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설립한 쓰리와이코퍼레이션은 ‘억’ 소리 나는 뉴미디어 콘텐츠 제작사다. UDT(해안 정찰 및 물속에 설치된 기뢰 따위의 장애물을 폭파, 제거하는 일을 맡아보는 해군 부대) 훈련 체험 예능프로그램 <가짜사나이>(2020), 상금을 건 리얼리티 프로그램 <머니게임>(2021), 크리에이터 진용진이 각본과 연출을 맡은 <없는 영화>(2022) 등 매해 유튜브 누적 조회수 1억회를 가뿐히 넘는 메가 히트작을 내놓으며 빠르게 성장했다. 쓰리와이코퍼레이션의 창업자이자 유튜버인 김계란 총괄 PD가 출연하는 건강 관리 채널 <피지컬갤러리>는 현재 구독자 수 309만명을 돌파했고, 2023년 10월, 김계란이 직접 프로듀싱한 걸밴드 QWER의 채널은 구독자 75만명에 이른다. 최근엔 콘텐츠 제작뿐만 아니라 연예 매니지먼트와 홍보 마케팅으로도 사업을 확장해 종합 미디어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김계란 총괄 PD를 만나 쓰리와이코퍼레이션이 디지털플랫폼에서 어떻게 조용히 독자적 지평을 개척하는 데 성공할 수 있었는지 물었다.
= 단순히 유튜브 채널만 운영하는 게 아니라 여러 가지를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제작사로서 보유한 IP로 콘텐츠를 다양하게 만들어보고 싶었고 잘 키운 IP를 기반으로 커머스 사업도 진행해보고 싶었다. 매니지먼트를 겸해서 우리 콘텐츠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스타로 만들 수 있다면 그것도 보람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마침 나와 비슷한 욕심을 가졌으면서도 나만큼 콘텐츠 제작에 자신 있어 하는 동료가 주변에 있었다. 뜻을 같이하는 친구도 찾았는데 창업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 한국 최초 타이틀을 많이 보유한 회사라 놀랐다. <가짜사나이>로 유튜브 최초 사전제작 및 시리즈물 개념을 도입했고, 전회차가 유튜브 인기 급상승 동영상 1위에 오른 <머니게임>은 웹툰을 리얼리티 콘텐츠로 만든 최초의 작품이다.
= ‘반드시 1등을 할 거야’라는 불타는 의지나 엄청난 전략을 가지고 시작한 건 아니었다. ‘내가 진짜 재밌어하는 건 뭘까?’라는 생각이 우선이었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워낙 좋아하고 당시 한창 붐이었던 소소한 TV 관찰 예능을 심심하다고 느끼던 부류였던 터라 콘텐츠도 결국 사람을 따라갔던 것 같다. 해외 넷플릭스의 하이퍼리얼한 콘텐츠들이 전세계적으로 히트하는 현상을 보고 이제 그런 이야기가 성공 가능성이 있을 거란 기대도 어느 정도 있었다.
- QWER의 데뷔 과정을 담은 시리즈 콘텐츠 ‘최애의 아이들’이 매회 조회수 100만회 이상을 기록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매니지먼트형 스튜디오로서의 정체성을 널리 알린 계기가 된 이 프로젝트의 출발점이 궁금하다.
= 역시나 음반 기획자로서의 야심이 있었다거나 대단한 아이돌 콘텐츠를 내놓겠다는 구상이 있었던 건 아니었다. 처음은 콘텐츠보다 사람이었다. 직간접적으로 교류하는 대부분의 크리에이터가 자기가 속한 MCN에서 충분히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다는 불만이 쌓인 상태였다. 재능 있는 친구들을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지 고민하다가 매니지먼트로서 그들을 직접 케어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QWER 프로젝트는 유튜버이자 드러머인 리더 쵸단을 포함해 음악을 진지하게 하고 싶어 하던 친구들이 어디에서도 음악적 환경을 제공받지 못하는 걸 보고 시작했다. 그렇게 가볍게 나누던 밴드 결성 아이디어는 어느새 빌보드에 오르는 밴드로까지 이야기가 커졌고 이왕 이렇게 된 거 밀어붙여야겠다 싶었다. ‘최애의 아이들’은 <가짜사나이> <머니게임>이 그랬듯 나라는 사람을 반영한 결과물이다. 뭐든 기록해두는 성격을 가진 성장 서사의 광팬이자 음악 프로그램 제작에 대한 꿈이 있었기에 탄생할 수 있었고 운이 좋아 많은 호응을 얻었다.
- 일단 뛰어들고 보는 성향이 유튜브 시장에서 자리 잡는 데 도움이 된 듯하다.
= ‘한번 해볼까?’가 쓰리와이코퍼레이션이 일하는 방식이다. 지금도 매일 회사 단톡방에 그런 식의 아이디어가 50개씩 쏟아진다. 다들 진심이라 장문으로 보내 읽기가 쉽지 않다. 내 경우 요즘 잘나가는 영화, 재밌게 본 드라마에서 얻은 영감을 툭툭 던진다. 다들 그냥 쓱 넘기다가도 괜찮다 싶은 게 나오면 그때부터 슬슬 시작하면서 수익화할 수 있는 구조를 구체적으로 만들어나간다.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으나 한 번 미끄러졌다고 해서 크게 좌절하진 않았다. ‘뭐 어때, 우린 유튜브잖아!’라는 마음가짐으로 서로를 위로하면서 지금의 규모로까지 사업을 확장할 수 있었다.
- 회사를 키워오면서 얻은 다른 스튜디오들과의 차별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 제작, 매니징, 광고까지 3중으로 사업을 운영하고 채널이 워낙 다양하다 보니 비즈니스적 제휴를 맺는 과정이 비교적 수월한 편이다. TV와 유튜브뿐만 아니라 온라인 커뮤니티까지 포함해 모든 미디어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는 상황에서 채널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트렌드 감지 능력이 뛰어난 숙련된 크리에이터들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솔직히 우리라면 더 저렴하게 고품질의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도 무기라고 생각한다.
- 김계란 하면 자동으로 <피지컬갤러리> 채널이 연상된다. 간단하고 친절한 운동 정보 콘텐츠로 사랑받았던 피지컬갤러리는 최근 ‘출장 PT 김계란’ , ‘뺀 김에 백까지’와 같은 대국민 건강 증진 콘텐츠들로 공익적인 역할까지 하고 있다. <피지컬갤러리>의 방향성이 여러모로 궁금하다.
= 채널 내 자극적인 콘텐츠들에 비하면 조회수가 덜 나옴에도 건강 콘텐츠 제작을 계속하려는 이유는 그런 영상들에 도움을 받았다는 구독자가 항상 존재하기 때문이다. 유익한 재미를 놓치지 않으려는 것이 우리 채널의 잘 안 알려진 전략이자 신념이다. 앞으로도 우리가 재밌다고 느끼는 걸 파고 또 파면서 매일같이 변화하는 유튜브 세상에서 살아남으려 한다. 살짝 귀띔하자면 지금 우리의 관심사는 버추얼 유튜버다.
공통질문
1. 이게 되네? 구독자에게 우리 스튜디오가 각인된 콘텐츠는?
“화제성과 파급력 면에서 <가짜사나이>를 이길 콘텐츠는 없지 않을까. 만드는 내내 어떻게 하면 제작비를 줄이고 효율적으로 일하면서 재미도 가져갈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 이때 고생하면서 터득한 것들이 든든한 기반이 됐다.”
2. 예상보다 조회수는 낮았지만 애정하는 콘텐츠는?“괴식 크리에이터 ‘우마’와 함께 기획한 서바이벌 ‘우마게임’. 수위 조절에 신경 쓰다가 어중간해진 것 같아 아쉬움이 크지만 제작 과정이 기억에 오래 남을 만큼 즐거웠던 터라 애착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