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서사가 아닌 특정 장면이나 구도와 배치가 전해주는 정서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
2017-03-01
글 : 김현수

2차 세계대전을 겪고 난 일본이 미국의 통치 지역과 유니온 정부의 통치 구역으로 나뉘면서 남북이 분단된다는 가상의 역사를 배경으로 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첫 극장판 애니메이션이다. 미국의 통치 지역 중 하나인 아오모리현에 사는 히로키(요시오카 히데타카)와 타쿠야(하기와라 마사토)는 분단 때문에 갈 수 없는 유니온 구역 하늘에 떠 있는, 우주로 향해 있는 탑을 동경한다. 그들은 직접 비행기를 만들어서 언젠가는 높은 탑 근처까지 날아갈 계획을 세운다. 히로키가 흠모하는 소녀 사유리(난리 유카)도 계획에 가세하지만 세 사람은 어떤 이유 때문에 탑으로 가지 못하고 훌쩍 자라버린다. 그로부터 3년이란 시간이 흐른 뒤 히로키는 다시 한번 유니온 하늘에 솟아 있는 탑으로 비행기를 타고 가야겠다는 결심을 한다.

가상의 역사와 과학을 배경으로 한 SF 배경의 설정 위에 소년 소녀의 꿈, 미지의 세계를 향한 동경, 알 수 없는 인연으로 이어진 초월적 사랑 등 영화는 이야기의 흐름보다 특정 장면이나 구도와 배치가 전해주는 정서에 집중한다. 때문에 기시감이 느껴지는 SF 설정은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는다. 도시와 시골의 공간 대비부터 인물의 구도, 편집과 음악에 이르기까지 최신작 <너의 이름은.>과 흡사하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 고유의 연출 특징이 막 형성되던 시기에 탄생한, 정제되지 않은 날것 같은 작품이다. 2005년 20회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서 장편우수상을 수상한 뒤, DVD로 출시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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