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을 거꾸로 말하면? 웅성웅성! (일동 웃음)” 6월 25일 배우 박성웅이 대학로의 한 연극 무대에 올라 객석을 들었다 놨다 한다. 조금 후에 박성웅은 무대에서 예기치 못한 상황에 당황해하는 연기를 해 보일 예정이다. 그 장면을 지켜보던 관객은 놀라며 ‘웅성대는’ 리액션을 해야 하는데 그 분위기를 자연스레 만들어내기 위해 배우가 분위기 메이커를 자처한다. 그 덕분에 공연장의 온도는 기분 좋은 웃음으로 예열됐고 배우와 관객 모두 극에 빠져들 준비를 마쳤다.
그런데 이 연극은 실제 연극이 아니다. 방은진 감독의 신작 <메소드>의 극중 주인공들이 출연하는 연극의 한 장면이다. <메소드>는 제목 그대로 배우로 사는 인물들이 연기에 몰입해갈수록 극중 배역과 실제의 자신 사이에서 혼란스러워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 강렬한 드라마다. 배우이기도 한 방은진 감독이 연기의 한 방법론인 메소드 연기에 대한 자신의 오랜 질문을 영화로 옮긴 것이기도 하다. 연기 경력이 상당한 배우 재하(박성웅)와 이제 막 스타가 된 아이돌 출신 배우 영우(오승훈)가 <메소드> 속 연기을 통해 감정의 혼란을 겪는 인물들이다.
이날 촬영할 극중의 연극 장면은 심상치가 않다. 재하가 맡은 월터와 영우가 연기하는 싱어 모두 양손이 결박된 채 피 묻은 안대를 하고는 괴로워한다. “제발 내보내줘! 나 좀 풀어줘! 지금 내 앞에 있는거 누구야!” 월터가 고통스럽게 소리를 내지르면 “내가 얼마나 무서웠는데, 형이 나타나주길 얼마나 기도했는데!”라며 싱어가 월터를 간절히 부른다. 심지어 월터는 자신의 손가락이 잘린 데 충격을 받은 데다 그 잘린 손가락이 싱어에게서 발견된 것에 경악한다. 월터는 싱어를 향한 두려움에 휩싸인다. 연극이 관객을 쥐락펴락하는 상황으로 치닫자 객석은 약속이라도 한 듯 ‘웅성웅성’거리기 시작한다. 연극이, 영화가 진행될수록 월터와 싱어는, 어쩌면 재하와 영우는 점점 더 서로에게 이끌리게 되는 것 같다. <메소드>는 <오로라 공주>(2005), <용의자X>(2012), <집으로 가는 길>(2013)에 이은 방은진 감독의 장편 연출작으로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 섹션에서 처음으로 공개된다. 개봉은 11월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