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스페셜] 규모가 크든 작든 작품에 단단함이 있어야 한다
2017-01-11
글 : 김성훈
사진 : 오계옥
김도수 쇼박스 한국영화본부 상무

쇼박스는 2016년 1월부터 11월까지 한국영화 관객 점유율이 투자·배급·직배사를 통틀어 가장 높았다(12월 통계는 미발표).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2016년 11월 한국 영화산업 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쇼박스는 관객 점유율 28.3%를 기록했다. 2위 CJ E&M의 24.7%보다 3.6% 높은 수치다. 지난해 라인업 총 7편 중에서 <검사외전>(970만여명), <터널>(712만여명), <럭키>(697만여명), <굿바이 싱글>(210만여명) 등 4편이 손익분기점을 넘었다. 쇼박스에 2016년은 실속을 제대로 챙긴 해라 할 만하다. 마침 김도수 쇼박스 한국영화 제작투자 본부장이 1월1일부로 한국영화본부 상무로 승진해 축하 인사부터 건넸다.

-쇼박스 2016년 라인업 7편 중에서 무려 4편이 손익분기점이 넘었는데.

=영업이익(총매출-비용=영업이익)은 124억원(매출액은 866억원, 2016년 3분기 기준)으로, <암살> <내부자들> <사도> <극비수사> 등이 개봉했던 2015년의 영업이익 110억원(매출액은 1031억원, 2015년 3분기 기준)보다 많다. <검사외전>(감독 이일형)과 <터널>(감독 김성훈)은 한국 사회의 현실이라는 최근 영화산업의 트렌드에 편승해 만든 작품이었다. 970만여명(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집계)을 불러모은 <검사외전>은 경쾌하고 오락적으로 풀어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럭키>(감독 이계벽)와 <가려진 시간>(감독 엄태화)은 회사 내부적으로 새로운 시도를 했다고 생각한다. <럭키>는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둔 코미디영화였다. <가려진 시간>은 무조건 잘될 거라는 확신을 가지고 하진 않았지만… 시장에 내놓는 데 의미가 있었던 기획이었다.

-중급 규모의 영화를 가지고 실속을 제대로 챙겼다고 볼 수 있겠다. 지난해 결과가 향후 라인업을 운용하는 데 어떤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나.

=그렇다고 쇼박스가 앞으로는 제작비가 큰 규모의 영화를 하지 않겠다는 건 절대 아니다. 지난해 라인업이 <암살>이나 <미스터 고> 같은 영화에 비하면 규모가 작은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영화를 만드는 책임감까지 작아지는 건 아니다. 라인업 숫자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규모가 크든 작든 작품에 단단함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은 변함없다.

-지난해부터 폭스, 워너 같은 직배사 두 군데가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라인업 확보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이들의 가세는 쇼박스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 같나.

=워너는 <밀정>을, 폭스는 <곡성>을 성공시키지 않았나. 경쟁하고 있는 상황이니 좋진 않다. (웃음) 폭스나 워너가 아니었다면 <밀정>과 <곡성> 둘 중 하나는 쇼박스와 했을 것 같은데. 그간 CJ, 롯데, 쇼박스, NEW 등 4대 대형 배급사를 제외한 허리 라인에 큰 움직임이 없었는데 두 직배사는 시장에 빨리 안착해 유의미한 움직임을 만들어내고 있다. 감독이나 제작자에게 이러한 시장 변화는 좋을 것 같다. 선택지가 늘어났을 뿐 아니라 기존의 대형 투자·배급사가 결정하지 못한 기획을 풀어낼 수 있는 기회가 생겼으니까. 하지만 직배사들이 산업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좀더 지켜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워너는 수익을 6:4(투자자:제작자)로 나누겠다고 말한 바 있다. 폭스는 두 가지 선택지를 제작자나 감독에게 제안하겠다고 했다. 개런티를 많이 가져가거나 기존대로 수익을 6:4로 배분하거나. 각각의 프로젝트마다 계약 내용이 다르지만 직배사의 계약 조건이 기존의 시장 상황에 변화를 주는 건 분명한데.

=꼭 그렇지만은 않다. 직배사의 계약 내용을 자세히 알진 못하지만 계약 조건보다 더 중요한 건 프로젝트를 얼마나 잘 개발할 수 있는가다. (감독이나 제작자에게) 부족한 것들을 채워주고, 창작자가 객관적으로 보지 못할 때 균형을 잡아 좋은 영화를 만들어내는 게 중요하다. 그 점에서 쇼박스만의 오랜 노하우가 있다.

-올해 쇼박스 라인업을 살펴보니 반가운 얼굴들이 많다.

=라인업 숫자는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 될 것 같다. 모두 기대가 되는 작품이다. <택시운전사>의 장훈, <특별시민>의 박인제, <살인자의 기억법>의 원신연 감독은 오랜만에 신작을 내놓았다. 지난해 개봉예정이었던 곽경택 감독의 <부활>은 올해 개봉한다. 나현 작가의 연출 데뷔작인 <더 프리즌>과 현빈과 유지태가 출연하고 사기를 소재로 한 영화 <꾼>(감독 장창원)도 있다.

2017년 타사 기대작

롯데의 <신과 함께>. 한국에서 한번도 선보인 적이 없는 프로젝트라 어떻게 나올지 무척 궁금하다. <미스터 고>에서 보여준 덱스터의 기술력이 어디까지 도달할지, 저승에 대한 김용화 감독의 세계관이 시각적으로 어떻게 구현될지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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