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다리는 좀 괜찮아?” 스튜디오에서 만나자마자 김옥빈이 신하균에게 다정하게 말을 건넨다. <악녀>에서 비련의 연인으로 호흡을 맞춘 두 사람은 이 작품이 월드프리미어로 상영된 올해의 칸국제영화제에서 끝내 만나지 못했다. 차기작 <바람 바람 바람> 촬영 도중 신하균이 부상을 당했기 때문이다. 지난 2009년 경쟁부문에 초청된 <박쥐>로 칸국제영화제 레드카펫을 함께 걸었던 두 사람이기에, <박쥐>팀의 반가운 재결합(박찬욱 감독은 올해 영화제에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이 성사되지 못해 못내 아쉽다며 말을 주고받는 두 사람의 모습이 영락없이 사이좋은 선후배다. 하지만 스크린에서 이들은 종종 서로의 존재를 위협하는 역할로 만났다. <박쥐>의 무기력한 남편과 자유를 갈망하는 아내, 그리고 <고지전>의 남한군 중위와 북한군 저격수. 신하균과 김옥빈이 세 번째로 호흡을 맞춘 <악녀>에서 그들이 분한 인물간의 드라마는 더욱 처절하고 깊다. 사랑하는 여자를 살인병기로 길러낸 남자(중상)와 그 남자를 죽여야 살 수 있는 여자(숙희). 이들의 마음을 이해하기 위해 두 배우 역시 현장에서 치열한 고민의 과정을 거쳐야 했다. 중상과 숙희로 분해 때로는 연인의 얼굴로, 때로는 원수의 표정으로 다채로운 감정과 몸짓을 나눴던 신하균과 김옥빈의 한철을 여기에 전한다.
씨네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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