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스페셜] <빗속에서 흔들리는 여자> 한노 요시히로 감독
2016-11-09
글·사진 : 김성훈

허우샤오시엔이나 지아장커 감독의 영화를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그의 이름을 한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허우샤오시엔의 <해상화>(1998), <밀레니엄 맘보>(2001), 지아장커의 <플랫폼> (2000), <24시티>(2008), <산하고인>(2015)을 포함하여 많은 영화의 음악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는 한노 요시히로다. 이번엔 그가 영화 연출에 도전했다. 도쿄국제영화제 ‘아시아의 미래’ 부문에서 상영된 그의 연출 데뷔작 <빗속에서 흔들리는 여자>는 과거를 지운 채 새 삶을 살아가려는 남자 겐지(아오키 무네타카)와 그의 앞에 나타난 신비로운 여자 사토미(오노 이토), 두 남녀의 사연을 그린 미스터리 멜로드라마다. 한노 요시히로는 “연출을 직접 해보니 음악과 연출은 닮은 점이 꽤 많더라”라고 소감을 말했다.

-14년 전 파리에서 아오키 무네타카를 만나 이야기를 구상했다고 들었다.

=그때 이 이야기가 시작된 것은 아니었다. 친구와 술을 마시고 있는데 그가 우리 테이블로 와서 함께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때는 그와 아는 사이가 아니었다. 그러다가 10년 전 시부야의 한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고 있는데 그가 옆 테이블에 앉아 있더라. 함께 술을 마시면서 무언가를 해보자고 얘기했다.

-마치 운명 같은 사연이다. (웃음) 이야기를 쓴 것은 언제인가.

=5, 6년 전 시나리오를 썼다. 처음에는 이야기의 스케일이 컸는데 작은 규모로 바뀌었다. 그게 아오키 무네타카를 주인공으로 한 이야기로 발전해서 지금의 이야기가 됐다.

-영화를 연출하겠다고 알리자 주변의 반응은 어땠나.

=가족들은 잘해보라고 응원했다. 하지만 몇몇 영화계 친구들은 영화음악과 연출은 다른 일이라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겐지는 과거를 지우고 새로운 삶을 살기 원한다. 사토미는 소재가 불분명한 신비로운 여자다. 둘의 공통점이라면 과거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사실이다.

=그게 이 이야기의 핵심이다. 과거에 둘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고, 그때는 서로의 존재에 대해 알지 못했다. 그런 설정이 이야기를 흥미롭게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인물의 감정이 서사를 이끌어가는 영화다. 아오키 무네타카, 오노 이토와 어떻게 소통했나.

=아오키 무네타카는 연기를 잘하고 연기 경험이 많은 배우다. 다른 배우와 함께 등장하는 신에서도 주인공으로서 그가 항상 눈에 띄길 원했다. 촬영 첫날 카메라로 그를 바라봤을 때, 그가 눈에 띄도록 연습을 엄청 했던 기억이 난다. (웃음) 오노 이토는 연기 경험이 거의 없었고, 그 사실을 이용했다. 사토미는 세상과 거리를 둔 인물인 탓에 오노 이토가 연기를 하기보다는 자연스럽게 행동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겐지와 사토미가 점점 가까워지면서 오노 이토가 성장하고 변화하는 모습을 담을 수 있어서 좋았다.

-음악감독으로서 당신은 허우샤오시엔, 지아장커 감독과 오랫동안 작업해왔다. 두 거장은 어떻게 알게 됐나.

=<해상화>를 준비할 때 제작사였던 쇼치쿠 스튜디오가 허우샤오시엔 감독에게 일본 음악감독과 일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고, 허우샤오시엔 감독이 그들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당시 나는 오사카에서 댄스음악을 만들고 있었다. 쇼치쿠 스탭이 허우샤오시엔 감독에게 추천할 일본 음악감독들의 앨범을 사기 위해 음반 가게인 타워레코드에 들렀다. 류이치 사카모토 같은 유명 영화 음악감독들의 CD를 계산하는데 쿵짝쿵짝하는 댄스음악이 매장에서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게 내 음악이었다. (웃음) 스탭은 내 앨범까지 구매해 허우샤오시엔 감독에게 전달했고, 허우 샤오시엔 감독이 나를 선택했다고 알려왔다. 쇼치쿠의 모든 사람이 반대했지만 그와 함께 작업할 수 있었다.

-지아장커는 어떻게 만났나.

=지아장커 감독이 <해상화>를 보고 나와 함께 작업하고 싶다고 전해와 <플랫폼>부터 최근의 <산하고인>까지 쭉 함께하고 있다.

-허우샤오시엔과 지아장커 두 감독은 이 영화를 봤나.

=지아장커 감독이 영화를 보셨다. 그를 위해 중국어 자막을 만들었고, 그는 이 영화가 마음에 든다고 말씀해주셨다.

-영화를 직접 연출해보니 어떤가.

=사진은 순간의 미학이고, 영화는 시간과 공간의 흐름을 담아내며, 음악은 시간을 조작할 수 있는 매체다. 넓은 의미에서 시간의 흐름을 담아낸다는 점에서 영화와 음악은 무척 가까운 사이인 것 같다. 현재 음악감독으로서 세편의 작업을 앞두고 있고, 다음 연출작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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