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인터뷰] “제작진과 구독자의 거리를 줄이고 싶다”, <나영석의 나불나불> <소통의 신> <출장 십오야> 나영석 에그이즈커밍 PD
2024-04-26
글 : 임수연
사진 : 오계옥

에그이즈커밍은 나영석 PD, 신원호 PD, 이우정 작가, 이명한 대표 네명이 주축이 된 제작사다. 기획개발팀을 따로 두는 대부분의 제작사와 달리 프로젝트별로 구성된 PD와 작가들이 기획부터 제작까지 함께 일하는 구조다. 이곳은 <강식당> <삼시세끼 산촌편> <슬기로운 의사생활> 등 TV 예능 및 드라마뿐만 아니라 구독자 632만명의 <채널십오야>에 다양한 유튜브 콘텐츠를 올리는 디지털 스튜디오로도 입지를 다져나가고 있다. 그 중심에 서 있는 나영석 PD는 레거시 미디어(최고 시청률 43.3%(닐슨 코리아 기준)를 기록한 <1박 2일>)에서 시작해 신생 케이블 채널의 위치와 색깔을 바꾸고(tvN <꽃보다 할배> <삼시세끼> 등) 현재 뉴미디어 플랫폼에서 새로운 실험을 이어나가고 있다. 지난해 <침착맨> 채널 라이브 방송에 출연한 그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성공한 유튜버 중 하나인 침착맨의 노하우를 빼가야 한다”며 유튜브 생태계의 생리를 배우겠다고 자처한 바 있다. 실제로 에그이즈커밍의 디지털콘텐츠는 이후 다른 국면에 접어들었다. 기존 TV 예능의 방식대로 접근해 하이브, YG 등 글로벌 팬덤이 막강한 엔터 기업과 함께한 <출장 십오야> 시리즈가 1천~5천만대 조회수를 기록하는 ‘초대박’을 냈지만, 오히려 몸집을 줄이고 개인화된 취향을 고려한 다양한 콘텐츠를 기획하기 시작한 것이다. “에그이즈커밍이 ‘잡화상’ 같은 스튜디오로 보이기를 바란다”는 나영석 PD에게 그가 유튜브 세계에서 무엇을 배워나가고 있는지 들었다.

- 한화 이글스 팬들이 중심이 된 <찐팬구역>이 유튜브 채널 <채널십오야>과 ENA를 통해 매우 월요일 동시 공개되고 있다. <최강야구>와 근래 야구 열풍을 바라보며 기획한 것인가.

= <찐팬구역>은 우리와 친한 외부 스튜디오의 기획을 함께하게 된 방송이다. TV 방송은 모두를 만족시켜야 한다면 유튜브는 좀더 호불호가 가미된, 개인적인 취향이 담긴 방송도 할 수 있다. 에그이즈커밍에도 한화 팬이 많고 스포츠 관련된 방송을 하나쯤 하고 싶었다. 좋은 콘텐츠가 있으면 우리 방송이 없는 요일(<채널십오야>는 매주 화요일 라이브 방송, 금요일 본방을 내보낸다.-편집자)에 일종의 플랫폼이 되어 내보내면 어떨까 생각했다. 우리도 처음 해보는 실험이다.

- <나나투어 with 세븐틴>은 tvN 방영판 외에 팬덤 플랫폼 위버스에서 2시간가량 풀버전을 유료로 서비스했다. 전반적으로 에그이즈커밍이 신생 플랫폼 및 새로운 수익모델을 고민하고 있는 단계로 보인다.

= 그것도 맞다. 위버스는 넷플릭스나 디즈니+처럼 OTT의 한 종류라고 본다. 팬덤 중심으로 특화된 플랫폼이다 보니 그룹에 대해 이해도가 훨씬 높은 분들을 위한 편집을 다시 해서 내보냈다. 에그이즈커밍 같은 중소 제작사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다양한 수익모델을 강구해야 한다.

- <채널십오야>의 콘텐츠들이 최고 조회수 5천만회 이상까지 기록하는 등 흥행했지만 정작 제작사는 유튜브로 수익을 내지 못한다고 고백해 화제가 됐다. 그래서 작업실에서 라이브 방송을 진행한 뒤 편집본을 내보내는 등 몸집을 줄이는 방향으로 전환한 것인가.

= 유튜브를 시작한 지 몇년 됐지만 아직 우리도 길을 찾아가는 여정에 있다. 정서적 판단과 정량적 판단이 있었다. 지난해 초까지는 <출장 십오야> 등 TV 버라이어티 방송과 비슷한 기획을 많이 했는데 하다 보니 남는 게 없더라. (웃음) 구독자도 늘고 인기도 많아졌지만 TV 산업에 비해 돈을 벌지는 못했다. 조회수 몇천만이 나오면 우리가 손해를 보지 않지만 비슷한 기조로 만든 다른 콘텐츠도 그만한 조회수가 나오지는 않는 하이 리스크-하이 리턴인 것이다. 정서적으로는, TV 콘텐츠를 만드는 것과 거의 비슷한 공력을 들여 유튜브 방송을 만드는 것은 사실 에그이즈커밍이 처음 유튜브 채널을 오픈했을 때의 의도는 아니었다. TV는 훨씬 전문화된 자원을 써서 무조건 성과를 내야 하는 방송을 만든다면 유튜브에서는 주니어 PD들도 훨씬 자유롭게 자기가 하고 싶은 소소한 기획을 하고 싶었다. 재미로 한번 해보자며 깔깔 웃고 말 수도 있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었는데 어느새 처음 기획 의도와 달리 덩치가 커져버렸다. 그래서 우리와 우리 주변 사람들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방향을 틀어야겠다고 결심했다. 침착맨님과 방송하면서 아이디어를 얻은 후 내부적으로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유튜브는 결국 식당 아주머니가 칼국수 파는 이야기를 하는 곳인데 우리가 그동안 너무 어렵게 접근한 게 아닐까? 그렇다면 <채널십오야>는 방송 만드는 PD, 작가, 스태프들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는 게 맞았다. 방송을 통해 만난 배우, 가수 등 동료들이 종종 나올 때도 다른 방송과 달리 편하게 와서 수다 떨다 가는 느낌으로 가고 싶었다.

- 연예인들과 일할 땐 엄청나게 많은 논의와 조율이 필요한 경우가 대부분인데 <채널십오야>의 라이브 방송에서 그들은 무척 편안해 보인다.

= 이를테면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찍은 배우 김대명에게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을 뛰어넘는 TV 프로그램을 같이 하자고 제안하면 서로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소소한 유튜브 기획으로 가면 훨씬 가벼운 마음으로 접근할 수 있다. 그리고 이게 10시간, 20시간씩 녹화하고 10회씩 출연하는 방송은 아니지 않나. 많아봐야 1년에 두세번 방송 출연을 하는 분들에겐 오히려 개인적인 이야기를 편하게 할 수 있는 곳이 된다. 자연스러운 소통이 팬들에게도 좋은 선물이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 <뿅뿅 지구오락실>에 나오는 이영지, 안유진, 미미, 이은지는 인스타그램 라이브와 실시간 소통에 익숙한 세대 아닌가. 때문에 <채널십오야>의 라이브 방송도 거리낌 없이 받아들일 거라고 생각했다. 세븐틴의 라이브 방송도 “아, 저분들은 V앱과 위버스 라이브로 단련된 아이돌이었지”라는 감상이 들었고.

= 그들에게는 어려운 일이 아니다. 훨씬 편하게 생각한다. 그런데 일장일단이 있다. 그들은 생방송에 단련돼 할 말과 안 할 말을 구분한다. 오히려 라이브 경험이 적은 배우들이 속 깊은 이야기를 많이 들려준다.

- 침착맨의 ‘외줄타기론’에 의하면 라이브 방송의 위험성이 바로 재미의 핵심이다. 단지 그 이유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생방송 포맷을 <채널십오야>의 중심에 두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 제작진과 구독자의 거리를 줄이고 싶었다. 구독자들이 듣고 싶지 않았으면 하는 말을 빼고 정제된 부분만 편집해서 내보내는 것과 어떻게 될지 모르는 2시간을 그대로 보여드리는 것은 확실히 다르다. 부모자식간의 관계라고 볼 수도 있겠다. 가족끼리는 내 새끼의 좋은 면도 나쁜 면도 다 알고 칭찬도 욕도 하지만 남들이 굳이 그런 모습까지 알 필요는 없다. 생방송은 편집본에 비해 그리 많은 사람들이 보는 것은 아니지만 들어오는 분들은 <채널십오야>에 훨씬 큰 애정과 관심을 주는 이들이다. 머릿수는 적더라도 그들이 훨씬 중요한 분들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유튜브 하면 빠른 편집과 짧은 영상 등의 특징을 떠올리게 된다. 에그이즈커밍의 콘텐츠는 때로는 무척 느긋하게 흘러가고 유행을 따라가야 한다는 강박이 없어 보인다. 오히려 유튜브스러운 연출은 <신서유기> 때 먼저 선보였다. 두 플랫폼의 결정적인 차이는 역시 시청자의 개인성에 있는 것일까.

= 유튜브 소비자들은 예상외로 훨씬 적극적인 소비층이다. 채널을 돌리다가 우연히 방송을 보는 TV 시청자와 달리 이곳의 스타일이 나랑 맞다 싶으면 직접 구독해서 챙겨보는 경우가 꽤 있다. 그래서 유튜브 콘텐츠를 만들 때는 모두를 만족시키겠다는 생각은 아예 버린다. <나영석의 나불나불>은 “그때 뭐 먹었는데 맛있었잖아” 식의 개인적인 사담을 나누는 곳이다. 여기에 공공의 이익이나 공공선이 있는 것도 아니고 엄청 웃긴 것도 아니다. 레거시 미디어의 작법으로 봤을 때는 전부 편집해야 한다. 정확하게 그 부분이 유튜브에서는 제일 재밌다. 여기 모인 분들은 이들이 무엇을 먹고 어떤 생각을 하면서 하루를 보내는지 평소 관계는 어떤지 궁금해하기 때문이다. 나와 김대주 작가가 나누는 사담은 TV 방송에 내보내기는 어렵지만 김대주 작가가 누구인지, 나와 어떤 작업을 함께했는지 아는 이들이 모여 있는 유튜브에서는 보여줄 수 있다. 얼마 전 은지원씨가 <나영석의 나불나불>에 나왔는데 이때도 요즘 하는 게임이라든지 <신서유기>에서는 하지 않을 이야기들을 나눴다.

- 최근 <채널십오야>에서 ‘나영석 생일 카페’를 열어 화제가 됐다. 현장 럭키 드로 이벤트까지 진행했는데 카페 특전 수량이 조기 마감되는 일이 벌어졌다. 지난해에는 대만에서 에그이즈커밍 팬미팅도 진행하지 않았나. 정서적 친밀감을 느끼는 구독자들을 고려한 행사였나.

= 정확하게 그 맥락이다. 와서 우리랑 놀아달라고 한 거다. 물론 댓글은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모르겠다”, “으이구, 주제 파악 좀”이라는 게 많았지만. (웃음) 그런데 그것도 구독자와 제작진이 가까워지면서 서로 장난칠 수 있는 관계가 돼서 가능한 거다.

-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에서는 직접 카메라를 들었고, <나영석의 와글와글> <출장 십오야>에서는 MC 역할을 한다. 기획, 출연, 연출을 도맡아 하는 진정한 유튜버가 된 셈인데, 전면에 나서기까지 어떤 고민이 있었는지.

= 이게 하루아침에 되기는 정말 힘들다. 우리는 평생 카메라 뒤에 있는 게 익숙한 사람들이라 카메라 앞에 나서는 게 무척 어렵다. 그래서 그동안 주방에 숨어서 일하고 음식은 다른 분들이 접대하도록 하게 한 것이다. 그런데 유튜브를 몇년 해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만드는 사람이 직접 나서지 않으면 구독자들과 거리가 가까워지지 않는다. 이 가게의 사장은 나라고 이름 걸고 얼굴 걸고 해야 한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는데 (유)재석이 형을 MC로 써서 대신 전해달라고 할 수는 없지 않겠나. (웃음) 에그이즈커밍의 방향성을 다시 고민하기 시작할 때 우리가 직접 얼굴을 내밀고 우리 이야기를 하기로 결심했다. 그나마 사람들이 오랫동안 얼굴을 보아왔던 내가 먼저 카메라 앞에 나섰고, 그다음 다른 후배 PD과 작가들이 방송에 출연하기 시작했다.

- 모든 PD나 작가가 방송에 나오는 것에 거리낌이 없을 수는 없다. 혹시 신입 사원 채용 시 카메라에 찍히는 것에 거부감이 없는 성향을 고려하기도 하나.

= 하하, 그렇진 않다. (웃음) 왜냐하면 이미 같이 일하는 사람들도 성향이 딱 갈린다. 60% 정도는 오다 가다 스치면서 얼굴이 나오는 것 정도는 괜찮다고 하고, 40%는 아예 나오고 싶지 않다고 한다. 그런 부분은 서로 무척 조심스럽게 접근한다. 개인적인 영역이라 존중해야 한다.

- <이서진의 뉴욕뉴욕>이나 <맛따라 멋따라 대명이따라>는 다른 콘텐츠에서 언급됐던 아이템이 실제 콘텐츠화된 경우다. 에그이즈커밍의 유튜브 콘텐츠가 이런 방식으로 제작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평소 아이템 기획 회의는 어떻게 하나.

= 유튜브에서는 얘기한 것처럼 자연 발화적인 기획을 하는 경우가 많다. 사실 조회수가 좀 나오지 않아도 그때그때 한번 하고 말 수 있으니까 부담이 덜하다. 훨씬 가볍게 기획하고 실행한다. 반면 제작비가 많이 드는 TV 프로그램이 실패하면 우리 같은 제작사는 휘청거릴 수 있다. (웃음) 무조건 성공해야 한다. 때문에 훨씬 고민을 많이 한다. 팀 단위로 회의를 하고 기획안을 가져오면 나나 이우정 작가가 스크리닝을 하면서 조언을 한다.

- ‘에그이즈커밍’ 직원들과 함께한 체육대회를 시작으로 <소통의 신> 시리즈를 이어가고 있다. 실제 후배들과의 소통은 어떤가. 어디까지 관여하고 의견을 주나.

= ‘소통의 신’은 소통을 잘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소통하려고 노력했지만 잘 되지 않아서 ‘소통의 신’이다. 라이브에서도 늘 얘기하듯 내가 여기까지 참여해야 하는지는 지금까지도 풀리지 않는 숙제다. 그런데 “이렇게 고민하는 게 당연한 거 아닐까?”라는 생각으로 일하고 있다. 사실 선배가 후배와 완벽하게 소통하며 일하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겠나. ‘에그체육대회’도 “우리 회사도 저러는데!”라고 사람들이 공감하면서 봤던 콘텐츠였고. (웃음)

- 나영석 PD의 미덕으로 후배들의 공을 조명하고 밀어주는 태도를 꼽는 이들도 많다. 이런 태도는 단지 개인의 인성이나 의미를 찾기 위해서가 아니라(웃음), 콘텐츠의 퀄리티를 위해서도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 어떻게 보면 단순한 거다. 후배 PD나 작가들이 잘돼서 대중에게 인정받으면 그건 나에게도 도움이 된다. 그들이 잘되어야 에그이즈커밍도 잘되고 선순환이 된다. 그리고 원래 예능 자체가 10명 이상의 사람들이 머리를 맞대고 협업하는 경우가 많다. 서로 이끌어주고 당겨주지 않으면 우리 같은 프로덕션은 돌아가기가 힘들다. 서로를 위해야 특정 팀의 프로젝트가 잘 안되더라도 넥스트가 가능하다. 이건 예능 프로그램을 만드는 기본적인 작법 중 하나다.

- 레거시 미디어와 실시간 소통을 곁들인 라이브 방송이라는 뉴미디어의 양극단을 모두 경험한 뒤 배운 것이 있다면.

= 이것이 완전히 분리된 것이 아니라 서로 영향을 미친다. 유튜브에서도 <가짜사나이>처럼 사이즈 있는 기획을 할 수 있고 TV에서도 소박한 아이템을 다룰 수 있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는 유튜브 하면서 배운 제작 방식을 TV 방송에 적용한 경우였다. 다소 거칠더라도 우리끼리 찍으면서 만들면 무척 자연스러운 정서적 유대를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한 뒤 TV 프로그램을 연출할 때 활용한 거다. 반면 <출장 십오야>는 TV에서 배운 것을 토대로 만든 유튜브 방송이다. 어느 쪽이 옳고 그르고 무조건 TV에서는 이렇게, 유튜브에서는 저렇게 해야 한다는 것도 아닌 듯하다.

- 이같은 시너지를 포함해 레거시 미디어 출신의 PD와 제작자들이 있다는 것이 에그이즈커밍의 차별점이라는 생각이 든다.

= <채널십오야>는 독립된 별개의 채널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에그이즈커밍 안에서, 에그이즈커밍을 위해 봉사하는 부분도 확실히 있다. <채널십오야>는 우리 방식대로 만드는 프로그램을 좋아하는 팬들이 모이는 곳이다. 에그이즈커밍 소속 PD와 작가들이 출연하고 얼굴을 알게 하면 그들의 신작이 나올 때 팬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다. 이를테면 나와 함께 유튜브를 만들고 있는 김예슬 PD가 TV에서 신규 프로젝트를 한다고 하면, 그의 성향을 아는 구독자들은 호의적인 마음으로 방송을 시청할 수 있다. 그렇게 예비 팬들을 만들어나갈 수 있다. <채널십오야>에 계속 제작진이 얼굴을 비추는 것은 우리가 해나갈 작업을 좀더 친근하게 느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확실히 있다. 나중에 어느 플랫폼에서 프로젝트를 하든 심리적인 거리감을 줄이고 좀더 따뜻한 마음으로 봐줄 수 있는, 플랫폼과 시청자 사이의 중간 연결고리를 해주는 역할을 <채널십오야>가 하고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 혹시 눈여겨보고 있는 다른 스튜디오가 있나.

= 즐겁게 보고 있는 채널들이 있고 부러워할 수는 있지만 내가 따라할 수는 없다. 침착맨님도 그랬듯 이건 우리가 어느 팀을 벤치마킹해서 뛰어넘을 수 있는 생태계가 아니다. 옛날 TV 프로그램은 요즘 유행하는 것을 따라 비슷한 것을 많이 만드는 작법을 따르기도 했는데 유튜브는 각자 고유한 능력과 장단점이 다르기 때문에 그럴 수가 없다. 각자의 폼이 다르고 절대 흉내낼 수 없는 부분이 있다.

- 에그이즈커밍은 현 유튜브 생태계에서 어떤 위치를 점하고 있다고 보나.

= 지금 유튜브는 각자의 무기가 있어야 한다. 몇년 전에는 개인 방송 중심이었다면 지금은 산업화된 거물들이 외부에서 들어와 있는 경우가 많다. 이를테면 (유)재석이 형이나 나 같은 사람들 말이다. 반면 <피식대학>처럼 내부에서 자라난 사람들도 있다. 에그이즈커밍은 방송을 20년 가까이 한 팀이기 때문에 그동안 알고 지낸 사람들이 많고 방송의 뒷이야기를 잘 안다. 우리는 우리가 가장 잘 아는 것을 다루려고 했고 지금의 <채널십오야>가 됐다. 대중의 눈에 익은 연예인이 있는 팀은 그들이 잘하는 달란트를 써서 이를 가감 없이 보여준다. 가령 (신)동엽이 형이 술 좋아하고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니까 <짠한형 신동엽>을 하는 것처럼 말이다. 변화구 없이 직구로 가는 게 유튜브의 매력이다.

- 앞으로 에그이즈커밍에서 나올 콘텐츠를 살짝 소개해준다면.

= 유튜브 콘텐츠는 후배들이 알아서 해서 나도 잘 알지 못한다. (웃음) 그때그때 소소한 방송을 만들다 가끔 큰 특집도 나올 것이다. 우리끼리 <이서진의 뉴욕뉴욕>은 ‘텐트폴 작품’이라고 표현했었는데, 그렇게 한달에서 한달 반 정도 이어지는 장기 기획들이 있다. 올해는 <나영석의 와글와글>에서 <지구오락실> 멤버들이 운전면허 따고 여행 가자고 얘기 나눴던 내용이 콘텐츠화돼서 상반기에 공개될 예정이다. 하반기에도 장기 프로젝트가 있다.

- 후배들과 어떤 스튜디오를 만들어나가고 싶나.

= 기존 방송국 사람들이 자기의 색깔을 갖고 전면에 나서서 방송을 만드는 채널은 몇 되지 않는다. 다행히 우리가 그중 하나인 것 같다. 조회수라는 게 시청률처럼 안달복달하게 되면 순간적으로 매몰될 수 있다. 조회수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지키고 싶은 컬러를 지키면서 앞으로도 우리가 가진 방향성을 잃지 않았으면 한다.

공통 질문

1, 이게 되네? 구독자에게 우리 스튜디오가 각인된 콘텐츠는?

“<소통의 신–에그체육대회>. 연예인이 단 한명도 나오지 않았다. 얼굴이 알려진 나와 몇몇 PD를 제외하면 그냥 일반인들만 나오는데도 사람들이 흥미롭게 바라봐줬다. 우리가 생각하는 방식으로 우리가 어떤 사람들인지 보여주는 콘텐츠를 만들어도 승산이 있을 거라는 확신과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해준 콘텐츠다.”

2. 예상보다 조회수는 낮았지만 애정하는 콘텐츠는?

“<에그문화센터>. 이상순씨가 커피를 가르치고 옥택연씨가 술을 만들었고 송길영 박사님은 이즈커밍의 미래를 진단해줬다. TV 프로그램을 만들던 시절의 ‘쪼’가 남아 있는 걸까, 한쪽에서는 <신서유기>를 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알쓸신잡(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을 만들던 식으로 일했던 것처럼 유튜브에서도 웃기는 방송도 의미 있는 교양 방송도 만들게 된다. ‘에그이즈커밍’의 콘텐츠가 잡화상처럼 보이기를 바란다. 조회수가 높진 않더라도 ‘저 집단은 언제나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구나. 웃음만 추구하는 게 아니라 무척 다양한 색깔을 갖고 있구나’라는 이미지로 보여지기를 바라고 실제로 그러길 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