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애니메이션 <씽>은 제목에서부터 이 영화의 진짜 주인공이 누군지 천명한다. 비틀스, 프랭크 시내트라, 카니예 웨스트, 레이디 가가, 케이티 페리, 존 레전드, 샘 스미스, 테일러 스위프트 등 1940년대부터 지금까지 팝의 역사를 아우른 인기곡들로 상영시간을 가득 채운다. 영화에 삽입된 곡 수는 80곡이 넘고, 그중 한 소절만 듣고도 무슨 노래인지 알아차릴 수 있는 이른바 ‘히트곡’은 65곡에 이른다.
<씽>은 클라이맥스인 경연대회를 향해 달려가는 노래의 여정이다. 영화에서 캐릭터마다 노래 몇곡씩이 주어지는데, 이 노래들은 각각의 열망의 표현인 동시에 그 열망에 이르는 여정을 상징한다. 이를테면 돼지 로지타가 25마리나 되는 아이들을 먹이고 씻기고 재우며 부르는 노래는 케이티 페리의 <Firework>이고, 고릴라 조니는 은행을 털러간 아버지 일당을 기다리며 골목에서 더 좀비스의 <The Way I Feel Inside>를 흥얼거리다 경찰에 발각될 뻔한다. 노래를 부르고 싶은 진짜 마음과 달리 아버지를 위해 하기 싫은 일에 가담해야 하는 조니는 오디션에서 샘 스미스의 <Stay with Me>를 부르고, 아버지와 감정의 골이 깊어졌을 땐 어셔가 피처링한 데이비드 게타의 <Without You>를 선곡한다. 거리의 악사로 거친 풍랑 속에서 살아온 생쥐 마이크의 선곡은 프랭크 시내트라의 <My Way>, 이별의 아픔을 딛고 일어나 성장한 마음을 표현한 애쉬의 자작곡은 <Set It All Free>다.
가장 작은 목소리의 생일축하 노래로 시작해, 가장 큰 울림과 감동을 주는 목소리의 주인공은 코끼리 소녀 미나다. 부끄럼이 많아 헤드폰으로 바깥 소리를 차단하고, 커다란 귀로 얼굴을 가린 미나는 들어주는 이 하나 없는 폐허에서 레너드 코언의 <할렐루야>를 부른다. 인생의 추락을 경험한 버스터 문이 미나의 진가를 알게 되는 건 바로 이 장면 덕분이다. 그 뒤 미나는 무대에 올라 관중을 하나로 만드는 노래의 힘을 보여준다. 스티비 원더의 <Don’t You Worry ‘Bout a Thing>이 그때 부르는 곡으로, 미나의 목소리를 연기한 가수 토리 켈리가 부른다.
<씽>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곡은 오롯이 <씽>을 위해 만들어진 노래 <Faith>로, 스티비 원더와 아라아나 그란데가 함께 불렀다. 일루미네이션은 <슈퍼배드2>에서 퍼렐 윌리엄스의 <Happy>를 크게 흥행시킨 전력이 있는데, <씽>의 엔딩 크레딧을 장식하는 노래 <Faith> 역시 아카데미 주제가상을 노려볼 만하다. 음악을 통해 꿈을 이루고, 음악을 통해 여러 세대가 소통하고 교류하는 영화 전체의 주제와 더없이 어울리는 주제가다.
추신: 주인공 버스터 문도 노래 부르는 장면이 있다. 어떤 장면의 어떤 노래인지는 영화에서 확인할 것. 매튜 매커너헤이가 부르는 걸 상상하면 웃음이 나오는 그런 노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