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숲속으로> Into the Forest
질 마르샹 / 프랑스, 스웨덴 / 2016년 / 103분 / 부천 초이스: 장편
엄마와 함께 파리에 사는 형제 벤(테오 판 더 보르드)과 톰(티모테 봄 토르프)은 방학을 맞아 스웨덴에 혼자 사는 아빠(제레미 엘카임)를 만나러 간다. 그러나 밤에 전혀 잠을 자지 않는 등 아빠의 행동은 의문투성이다. 어느 날 그는 회사에 가지 않는 대신 두 형제를 데리고 외딴 숲으로 떠난다. 첫째 벤은 전화도 되지 않고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외딴 숲에서 점점 겁에 질린다. 엄마와의 연락을 막고, 집으로 가는 대신 점점 깊은 숲으로 들어가려는 아빠의 기이한 행동으로 벤의 의심은 점점 더 커진다. 어린 형제의 상상 속에서 아빠는 악마의 형상을 한 낯선 남자가 되고 있다. 그러나 아빠가 세상과의 연결을 거부하고 숨으려는 이유를 영화는 명확히 보여주지 않는다. 영화는 현실과 환상이 뒤엉키는 스웨덴의 어두운 숲을 배경으로, 두 형제의 불안한 시선을 통해 서스펜스를 쌓아가는 데 집중한다. 무언가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지리라는 감각이 이 영화의 핵심인 셈이다. 그리고 이 모든 갈등을 예감하고 지켜보는 소년 톰이 있다. 배우 티모테 봄 토르프의 우울하면서도 속내를 알기 힘든 표정이 영화의 얼굴이다.
<먹거나 먹히거나> Dog Eat Dog
폴 슈레이더 / 미국 / 2016년 / 93분 / 월드 판타스틱 레드
인생역전을 꿈꾸는 하류인생들이 뭉쳤다. 트로이(니콜라스 케이지)와 매드 독(윌렘 데포), 그리고 디젤(크리스토퍼 매튜 쿡)은 갓 출소한 전과자다. 사회와 잘 지내보려는 의지는 두둑하나 스트립 클럽을 전전하며 공수표를 날리는 것이 보통의 일상. 이런 세 사람에게 일확천금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라이벌 갱단의 아이를 납치하면 그 대가로 돈을 주겠다는 제안을 받은 것이다. 세 사람은 과감히 제안을 받아들이나, 평소에도 진중함과 거리가 먼 이들의 작전은 초장부터 위태롭다. 결국 이 트리오는 아이 대신 갱단의 총잡이를 죽이면서 경찰과 조직 모두에 쫓길 위험에 처한다. <택시 드라이버>(1976) 등의 각본을 쓴 폴 슈레이더의 연출작으로, 페이스북이 언급될 정도로 현대적인 배경을 그리는 것과 달리 옛 정취를 가득 담은 스타일의 작품이다. 독특한 색채와 그래픽, 과감한 폭력 묘사가 주는 카타르시스가 그리웠던 장르 팬이라면 반가워할 소식. 동시에 어딘가 모자란 세 캐릭터의 좌충우돌을 통해 마지막까지 유머러스한 무드를 지킨다.
<소울 메이트> Soul Mate
증국상 / 중국, 홍콩 / 2016년 / 110분 / 월드 판타스틱 블루
사랑과 우정 사이, 혼란스러운 감정과 싸우는 두 여성을 그린다. 13살에 처음 만난 칠월(마스춘)과 안생(저우동위)은 평생의 우정을 약속한 사이지만 현재는 어떤 이유로 연락이 끊긴 상태다. 어느 날, 안생은 칠월이 썼다는 웹소설을 읽게 된다. 소설의 챕터는 우정사의 중요한 대목으로 구분되고, 이를 넘길 때마다 만남과 이별을 반복했던 두 사람의 과거사가 플래시백으로 드러난다. 둘의 관계는 고등학교에 입학한 칠월에게 남자친구가 생기면서 어긋나기 시작했다. 모범생 타입인 칠월과 방랑하는 삶을 꿈꾸는 안생이 좁힐 수 없는 둘 사이의 간극을 의식한 것도 이때부터다. 그러나 영화는 한 남자를 사이에 둔 흔한 삼각관계로 빠지지 않는다. 그보다는 서로를 향한 감정을 매듭짓지 못해 방황하는 두 여성의 내면에 초점을 맞춘다. 가시 돋친 말로 서로의 마음을 후벼파면서도, 서로를 이해할 사람은 서로가 유일하기에 결코 끝낼 수 없는 관계. 영화에서 이들의 우정은 결코 ‘사랑’으로 치환되지 않지만, 관객의 눈에는 조금 다를 것이다. 지난해 대만 금마장영화제에서 나란히 여우주연상을 받은 두 배우의 호흡이 돋보인다.
특별전_전도연에 접속하다
벌써 20년. <접속>(1997)의 수현으로 얼굴을 알리며 ‘충무로 블루칩’이라 불렸던 배우 전도연은 이후 20년을 거치며 한국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로 자리매김 했다. 올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는 그의 지난 자취를 돌아보는 특별전 ‘전도연에 접속하다’가 마련됐다. 고유의 색깔이 담긴 연기로, 어떤 작품에서든 유일무이한 캐릭터로 변신했던 전도연의 다채로운 얼굴을 만나보자. <해피엔드>(1999), <피도 눈물도 없이>(2002), <너는 내 운명>(2005), <밀양>(2007), <무뢰한>(2014) 등 전도연의 스크린 출연작 17편이 상영된다. 그의 영화를 다시 보는 일은 한국영화에서 흔치 않은 존재감을 지녔던 여성 캐릭터를 돌아보는 작업이기도 하다. <씨네21>이 지난 창간 22주년 기념 1100호에서 영화계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한국영화 최고의 여성 캐릭터’를 물었을 때, 캐릭터를 넘어 가장 많은 표를 얻은 배우가 바로 전도연이 아닌가. 이번 행사는 한 배우의 필모그래피를 정리하는 데서 나아가, 한국영화 인물사의 한 페이지를 다듬는 시간이 될 것이다. 관객과의 대화 등 특별한 이벤트도 마련될 예정이니 업데이트되는 일정을 주시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