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추천작②] <어쩌다 암살클럽> <미트볼 머신: 고도쿠> 外
2017-07-03
글 : 임수연

<어쩌다 암살클럽> Kills on Wheels

아틸라 틸 / 헝가리 / 2016년 / 105분 / 월드 판타스틱 레드

13년 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를 찾았던 영화 <알트라>를 연상시키는 재기 넘치는 작품이 찾아왔다. <알트라>는 트랙터 사고로 하반신 마비가 된 두 주인공이 자신들에 대한 동정을 표하는 사람들을 경멸하며 장애를 이용해 그들을 속이고 물건을 훔치는 내용을 담은 로드무비였다. 이번 영화제에서 상영되는 <어쩌다 암살클럽>의 장애인들은 마피아로부터 암살 의뢰를 받는다. 유망한 만화가를 꿈꾸는 20대 청년 졸리카와 바바는 몇년 전 일을 하다 하반신 마비가 된 전직 소방관 루파조프와 우연히 관계를 맺게 된다. 루파조프는 사람을 죽이는 일을 하고 있었고, 두 청년은 그와 함께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그들은 다리에 칼을 맞아도 아픔을 느끼지 못해 바로 반격을 할 수 있고, 길거리에서 총을 쏴도 의심받지 않는다. 신체장애는 결핍이 아닌 다름의 영역이라는 것을 교훈적인 스토리가 아닌 액션을 통해 보여준다. 휠체어를 탄 사람들이 몸싸움을 펼치는 첫 장면부터 시선을 사로잡고, 죽이는 방법도 죽는 방법도 예상을 빗겨나가며 장르영화로서 신선한 매력을 선사한다. 중간중간 만화 이미지를 삽입해 실제와 상상의 영역을 모호하게 넘나들며 절묘하게 그들의 욕망을 보여주는 연출도 인상적이다. 마지막에 드러나는 반전도 영화의 전체 맥락과 자연스럽게 이어지며 짧지 않은 여운을 남긴다.

<미트볼 머신: 고도쿠> Meatball Machine: Kodoku

니시무라 요시히로 / 일본 / 2017년 / 100분 / 월드 판타스틱 레드

썰고 쑤시고 폭발하고 튀어나오고….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를 찾는 관객 중 인간 신체에 가하는 짓궂고 못되고 극단적인 행위에 흥미 있는 이들을 만족시킬 만한 작품이다. 지구를 침략한 외계 생명체들은 인간들의 몸에 기생충을 침투시켜 기계괴물로 만들어버린다. 직장에서도 가족에게도 무시당하고 암 판정까지 받은 노다는 체내의 암세포가 외계 물질을 이겨내면서 위험에 빠진 지구를 지켜낼 마지막 희망이 된다. 2005년작 <미트볼 머신>의 리메이크로, 전작과 가장 큰 차이는 주인공이 청년이 아닌 아저씨라는 점이다. 항상 남에게 무시당하며 별 볼일 없는 ‘을’로 살아야 했던 인간이 모두의 관심을 받게 된다거나 친절하고 예쁜 젊은 여성과 로맨스 기류를 형성하는 등 중년 남성의 욕망을 그리는 방식은 너무 노골적이고 투명해 오히려 코미디로 승화된다. 이번 영화제에서 특별 상영되는 <미트볼 머신>과 묶어서 관람하는 것도 흥미로운 경험이 될 듯하다.

<데이브 미로 만들다> Dave Made a Maze

빌 워터슨 / 미국 / 2017년 / 81분 / 월드 판타스틱 블루

데이브는 유망한 아티스트가 되기를 꿈꾸지만 시작한 일을 끝까지 해낸 적은 없다. 거창하기보다는 소박한 목표를 세우기로 결심한 그는 거실에 하드보드지를 이용한 미로를 만들고, 안에 들어갔다가 빠져나오지 못한다. 데이브의 애인과 친구들은 그를 찾기 위해 함께 박스 안으로 들어오고, 이중에는 이 상황을 다큐멘터리로 기록하려는 영화 스탭들도 있다. 거실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시작한 영화는 미로에 얽힌 비밀이 드러나면서 기발한 모험담으로 전환된다. 80년대 어드벤처영화, 특히 짐 헨슨 감독의 <라비린스>(1986)를 연상시키는 이 작품은 종이로 만든 약 2800㎡의 세트 안에서 스톱모션, 인형극, 착시효과를 이용해 코미디, 스릴러, 심지어 호러도 뒤섞인 다양한 장르를 구현해냈다. 아이디어에 비해 이야기의 힘이 약하다는 아쉬움이 남지만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이 만들어내는 유머가 관전 포인트가 되며 영화의 약점을 상쇄한다. 배우 빌 워터슨의 첫 연출작이며, 보스턴 및 캘거리언더그라운드필름페스티벌에서 최우수작품상, 슬램댄스영화제에서 최우수 극영화상을 수상했다.

<어둔 밤> Behind the Dark Night

심찬양 / 한국 / 2017년 / 117분 / 코리안 판타스틱: 장편-경쟁

영화 동아리 ‘리그 오브 쉐도우’ 멤버들은 군복을 입은 예비군이 주인공인 슈퍼히어로영화를 만들기로 충동적으로 결심한다. 제목은 ‘어둔 밤’(Dark Night). 목표는 할리우드 진출. 제작비를 300만원으로 결정하는데 단 3초 고민하는 그들은 영화 <명량>과 <7번방의 선물>을 재미있게 본 신입생들의 안목을 지적하며 아피찻퐁 위라세타쿤 감독의 위대함을 설파하고, 평소 존경하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을 본받아 CG를 쓰지 않으며, 캐릭터에서 쉽게 헤어나오지 못하고 후유증에 시달리는 메소드 연기를 추구한다. 시네필로서 주워들은 것은 넘치지만 어쩐지 보는 입장에서는 자꾸 키득거리게 되는 <어둔 밤>의 제작기가 타율 높은 코미디가 될 수 있는 이유는 실제 상황인지 허구인지 거의 구분이 되지 않는 형식에 있다. 관객 각자가 영화 애호가로서 가진 경험이 많을수록 웃음도 자주 터진다. <어둔 밤>의 메이킹 필름에 해당하는 1, 2부를 거쳐 <어둔 밤>의 완성본이 등장하는 3부는 영화의 백미다. 투박하지만 나름의 고민과 열정이 느껴진다. 이번 영화제의 복병으로 감히 예상해본다.

<누명> Strangled

아르파드 소프시츠 / 헝가리 / 2016년 / 120분 / 부천초이스: 장편

<살인의 추억>에서 한국 드라마 <시그널> <터널>까지 이어지는, 늦은 밤 괴한에게 습격당하고 목숨을 잃는 여성 피해자들을 다루는 작품들과 같은 궤도에서 영화는 시작된다. 가장 유력한 용의자를 수감시킨 후에도 다시 살인사건이 벌어진다거나 중견 형사와 젊은 형사가 수사 과정에서 사건을 대하는 입장 차이로 갈등을 겪는 그림도 익숙하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를 여타 작품과 차별화시키는 요소는 1950~60년대 헝가리 마르푸가 처해져 있던 상황 그 자체에 있다. 1956년 헝가리 혁명과 1968년 같은 동유럽에서 있었던 프라하의 봄 사이, 민중들의 힘으로 공산당 정권을 무너뜨렸지만 아직 공산주의의 그림자가 남아 있던 외진 마을의 분위기가 잘 반영돼 있다. 낡은 시스템이 가져오는 폐해, 새로운 세계에 대해 보이는 구시대의 저항, 더 나아가 잘못된 것을 시정하지 않으려는 인물들이 어디까지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는지 등 여러 화두를 스릴러 장르 안에서 흥미롭게 보여준다. 헝가리비평가협회에서 촬영감독상,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특별전_현실을 넘어선 영화: 홍기선

<이태원 살인사건>

세상에 드러내야만 했던 광경, 들려줘야만 했던 목소리를 치열하게 기록했던 감독이 있었다. 지난해 12월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고 홍기선 감독의 특별전이 열린다. 먼저, 전남 구례의 농민 수세현물납부 투쟁에 관한 다큐멘터리 <수리세>(1984)의 디지털 리마스터링 버전이 최초로 공개된다. 불온사상을 전파한다는 이유로, 사전심의를 거치지 않은 불법상영을 했다는 이유로 감옥에 갇히기까지 했던 영화 <파랑새>(1986)의 2K 디지털 리마스터링 버전도 최초 상영된다. 홍기선 감독의 장편 데뷔작 <가슴에 돋는 칼로 슬픔을 자르고>(1992)는 현대판 노예선이라 불리는 이른바 ‘새우잡이 배’를 소재로 한다. 이 작품은 백상예술대상과 한국영화평론가협회에서 시나리오상과 감독상을 받았고, 주연배우인 조재현은 청룡영화상에서 신인연기상을 수상했다. <이태원 살인사건>(2009)은 초기 수사의 부실함으로 유력한 용의자를 놓쳤던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영화 개봉 이후 재수사 여론이 거세져 사건이 재조명됐고, 지난 1월 진범의 징역 20년이 확정됐다. 미완의 유작 <일급기밀>은 후배 영화인들에 의해 완성돼 이번 영화제에서 최초로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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