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스페셜] "공정한 경쟁과 창의적인 도전 뒷받침하는 인프라를 구축한다” - 바른정당 국회의원 유승민
2017-03-06
글 : 김성훈
사진 : 손홍주 (사진팀 선임기자)

잘 알려진 대로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은 경제 전문가다. 경제학 박사 출신이다.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이었고,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자문관이었다. 정치에 입문하게 된 계기도 경제학자로서 1998년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회 위원과 2000년 한나라당(자유한국당 전신) 여의도 연구소장으로 합류하면서 시작됐다. 그런데 경제 전문가라는 인상이 강해서일까. 유 의원은 경제를 포함한 정치, 사회, 외교, 안보 이슈에 대한 의견은 적극적으로 내왔던 반면, 유독 문화예술 분야에 대한 의견을 낸 적은 많지 않다. 지난 2월20일 국회 의원실에서 만난 유승민 의원 또한 기자의 의견에 일부 동의하면서도 문화예술 산업 분야에 대한 관심이 많다는 사실을 적극 알렸다. 그는 기자로부터 모태펀드 기사가 실린 <씨네21>을 건네받고, 깊은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또 “<씨네21>은 가장 오래된 영화 잡지라 기사 하나하나가 기록이자 역사가 아닌가”라고 <씨네21>을 잘 안다고도 말했다. 30분 남짓한 짧은 시간 동안 그와 나눈 대화는 사드에 대한 의견을 제외하면 보수 진영의 후보가 맞는 건지 착각될 정도였는데, 이 얘기를 들은 유 의원은 허허 웃으며 “표현의 자유와 문화예술 산업에 진보와 보수의 구분은 중요치 않다”고 강조했다. “보수가 바뀌면 대한민국이 바뀐다”는 철학을 가진 유승민 의원과의 대화를 전한다.

-극장은 얼마나 자주 가는 편인가.

=어릴 때부터 영화를 무척 좋아했다. 고등학생 시절, 화제작들을 다 챙겨볼 정도였다. 정치를 시작한 뒤에도 영화를 보러 극장을 종종 가곤 했다. 요즘은 (대선 준비하느라) 바빠서 거의 못 간다. (웃음)

-최근 본 영화 중 어떤 작품이 인상적이었나.

=<나, 다니엘 블레이크>(감독 켄 로치, 2016)와 <판도라>(감독 박정우, 2016).

-<나, 다니엘 블레이크>? 의외다. (웃음) 어땠나.

=노인복지 문제에 관심이 많아 챙겨봤다(지난 2월19일 유승민 의원은 노인복지 공약으로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는 “가난은 개인의 문제가 아닌 국가와 사회의 책임”이라며 “빈곤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명확히 하기 위해 연평균 약 8조~10조원에 이르는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편집자). <판도라>는 생각만 하고 있었던 원전 사고의 심각성을 스크린을 통해 보니 무척 현실적이고 섬뜩했다.

-표현의 자유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하다.

=우리 헌법은 제19조에서 ‘모든 국민은 양심의 자유를 가진다’고 선언하였고, 제21조 제1항에서 ‘모든 국민은 언론, 출판의 자유와 집회, 결사의 자유를 가진다’고 명시하여 표현의 자유를 인정하고 있다. 제22조 제1항에서는 ‘모든 국민은 학문과 예술의 자유를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표현의 자유는 국민의 기본적인 자유권이다. 다만 자유는 무분별하게 보장되는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의 기본 가치, 다른 사람의 권리를 해하거나 국가의 안전보장을 위태롭게 하거나 공동체의 공공성을 해치는 등의 경우에 한해 법률로 제한될 수 있다.

-박근혜 정권은 유독 문화예술인들에 대한 검열 정책이 심했다.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정부가 자의적이고 일방적인 기준에 따라 문화예술인을 분류, 차별하고 문화계 인사들의 사상이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 것은 옳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부의 지원 수단을 가지고 문화예술 인사들을 편가르기하는 행태는 없어져야 한다. 항간에는 문화예술인에게 국가보안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던데, 동의하지 않는다. 누구라도 체제를 위협하는 활동을 한다면 국가보안법을 적용해야 하지만 국가보안법은 간첩을 잡고, 국가 체제 전복을 시도하는 세력을 벌하기 위한 법이다. 나는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는 많은 이름들, 거기 올라 있는 많은 문화인들이 국가보안법을 적용할 수 있는 간첩이나 대한민국 체제를 전복할 수 있는 세력이라고 보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문화예술 정책은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가 기조다. 이번 정권은 그런 기본 기조에서 퇴행했다는 인상도 받았는데.

=문화의 자율성과 역동성은 우리가 지닌 중요한 잠재력이다. 그런데 문화활동의 자유와 창의가 보장되지 않으면 이러한 잠재력이 발전될 수 없을 것이다. 블랙리스트 사건은 이러한 핵심 잠재력, 경쟁력을 70년대식 관제 논리로 접근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창조경제에 전면 배치되는 마인드로 창조경제를 주창한 아이러니다.

-그 점에서 새 정권의 문화예술 정책의 최우선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가장 기본적으로 창의와 자유가 보장되는 공정한 경기장을 운영해야 한다. 현재 문화 지원 방향이 전반적으로 개별과제 지원 중심 방식이고, 정부가 너무 디테일하게 관여하고 있다. 가능한 한 상상력과 도전을 저해하는 모든 규제를 철폐해야 한다. 국가가 할 일은 창의적이고 공정한 경쟁이 이루어질 수 있는 경기장을 만들고 심판을 보는 것이지 자신이 팀 코치가 되어서는 안 된다. 정부가 공정한 경쟁과 창의적인 도전을 뒷받침하는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유승민 후보 하면 경제 전문가라는 수식어가 뒤따르지 않나. 경제 전문가로서 문화예술 산업, 특히 한국 영화산업을 어떻게 발전시킬 계획인가.

=문화예술 산업은 단순히 여가문화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국가 핵심 산업’ 차원에서 글로벌 어젠다를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 창업기업에 적용되는 원칙이 공평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독과점 및 자사 몰아주기 등의 관행은 공정거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고, 새로운 혁신적 시도들은 그 시도가 좌절되지 않도록 안전복지망이 갖추어져야 한다. 그다음으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영화를 콘텐츠와 테크놀로지를 융합시키는 4차 산업혁명의 엔진으로 삼는 것이다. 미래는 문화 전쟁, 콘텐츠 전쟁인데 그것에 대한 경쟁력이 국가 경쟁력이라고 할 수 있다. 아시아에서 중국이나 일본에 대해 절대적 상대 우위를 가질 수 있는 유일한 분야가 영화와 엔터테인먼트 분야라고 생각한다.

-CJ, 롯데 같은 대기업 투자·배급사와 CJ CGV, 롯데시네마의 수직계열화와 스크린 독과점이 산업의 양극화를 초래했는데.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생각인가.

=현재 대기업 투자·배급사들이 투자와 상영을 함께하고 있고, 그런 수직계열화 때문에 중소 배급사나 제작사에 상영 기회가 공정하게 주어지지 않는 상황이다. 대기업이 엄청난 수직계열화 횡포를 부린다면 배급과 상영을 분리하는 방법도 생각해봐야겠지만 지금은 배급과 상영을 분리할 것인지, 아니면 중소 배급사들에 공정한 상영 기회를 보장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한지, 어떤 해법이 좋을지 고민하겠다. 분명한 건 특정 기업이 독점적인 시장 지배력을 남용하는 걸 방지하기 위한 공정거래법이 다른 사회 분야와 마찬가지로 영화산업에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독립영화를 포함한 저예산영화들이 영화진흥위원회를 포함한 정부로부터 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해 고사 위기에 이르렀다. 새 정권은 중앙정부 차원에서 독립영화, 연극, 뮤지컬, 공연 등 지원이 절실한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지원할 계획을 가지고 있나.

=당장 돈 되는 부분만 밀어주는 방식은 단기적일 수밖에 없다. 기초체력을 튼튼히 하는 차원에서 작은 영화나 연극, 뮤지컬, 공연 등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며, 이러한 지원은 국민들의 다양한 문화 접근성 향상 차원에서도 중요하다. 대통령이 되면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

-문화예술계, 특히 영화산업에 중국은 중요한 시장이자 파트너다. 최근 사드 문제가 불거지면서 중국과 비즈니스하기가 어려워졌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사드 문제는 어떻게 대처할 계획인가.

=사드는 북핵과 미사일로부터 우리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반드시 필요하다. 북한이 지금 갖고 있는 노동미사일이나 스커드미사일에 소형 핵탄두를 탑재하면 남한 전 지역을 공격할 수 있다. 우리가 진정 평화를 원한다면 억지력을 갖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줘야 한다. 중국의 경제보복 조치들에 대해 말씀드리면 사드의 조기 배치가 오히려 중국의 보복을 최소화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중국의 사드 보복에 굴복하는 것은 결국 군사주권과 국가이익을 포기하는 것이 된다. 경제 업체들의 피해는 안타깝지만 사드 배치는 차원이 다른 문제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사드를 최대한 빨리 배치하는 것이 사드 보복을 최소화하는 길이다.

-사드 조기 배치가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의문이다.

=문제의 근본원인은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에 있다. 중국이 협조해서 그것이 해결되면 사드가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최근 중국이 북한 미사일 발사를 이유로 북한 석탄 수입을 올해 말까지 전면 중단한 것을 보면 북한 제재를 위해 중국과 공조하는 일이 불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공약 중 하나인 ‘칼퇴근법’은 국민에게 문화생활을 향유할 수 있는 시간이 보장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칼퇴근법이 도입되면 가족, 연인, 친구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 제도가 바뀌는 것과 함께 이제는 직장문화도 바뀌어야 한다. 회사를 위해 희생하는 삶이 아닌 자신의 시간,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될 때 일도 더 잘될 것이다. 다만 칼퇴근법이 몇시에 딱 퇴근하도록 규정한 법은 아니다. 초과근로 남용을 방지하여 일에 집중했으면 휴식과 여가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드 문제에 대한 견해를 제외하면 보수 진영의 후보로 느껴지지 않는다. (웃음)

=영화산업 지원은 보수와 진보가 따로 있으면 안 된다. (웃음) 보수든, 진보든 영화산업을 포함한 문화예술 산업을 한쪽으로 몰아가 권력의 도구로 사용하는 행위를 하면 안 된다. <씨네21> 독자들이 보수쪽에도 진지하게 사회를 개혁하려는 사람이 있다고 알아주셨으면 하고, 눈을 돌려주셨으면 한다.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로 실망하신 많은 분들이 가장 원하는 사회가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가 아닌가. 누구보다도 나는 그런 부분에 있어서 공정하고 깨끗하게 할 수 있다.

내 인생의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1998

“병사 한명을 구하기 위해 많은 병사들이 적진에서 목숨을 바치면서 그 임무를 수행하는 모습을 보여준 영화. 라이언 일병에게, 또 라이언 일병을 구하기 위해 적진에 뛰어든 병사들에게, 국가란 무엇인가를 느끼게 해줬다는 점에서 감동적이 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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