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타]
<군함도> 황정민 - 이만한 에너지의 중심에 선다는 것
2017-07-18
글 : 김성훈
사진 : 백종헌

제 한몸 건사하기 힘든 <군함도> 촬영현장에서 황정민은 1인2역을 했다. 그가 연기한 반도호텔 악단장 이강옥은 식민지 조선의 사교계를 들썩거리게 하다가 딸 소희(김수안)와 함께 쫓기듯 현해탄을 건너면서 새 출발을 꿈꿨지만, 강제징용된 다른 조선인들과 마찬가지로 꼼짝없이 군함도에 갇혀 석탄을 캐는 신세가 됐다. 매일 체중 감량하랴, 클라리넷 연주하랴 힘들었을 법도 한데, 수백여명에 이르는 보조 출연자들의 사기 진작도 황정민의 몫이었다. 그런 그를 류승완 감독은 “주연배우 이상의 파트너”였다고 말했다.

-류승완 감독이 이강옥을 “평소 황(정민) 선배가 탭댄스를 추고 악기 연주하는 걸 보고 만든 캐릭터”라고 얘기해주었다.

=<군함도>를 오랫동안 함께 작업해왔고, 그만큼 나를 잘 아니까 어떤 식으로 활용하면 좋을지 생각했을 거다.

-<부당거래>(2010), <베테랑>(2015)을 연달아 작업하면서 쌓은 신뢰감도 작용했을 것 같다.

=잘 알다시피 <베를린>(2012)을 찍을 때 류 감독이 긴 해외 로케이션으로 힘들어하지 않았나. 좋아하는 일을 고통스럽게 하면 어떻게 하냐, 스트레스받지 말고 우리끼리 재미있게 하자고 하면서 <군함도>가 시작됐다. 류 감독이 하시마섬 이야기가 쓰여 있는 한 블로그를 알려줘서 그곳에 얽힌 역사를 알게 됐다.

-강제징용된 조선인 노동자들의 사연을 알게 됐을 때 어땠나.

=당시 그곳에서 벌어진 일을 동정 어린 시선으로만 바라보면 답이 안 나온다고 생각했다. 이 영화에 출연하게 된 것도 그곳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는 사실을 듣고 화가 났기 때문이다. 일본은 1980년대부터 이곳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시키기 위해 노력했다는데 우리나라는 대체 무엇을 하고 있었나. 어쨌거나 처음에는 제작에 반대했다. 그곳에 가서 찍을 수도 없고, 이 이야기를 담기엔 우리의 그릇이 너무 작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베테랑>이 너무 많은 사랑을 받으면서 (<군함도>를 제작할 수 있는)힘이 생긴 거지.

-시나리오를 처음 받았을 때 강옥은 어땠나.

=강옥을 이해하는 게 그리 어렵진 않았다. 나라가 뭐가 중요한가, 자신과 내 딸 소희가 살아남는 게 중요할 뿐이라고 생각하는 인물이었다. 하시마섬에서 그는 어떻게 하면 잘살 수 있을까, 살아남을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을 것이다. 일본말을 할 줄 아니까.

-영화에서 시간 흐름에 따라 체중이 달라지게 감량해야 했다고 들었다. 그래서 매일 밤 달리기를 했다고.

=하시마섬에 끌려가자마자 체중을 많이 빼야 했다. 탄광에서 노동을 하다가 악기를 한다는 이유로 일본인 상관의 술자리에 불려가면서는 체중이 다시 불어야했다. 그래도 체중을 감량하는 게 그리 어렵진 않았다.

-촬영이 끝난 뒤 숙소에 들어가 클라리넷을 손에 놓지 않았다고.

=베토벤의 작품 같은 어려운 곡이 아니라 군가 같은 비교적 쉬운 곡을 연주했던 까닭에 그렇게 힘든 일은 아니었다. 물론 악보 외우는 게 만만치 않았지만.

-최대 300명에 이르는 보조 출연자들과 어울리며 그들의 사기를 진작시켰다던데 힘들진 않았나.

=강옥은 조선인 수백명 중 한명이다. 내 연기가 제대로 보이려면 그들이 다 잘해줘야 가능하다. 작은 에너지가 모여 큰 에너지가 되어야 하니 다른 배우들을 챙기는 건 내게 굉장히 중요한 일이었다.

-청산되지 않은 역사를 다루는 이야기인 까닭에 현장에서 어떤 기운들이 느껴졌을 것 같다.

=군함도 세트가 워낙 잘 지어져서 촬영하는 6개월 동안 분위기에 잘 휩쓸렸던 것 같다. 강제징용당한 조선인 노동자들처럼 살았다. 특히 군함도 탈출 시퀀스가 기억에 남는다. 그 시퀀스만 한달 넘게 찍었다. 얼마나 힘들었겠나. 보조 출연자를 포함해 배우만 총 300명 나왔다. 스탭도, 배우도 힘들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화염병 던지고, 폭탄 터지는 상황에서 개인적인 요구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일사불란하게 움직이지 않으면 사고가 날 수 있으니까.

-그런 현장이 그립진 않나.

=그립지. 공장에 출퇴근하듯 6개월 동안 그곳에서만 찍었으니까. 내가 자랑하고 싶은 건 딱 하나다. 모든 보조 출연자들이 너무 연기를 잘해줬다는 사실이다. 그 에너지가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겼고, 전작을 통틀어 이만한 에너지를 받아본 작품은 처음이다. 모두가 주인공이었다.

-<군함도> 촬영을 끝내자마자 윤종빈 감독의 신작 <공작>에 합류했는데. 어떤 역할인가.

=자세하게 얘기할 순 없지만, 첩보영화인데 ‘007 시리즈’나 <미션 임파서블> 같은 첩보영화가 아니라 사람 간보는 영화라서 셰익스피어 작품을 연기하는 것 같아 어려웠다.

-<군함도> 흥행은 자신 있나.

=정말 잘되어야 할 텐데 <아수라>처럼 될지 누가 아나. (웃음) 까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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