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타]
<군함도> 소지섭 - 새롭게, 열린 마음으로
2017-07-18
글 : 김현수
사진 : 백종헌

<군함도>라는 제목 뒤에 부제를 하나 붙인다면, ‘소간지의 귀환’이 적절하지 않을까? 드라마에 출연하고 음원을 발표하며 팬들과 소통하던 그가 오랜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왔다. 무거운 역사 소재의 영화, 류승완 감독과의 첫 작업, 게다가 그가 연기하는 ‘조선 최고의 주먹’ 칠성이 원톱 스트라이커보다는 든든한 수비수에 가까운 인물이라는 점 등 그의 이전 작업과는 성격이 조금 달라 보인다. 최근 영화 수입업으로까지 활발하게 영역 확장을 꾀하고 있는 그에게 지옥과도 같았던 <군함도>의 풍경에 대해 물었다.

-캐스팅 과정이 궁금하다. 비극적인 역사 소재의 영화라서 출연 부담이 컸을 것 같다.

=류승완 감독 때문에 시작했다. 이전부터 같이하자고 약속한 터라, 시나리오도 보기 전에 출연을 결정했는데 알고 보니 <군함도>더라. (웃음)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는 솔직히 부담스러웠다. 과연 내가 정서적인 아픔을 건드리는 작품에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싶어서.

-칠성이란 인물은 조선 최고의 주먹이란 배경을 지녔다. 이를 연기하기 위해 사전에 어떤 준비를 거쳤는지 궁금하다.

=다이어트로 식스팩 같은 근육을 오히려 빼고 진짜 거리에서 싸움하며 사는 사람의 몸을 만들어보려고 노력했다. 칠성의 외모나 성격에 대해서는 감독님이 호랑이에 비유하면서 성격이나 액션 스타일을 요구하셨다. 대사에 욕설도 많아 이전의 내가 연기했던 인물들과는 상반되는 느낌으로 연기해야 했다. 그래서 현장에서 가장 많이 지적받았던 게 ‘조금 더 빨리 대사를 해주고, 조금 더 빨리 움직여달라’는 것이었다. (웃음) 처음 모니터를 볼 때는 너무 낯설었는데 자꾸 보니 낯선 내 모습이 재미있더라.

-예고편에서 잠깐 칠성이 등장하는 장면을 보니, 주먹 쓰는 깡패이면서 동시에 탈출하는 사람들을 향해 ‘우리가 뒤를 봐주겠다’고 외치는 희생적인 캐릭터로 보인다.

=칠성은 이야기의 주변부에 위치한 인물이다. 예고편의 한컷은 희생적으로 보이지만, 사실 영화가 끝날 때까지도 과연 그가 선한지 악한지 혼란스러울 것이다.

-함께 출연한 황정민, 이정현, 송중기 등의 배우들과 작업한 소감은 어떤가.

=이정현 선배는 평소에 정말 얌전하게 있다가도 카메라 앞에 서면 눈빛이 확 바뀌는 모습을 보며 깜짝 놀랐다. 그녀가 연기하는 말년이 칠성과 가장 비슷한 처지의 인물일 것이다. 황정민 선배는 모든 사람들의 정신적 지주였다. 촬영이 있든 없든 현장에 제일 먼저 나와서 제일 늦게 퇴근하고, 선배가 있는 것만으로도 힘이 됐다. 중기는 생각보다 상남자라 깜짝 놀랐다. 나는 중간자 입장에서 주변 안전을 담당했다. (웃음) 한 사람도 모나는 이 없이 다들 최선을 다해줬다.

-영화로는 오랜만의 복귀작이지만 음반이나 출판, 외화수입 등 연기할 때와 다른 방식으로 자신을 드러내는 작업을 꾸준히 해왔다.

=아마 관객은 내 출연작이 아니라 제공 자막에서 나를 더 자주 보고 있을 거다. (웃음) 영화 수입은 파트너들 사이에서 숟가락만 얹고 있지만 돈 욕심이 없는 내가 수입하는 영화들로 돈을 벌어서 이 일을 계속하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손해가 날 때가 더 많지만 내가 지치거나 여력이 없어져 그만두고 싶지는 않다. 카메라 앞에서 연기할 때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반면 팬들 앞에서, 무대 위에서 노래할 때는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 욕먹는 걸 잘 알지만 새로운 에너지를 얻기 위해서라도 계속하고 싶다. 올해 미쟝센단편영화제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것도 재기 넘치는 감독과 배우들의 작업을 보면서 새로운 에너지를 느끼고 싶어서였다. 수십편의 영화를 보는 내내 너무 행복했다.

-<군함도> 이후 영화 외의 분야에서 지금과는 또 다른 소지섭을 만날 기회가 있을까.

=데뷔한 지 20년이 됐는데 이제는 조금 새로운 소지섭을 찾을 수 있는 감독들과 작업하고 싶다. 물론 연기 외 다른 영역에도 여전히 열린 마음을 갖고 산다. 어느 순간 마음속에 뭔가가 자리 잡으면 바로 실행하는 편이라서. (웃음) 그런 의미에서 <군함도>의 칠성은 관객에게 드라마 <발리에서 생긴 일>이나 <미안하다, 사랑한다>, 혹은 영화 <영화는 영화다> <오직 그대만>처럼 배우 소지섭을 만들어준 작품과는 다른 나를 발견하는 즐거움을 줄 것 같다. 마찬가지로 <군함도>에서도 그동안 한국영화에서 보지 못한 새로운 장면들을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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