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CJ E&M의 영화사업부문의 성적은 영 신통치 못했다. 단순 비교해봐도, 1300만명을 동원한 <베테랑>(2015)이 있던 2015년의 여름 시장에 비해 지난해는 700만명을 조금 넘긴 <인천상륙작전>으로 만족해야 했다. 게다가 이 스코어가 지난해 CJ E&M의 최고 성적이다. 2016년 12월21일 개봉한 <마스터>가 흥행하고 있다지만 아쉬운 건 아쉬운 거다. 지난해 8월 한국영화사업본부장에서 해외사업본부장으로 자리를 이동한 권미경 본부장을 만났다. 2016년에 대한 자평 그리고 2017년 전망에 대해 물었다.
-지난해는 <국제시장>(2014)에 이어 <베테랑>으로 고공 행진하던 2015년과 달리 침체기였다.
=여름 시장 블록버스터조차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다. <부산행>(배급 NEW)이 그렇게 셀 줄 몰랐다. 경쟁작 분석에 실수가 있었다. 제작 중인 작품의 진행 상황의 변수를 잘 살피지 못하는 등 역량이 부족했다. 그래도 의미 있는 작품들을 내놓았다. <아가씨>는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으로서는 역대 최고의 제작비를 들여볼 만 했다. 조성희 감독의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 이경미 감독의 <비밀은 없다>도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기존과 다른 메뉴들인데 이런 시도도 CJ E&M이니까 해볼 수 있었던 게 아니겠나.
-지난해 워너브러더스코리아와 이십세기폭스코리아가 국내 진출했다. 새로운 경쟁 구도가 만들어지면서 CJ E&M의 성적과 향후 라인업 구성에 영향을 주지 않겠나.
=선의의 경쟁자들일 뿐 그들의 진입이 우리의 성적 부진의 이유는 아니다. 그들도 좋은 작품으로 한국영화 시장을 잘 이끈다고 하면 함께 잘해나가면 된다.
-해외사업본부장이 된 지 6개월째다. 그룹 차원에서 ‘글로벌 톱10’을 내세우고 해외 영화시장 진출을 꾸준히 해온 만큼 중책이다.
=이미 성숙된 국내 시장에서 1, 2등을 따지기보다는 한국 문화를 해외로 가져가는 게 우리의 숙제다. 글로벌화에 우리만큼 의지가 있는 곳도 없다. <수상한 그녀>만 해도 ‘원 소스 멀티 테리토리’(One Source Multi Territory) 전략으로 한국, 중국, 베트남 등 9개 언어로 각색했다. <써니>는 베트남에서 <야생마>라는 제목으로 제작을 준비 중이다. 국가별 로컬영화 제작에도 힘쓰고 있다. 베트남에서는 매년 4~5편의 로컬영화를 제작한다. 지난해 인도네시아에서 한·인니 합작영화 <차도 차도>도 개봉했다.
-국내외 영화의 기획, 제작을 담당하는 글로벌기획제작본부가 신설됐다. 기존의 해외사업본부와는 어떻게 업무 분담을 하나.
=해외 진출 시 국가별 문화를 알아야 한다. 해외사업본부는 1팀, 2팀으로 나눠 국가별로 담당자를 두고 기획 개발을 한다. 글로벌기획제작본부는 일단 한국영화의 기획, 제작을 출발점으로 삼았다. 장기적으로는 해외사업과 합쳐질 것 같다. 이를테면 한국영화 제작을 생각하고 시작한 기획이지만 이런 내용은 베트남에서 만드는 게 낫겠다 싶으면 해외사업본부로 토스하는 식이다. 장기적으로는 한국영화사업부와 해외영화사업부의 구분이 없어지지 않을까 싶다.
-지난해 11월8일 JK필름을 인수합병했다. 기대하는 바가 있을 것이다.
=글로벌기획제작본부를 중심으로 JK필름과 함께 기획에 힘을 쏟아 해외 시장으로 진출하는 거다. 해외 제작자들이 항상 하는 말이 ‘좋은 이야기 어디 없나’이다. 올해 성과를 보여야 할 때다.
-올해의 라인업은 자신 있나.
=지난해가 최악이었기에 그보다 못하면 내년 인터뷰 때는 내가 없을 수 있다. (웃음) 작품의 시장성과 경쟁작을 꼼꼼히 따져 조율 중이다. 그룹의 부침이 있었지만 열심히 잘해야지. <조작된 도시>의 박광현, <7년의 밤>의 추창민 감독님들처럼 오랜만의 복귀작이라 더 잘되길 바란다. 김성훈 감독의 <공조>를 시작으로 상반기에 외화까지 7편 개봉예정이다.
-가장 큰 기대작은.
=제작비로 말하면 다른 분들도 수긍하실 거다. <군함도>(제작비 200억원, 손익분기점 700만명). 황정민, 송중기, 소지섭 배우를 캐스팅해 운이 좋았다. 그리고 류승완 감독님은 이제 연륜까지 느껴지더라. (웃음)
2017년 타사 기대작
올여름 시장은 전쟁이다. <군함도>, <덩케르크>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신과 함께>(롯데), <택시운전사>(쇼박스)까지. 아, 하나를 꼭 꼽아야 한다면 송강호 배우의 출연으로 기대감이 생기는 <택시운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