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작 <서바이벌 패밀리>의 야구치 시노부 감독을 대신해 히로쓰구 우스이 프로듀서가 영화제를 찾았다. 감독과는 <워터 보이즈> <스윙걸즈> <해피 플라이트> <로봇 G>에 이어 5번째 협업이다. <춤추는 대수사선> <용의자 X의 헌신> 등을 프로듀싱했다.
-야구치 시노부 감독은 언제나 일상생활 속 사소한 이야기를 단초 삼아 서사를 발전시켜나가는 재능이 상당하다. 이번 작업의 시작은 어땠나.
=<워터 보이즈>(2001)를 만들 당시 미국 북동부에 일주일간 정전이 지속돼 주민들이 대혼란에 빠진 일이 있었다. 사람들이 뉴욕 브루클린 다리를 걸어서 내려오곤 했는데 그게 어떤 힌트가 됐던 모양이다. 거기에 컴퓨터, 스마트폰 같은 기술 문명이 갖는 맹점들을 드러내보면 어떨까 싶었다.
-주인공 가족들은 도쿄에서 탈출해 가고시마로 향한다. 로드무비로 로케이션과 스케줄 조율 등 프로듀서의 능력이 상당히 중요했겠다.
=감독이 스펙터클한 패닉 무비(공황 상태에 빠진 걸 배경으로 한 영화)를 만들고 싶어 했다. ‘아, 돈이 많이 들겠구나!’ 싶더라. 고속도로 휴게소, 톨게이트 등을 다 다른 곳에서 찍어야 했다. 가고시마, 나고야, 오사카, 야마구치 등 일본 전역을 돌아다녔다. 다행히도 감독이 이 영화는 가족무비여야 한다고 해서 그나마 예산이 줄어들었다. (웃음)
-영화는 문명사회에 대한 희극적 풍자와 아날로그적 방식에 대한 반추가 엿보인다. 필름시대를 소환해내는 장면도 있더라.
=심각한 문제에 직면했을 때 인간이 취하는 행동을 유머러스하게 풀어보고자 했다. 인간은 약하고 우둔하지만 그런 인간이 함께했을 땐 희망도 가능하지 않을까. 돈이나 문명 없이도 잘 사는 것이 가능할까 묻고 싶었다.
-다음 프로젝트는 뭔가.
=일본 SF만화의 실사판을 준비 중이다. 감독도 내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