 온도차가 크다. 십시일반의 마케팅인 만큼 후원인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최대한의 응대를 할 수 있어야 하는 책임감을 요한다”고 덧붙였다. 그렇게 긴 시간 숙성된 <자백>이 드디어 극장 문을 두드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