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스페셜] 예술인과 창작자가 문화 정책의 주체가 돼야 한다 - 성남시장 이재명
2017-03-13
글 : 정지혜 (객원기자)
사진 : 손홍주 (사진부장)

‘공정한 사회를 만들겠다.’ 이재명 성남시장이 내세우는 제1의 주장이다. 그는 공정한 사회로 가기 위한 첫걸음으로 사회적 약속 이행, 특히 법질서 바로 세우기를 강조한다. 사회적 불의와 부패한 기득권층에 맞서기 위해서라면 과격하게 싸우는 것도 피할 생각이 없다. 주장하는 바를 에두르지 않고 분명히 밝히는 그의 화법과 사법적 질서에 호소하는 그의 비전에 호불호가 분명히 갈린다. 그런 면 때문인지 포퓔리슴적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중앙 정치 무대에 처음으로 명패를 내걸 준비를 하는 이재명 성남시장은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 선거캠프를 차렸다. 그곳에서 이재명 성남시장을 직접 만났다. 서면으로 질의응답을 미리 주고받았고 짧게 만난 인터뷰 자리에서는 그가 핵심적으로 내세우는 ‘공정’에 대해 거듭 물었다. 이재명식 공정 논리가 문화예술계, 특히 영화계에는 어떤 모양새로 적용될 수 있을 것인가.

-영화관에는 종종 가곤 하나.

=영화를 좋아한다. 어릴 때 주중에는 공장에서 일하고 주말이면 영화관에 자주 갔다. 당시 개봉관은 영화표가 200원이었고 재상영관은 100원, 150원 하던 때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1939), <벤허>(1959), <사막의 라이온>(1981) 등을 인상적으로 봤다. 요즘도 가끔씩 아내와 함께 영화관에 간다. 많은 분들이 관심 있게 보는 영화들을 나도 챙겨봐야 소위 대화라는 게 되는 때가 아닌가. (웃음)

-다큐멘터리 <자백>(2016)과 <나의 살던 고향은>(2016)의 시사회에 참석한 바 있다. 그때마다 국정원의 민간인 사찰 문제를 지적했고, 박근혜 정부의 역사 왜곡에 대해 일침을 가하곤 했다. 국정원 운영과 역사 교육에 대한 후보자의 생각을 좀더 듣고 싶다.

=먼저 이렇게 좋은 영화들이 개봉관을 찾지 못해 많은 관객과 만날 수 없다는 점이 안타까웠다. 국정원은 필요한 기관이다. 하지만 제도를 아무리 잘 만들어도 운영하는 사람이 엉망이면 아무 소용이 없다. 국가권력으로 나쁜 짓을 하면 엄정하게 처벌해야 한다. 또 역사는 절대 획일화될 수 없다. 특히 기득권이 역사를 단정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된다. 그럼에도 박근혜 정부는 국정 역사 교과서를 강행했다. 결국 국민의 반발로 애먼 행정력과 예산만 낭비했다. 국민을 지배의 대상으로 보니 그런 것 아니겠나.

-박근혜 정부가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전방위적으로 문화예술계를 길들이려 했다.

=강자를 위해 약자를 관리하는 아주 나쁜 행태의 통제 수단이 블랙리스트다. 관료 중심인 문화체육관광부가 예산 편성과 운용 전반을 집중 관리하며 예술인과 창작자 중심의 자율 행정을 저해해왔다. 문화의 다양성을 훼손하고 표현의 자유마저 관리하려 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청와대가 나서 세월호에 관한 다큐멘터리인 <다이빙벨>(2014)을 배급한 시네마달에 대한 내사를 지시했고, 영화를 상영한 부산국제영화제의 지원금을 대폭 삭감했다.

=지원을 이유로 간섭한 점이 문제다. 영화는 산업인 동시에 다수의 공공에 이익이 되는 공공 자산이다. 박근혜 정부가 다수 공공에 이익이 되는 수단을 자신들의 통제 수단으로 악용했다.

-지금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한국 영화산업의 과제는 뭐라고 생각하나.

=대작영화, 상업영화 중심으로 영화시장이 계속 굴러가면서 산업의 뿌리 역할을 하는 다양한 영화들이 사라져버렸다. 문화의 핵심은 다양성과 창의성인데 지금은 대기업이 중심이 돼 제작, 유통, 극장을 겸하는 독과점 시스템이다.

-후보자가 내세우는 ‘공정’ 정치의 구체적인 내용은 뭔가. 또한 그 공정 논리가 문화예술 정책에서는 어떤 식으로 작동될 거라 말하겠나.

=공정한 세상은 억울한 사람이 없는 세상이다. 기회가 공평하게 주어지고, 공정하게 경쟁하고, 기여한 만큼 합당하게 배분받는 사회다. 영화시장도 다양성을 인정하고 합리적 경쟁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근데 현재 한국 사회는 소수의 강자들, 기득권자들이 다수의 약자들의 기회를 뺏는 것, 그것도 모자라 약자들의 성과물까지 뺏는 약탈적 구조에 직면했다. 문화계 블랙리스트만 해도 소수의 강자의 입장을 관철하기 위해 다수 약자들을 관리하는 방식이다. 소수가 돈벌이를 위해 다수에게 돌아갈 기회를 봉쇄해버리고 그로부터 초과 이익을 얻어 자기에게 유리하게 질서를 재편한다. 많은 사람들이 기회를 잃고 소수의 강자에게 종속된다. 이 문제를 교정할 때만이 우리 사회가 발전한다. 문화계 내 분야별 세분화 정책을 통해 합리적인 경쟁이 가능케 만드는 것이야말로 정부가 할 일이다. 문화예술은 원래 돈이 되는 영역이 아니잖나. 언제나 지원이 필요하다. 공중에게 이익이 되는 자산인 문화예술을 만들어가는 데 창작자 개인의 헌신만을 요구할 수 없다. 공동체의 모든 자산으로 지원해야 한다.

-한국 영화산업의 생태계에서 ‘공정’한 산업 시스템 운영의 모델로 생각하는 게 있나.

=최근 한국영화는 해외에서도 호평을 받고 있다. 그럼에도 개봉관이 없어서 힘들어하는 영화들이 많은 걸로 안다. 성남시청으로도 영화를 상영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줄 수 있느냐는 연락이 많이 온다. 공공 영역이기도 한 영화산업을 사람들이 자유롭게 선택해서 볼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자는 것이다. 예를 들어 스크린 점유 상한제 도입과 같은 제도적 개선 방안이 고려돼야 한다.

-후보자가 지향하는 ‘공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사회적 약속의 이행, 그중에서도 기존의 법질서 준수와 사법적 교정 논리의 강화가 눈에 띈다.

=정치인들은 법과 제도를 바꾸겠다는 약속을 많이 한다. 실제로 그렇게 하는 것? 잘 안 된다. 제도를 새롭게 만들어야 하고 이해관계가 충돌한다. 호미만 잘 써도 될 농사를 괜히 쟁기나 트랙터를 만들어서 농사짓자고 하는 것이다. 헛공약이 될 공산이 크고 국민들의 불신만 산다. 법을 바꿔서 뭘 하겠다는 식의 말로는 천국도 만들 수 있다. 나는 말을 하면 꼭 지켜야 한다는 강박이 있다. 외부적 조건에 의존하지 않고 내가 갖고 있는 고유한 권한으로 할 수 있는 일들 중심으로 약속하고 계획하겠다. 법질서 준수야말로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다. 그러다보니 나를 두고 피도 눈물도 없는, 법치만 강조하는 로봇 같다고 하는 분도 있더라. 법은 강제력이 수반된 고도의 약속이다. 강자들이 법을 악용하는 게 문제지 강자의 횡포로부터 약자들을 보호하는 법의 본질은 잘 지켜지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억강부약이 국가의 역할이기도 하다. 이것이 1차 과제고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내는 건 그다음이다. 정치인들은 주로 후자를 이야기한다. 왜? 멋지잖나. 하지만 첫 번째 과제가 더 어려운 일이다. 자기희생이 필요하니까. 표를 얻기 위해 교언영색할 생각은 없다. 내 생각을 설득하고 선택받으면 되는 거고, 그게 아니라면 아직은 내 때가 아니라 생각한다.

-박근혜 정부 들어 특히나 독립영화계가 고사 위기에 직면했다. 영화시장의 다양성을 안정적으로 확보해나가기 위한 대안이 있나.

=독립영화뿐 아니라 인디 음악 공연장 운영 중단, 연극 소극장의 대관 지원 부족 등 인디 콘텐츠의 유통 구조는 매우 열악하다. 지역마다 예술을 향유하는 정도의 차가 극심하게 양극화되고 있으며 그걸 해소하려면 공공 지원이 강화돼야 한다. 예를 들어 지역 문예회관에서 독립영화나 예술영화를 상영하도록 하거나 지역 단위의 문화 활동을 지원하는 방식 등이 필요하다.

-<씨네21>은 한국벤처투자의 모태펀드 운용에 대한 문제점들을 지속적으로 다뤄왔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대한 문제의 심각성은 공론화되고 이에 대한 수사가 이뤄지고 있으나 모태펀드를 둘러싼 문제제기는 이제 막 수면 위로 떠오르는 중이다. 차기 정부가 모태펀드 운용에 책임을 갖고 해결해가야 한다는 게 영화계의 중론이다.

=예술인과 창작자가 문화 정책의 주체가 돼야 한다. 현재 모태펀드와 창투사와의 구조적 문제, 즉 갑을 관계는 문화예술인에게는 치명적인 제약 요소로 작용해 창작자를 객체로 전락시킨다. 현장의 다양한 문화예술단체의 추천제도와 심의위원 인력 풀 운영을 통해 자율적이고 공정한 모태펀드 심의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

-한국 영화산업에서 중국은 중요한 파트너이나 최근 영화인들은 사드 문제로 중국과의 비즈니스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드 문제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인가.

=사드 배치는 미군의 세계패권전략인 한·미·일 군사동맹을 통한 중국 봉쇄에 대한민국이 첨병 역할을 하는 것이다. 미국 입장에서는 큰 이익이 되는 일이지만 중국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내부를 겨냥하는 것이기에 당연히 반발할 수밖에 없다. 사드로 북한 핵미사일을 방어할 순 없다. 차기 대통령은 사드를 철회해야 한다. 이미 합의했다며 철회는 어렵다고 말하는데, 쉬운 일을 할 거면 왜 권력을 주고 대통령직을 맡겼겠나. 어려운 일을 하라고 대통령으로 뽑는 것이다.

-차기 정부의 문화예술 정책의 핵심 기조는 어떠해야 한다고 말하겠는가.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문화의 이름으로 문화를 지배해서는 안 된다. 이런 것을 고치는 것 또한 공정한 사회를 만드는 중요한 과제 중 하나다.

내 인생의 영화

<명량> 감독 김한민, 2014

“‘두려움을 용기로 바꿀 수 있다면 그 용기는 백배, 천배의 힘을 발휘하게 된다.’<명량>에서 이순신(최민식) 장군의 저 말이 마음에 와닿는다. 1%의 기득권의 횡포를 견뎌온 99%의 국민들이 두려움을 용기로 바꿀 수 있다면 우리가 꿈꾸는 공정하고 공평한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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