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메소드> 촬영현장을 가다
2017-09-27
글 : 정지혜 (객원기자)
사진 : 손홍주 (사진팀 선임기자)
연기에 대해 묻다
<메소드>는 CJ E&M이 독립영화를 지원하겠다는 목적으로 준비한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6월 4일 크랭크인해 전라도 광주, 강원도 동해 일대를 돌며 촬영을 했고 이날은 대학로의 한 공연장에서 17회차 촬영을 진행한다. <메소드> 속 배우로 등장하는 재하와 영우가 극중 연극이 끝나자 객석으로 나와 인사를 한다. 연기인지 실제인지 경계를 가늠할 수 없는 몰입을 보여준 두 배우 앞에서 관객이 얼떨떨해하더니 하나둘 일어서 열렬히 박수를 보낸다.
재하와 영우의 극중극의 한 장면. 싱어를 매달고 있던 밧줄이 끊어지자 바닥으로 낙하한 싱어. 무대 위의 조명이 꺼지면 싱어는 퇴장하기로 약속돼 있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싱어가 전혀 움직이지 않자 무대 밖에 있던 재하가 놀라 다급히 그의 곁으로 간다.

“내 이름을 거꾸로 말하면? 웅성웅성! (일동 웃음)” 6월 25일 배우 박성웅이 대학로의 한 연극 무대에 올라 객석을 들었다 놨다 한다. 조금 후에 박성웅은 무대에서 예기치 못한 상황에 당황해하는 연기를 해 보일 예정이다. 그 장면을 지켜보던 관객은 놀라며 ‘웅성대는’ 리액션을 해야 하는데 그 분위기를 자연스레 만들어내기 위해 배우가 분위기 메이커를 자처한다. 그 덕분에 공연장의 온도는 기분 좋은 웃음으로 예열됐고 배우와 관객 모두 극에 빠져들 준비를 마쳤다.

재하의 오랜 연인 희원(윤승아)이 객석에서 재하의 연기를 지켜본다. 월터가 된 재하가 자꾸만 싱어인 영우와 가까워지는 것 같아 희원은 불안하다.

그런데 이 연극은 실제 연극이 아니다. 방은진 감독의 신작 <메소드>의 극중 주인공들이 출연하는 연극의 한 장면이다. <메소드>는 제목 그대로 배우로 사는 인물들이 연기에 몰입해갈수록 극중 배역과 실제의 자신 사이에서 혼란스러워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 강렬한 드라마다. 배우이기도 한 방은진 감독이 연기의 한 방법론인 메소드 연기에 대한 자신의 오랜 질문을 영화로 옮긴 것이기도 하다. 연기 경력이 상당한 배우 재하(박성웅)와 이제 막 스타가 된 아이돌 출신 배우 영우(오승훈)가 <메소드> 속 연기을 통해 감정의 혼란을 겪는 인물들이다.

온몸에 피칠갑을 한 극중 연극 속 월터. 그는 곧 자신의 손가락 하나가 잘렸음을 알게 된다. 재하가 이 장면을 준비하기 위해 숨을 고른다.

이날 촬영할 극중의 연극 장면은 심상치가 않다. 재하가 맡은 월터와 영우가 연기하는 싱어 모두 양손이 결박된 채 피 묻은 안대를 하고는 괴로워한다. “제발 내보내줘! 나 좀 풀어줘! 지금 내 앞에 있는거 누구야!” 월터가 고통스럽게 소리를 내지르면 “내가 얼마나 무서웠는데, 형이 나타나주길 얼마나 기도했는데!”라며 싱어가 월터를 간절히 부른다. 심지어 월터는 자신의 손가락이 잘린 데 충격을 받은 데다 그 잘린 손가락이 싱어에게서 발견된 것에 경악한다. 월터는 싱어를 향한 두려움에 휩싸인다. 연극이 관객을 쥐락펴락하는 상황으로 치닫자 객석은 약속이라도 한 듯 ‘웅성웅성’거리기 시작한다. 연극이, 영화가 진행될수록 월터와 싱어는, 어쩌면 재하와 영우는 점점 더 서로에게 이끌리게 되는 것 같다. <메소드>는 <오로라 공주>(2005), <용의자X>(2012), <집으로 가는 길>(2013)에 이은 방은진 감독의 장편 연출작으로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 섹션에서 처음으로 공개된다. 개봉은 11월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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