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메소드> 방은진 감독, “어려우니까 영화를 더 만들어보고 싶어졌다”
2017-09-27
글 : 정지혜 (객원기자)
사진 : 손홍주 (사진팀 선임기자)

-<메소드>의 기획 배경이 궁금하다.

=1월쯤 <메소드>의 배급사인 엣나잇필름의 정상진 대표가 “1억원대 저예산 ‘핑크무비’를 만들어보자”며 제안을 해왔다. 여기에 채널CGV까지 함께하게 되면서 완성된 영화를 이 채널을 통해 방영해보는 방식까지 논의가 됐다. 새로운 시도라고 생각했다. 나처럼 감독 데뷔한 사람이 기존과는 다른 방식으로 제작과 상영을 해본다면 신인감독들에게도 이러한 방식의 제작 기회가 주어질 수 있겠더라. 물론 내가 멜로 감성이 부족한지라 ‘핑크무비’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그러던 차에 올해 12월 대학로 연극무대에 오르는 <언체인>이라는 연극의 연출을 제안받았다. 연극 연출은 내 몫이 아니라는 생각이었고 대신 그 연극의 내용을 영화 속 연극으로 가져가보면 어떨까라는 데 생각이 미쳤다.

-<메소드>는 배우의 연기의 한 방식인 메소드 연기와 그 방식으로 배우가 연기를 할 때 느끼는 감정 상태에 관한 영화로 안다.

=연극배우 시절을 돌이켜보면, 연습과 공연을 거듭하다보면 어느새 한해가 지나가고 있었다. 무대가 아닌 일상의 나 자신이 없는 것 같았다. ‘무대 위에서의 내가 나인가’ 싶다가도 ‘과연 나라는 사람은 누구지?’라는 질문을 했다. 또 연극 연기가 반복된 연습 속에서 약속된 연기를 끄집어내는 방식이라면 영화 연기는 연습된 연기와 더불어 현장에서의 기운, 촬영장소의 특징 등에 따른 변수가 상당하다. 그런 데서 배우는 의외의 자신을 발견한다. 그만큼 한번 표현된 감정이 다음에 또다시 표현될 거라는 기대를 할 수 없기도 하다. 감정은 변덕스럽고 그래서 배우의 작업은 어렵고 순간의 몰입으로 이뤄지는 메소드 연기는 신기한 경험이다.

-재하와 영우가 극중극에 몰입하며 실제로 서로에게 끌린다는 점에서 남성퀴어멜로를 만나게 되는 게 아닐까 하는 기대도 있다.

=극중 연극에서 그들이 보여주는 사랑은 로맨틱하기보다는 치열하고 일방적이며 그래서 폭력적인 면이 짙다. 배우의 연기에 대한 질문의 영화로 봐주면 좋겠다. 배우가 연기에 빠져들면 본의 아니게 자기 주변에 상처를 줄 때가 있다. 감정적으로 어려운 역할을 맡으면 실제의 배우가 정신쇠약이나 우울증을 겪기도 하고. 또 그러면서 배우 자신도 몰랐던 자신을 발견하면서 성장할 수도 있다.

-박성웅은 ‘마초’ 남성들이 드글대는 세계의 중심에 서 있는 캐릭터를 꽤 많이 연기해왔다. 그로서도 새로운 시도의 영화 같다.

=내가 데뷔작 <오로라 공주> 때부터 배우의 의외성을 끄집어내는 캐스팅을 해온 것 같다. <오로라 공주>가 배우 엄정화의 첫 스릴러 도전이었고, 배우 류승범에겐 <용의자X>로 정극 연기를 하게 했다. 박성웅도 그 연장 선상이다. 성웅씨 역시 재하처럼 연기 경력이 상당하고 무엇보다 연기할 때 표현이 굉장히 정확하다. 게다가 “감독님은 연출에 집중하시라. 배우들을 내가 끌고 나가보겠다”고 말하며 현장 분위기도 만들어주니 내가 얼마나 든든했겠나. (웃음)

-이번에 제작사 모베터필름을 직접 차렸다.

=얼떨결에 제작자까지 됐다. 제작자로 참여해보니 정말 할 일이 많더라. 이준익 감독님께서 <동주>(2015)를 찍으시며 “저예산영화를 찍으면 프로덕션 장악력이 일취월장한다”고 하셨다. 상업영화를 작업해온 나로서는 규모가 작은 영화를 만든다는 게 도전이었다. <메소드>는 3억원대의 예산으로 18회차 만에 끝냈다. 그게 가능했던 건 노련한 스탭들의 공이다. ‘이렇게 또 배우는구나, 영화 한두편 찍었다고 영화 만들기가 수월해지는게 아니구나, 점점 더 어려워지는구나’ 싶었다. 근데 어려우니까 영화를 더 만들어보고 싶어졌다. <메소드> 이전부터 준비해온 시나리오를 부지런히 작업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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