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타]
<희생부활자> 김래원 - 기존의 김래원을 배제하는 작업
2017-10-10
글 : 이주현
사진 : 오계옥

부드러운 이목구비, 그중에서도 선한 눈빛이 주는 힘이 커서 김래원이 연기한 캐릭터엔 인간미가 흐른다. <해바라기>, <마이 리틀 히어로>(2012), <강남1970>(2014), <프리즌>(2016) 등에서 보여준 것처럼 능글맞거나 폭력적이거나 위악적인 순간에도 김래원의 연기엔 언제나 인간적 동의를 구하는 순간들이 있다. 철저히 감정을 절제하며 연기해야 했던 <희생부활자>에선 좀 다를지도 모르겠다. 오토바이 뺑소니 사고로 죽은 엄마(김해숙)가 살아 돌아와 복수하려는 대상인 검사 아들 진홍은 김래원이 그간 연기해온 캐릭터들과 달리 차갑다. 그 새로운 캐릭터를 새로운 방식으로 연기하는 것의 어려움에 대해 김래원은 조심스레 단어를 골라 말했다.

-사진촬영하는 걸 지켜보니 김해숙 배우의 카리스마가 엄청나더라. 현장에서 그런 기운을 받으며 함께 연기하면 연기할 맛도 나고 긴장도 될 것 같다.

=나는 그런 엄마의 모습이 워낙 익숙해서 편하고 좋다. 현장에서 따로 호흡을 맞출 필요도 없다. 지금도 바로 어떤 상황을 주고 엄마랑 같이 연기하라고 한다면 부담없이 할 수 있을 것 같다.

-김해숙 배우를 ‘엄마’라고 부른다. 사석에서도 엄마라는 호칭을 쓰는 게 흥미롭다.

=호칭에 대해선 딱히 의식을 해본 적이 없다. 그 표현이 자연스럽다거나 어색하다는 것조차 의색해본 적이 없다. 그만큼 오래된 사이라 그런 것 같다. 그런 익숙한 관계가 영화에서 자연스럽게 표현될 때가 있다. 예를들면 대본에 엄마가 손을 베어서 아들에게 밴드를 달라고 하는 장면이 있다. ‘네, 어머니’ 하면 되는데 나도 모르게 ‘여기’ 하면서 툭 밴드를 건넨다. 익숙한 관계 때문에 나올 수 있는 자연스런 연기인 거다.

-‘희생부활자’라는 낯선 소재를 다루고 있고 여러 장르적 장치가 혼용된 작품이다. 시나리오를 읽고 흥미로웠던 지점은 뭐였나.

=처음엔 좀 어려웠다. 그래서 다른 작품할 때보다 감독님과 작품에 대한 얘기를 훨씬 많이 나눴다. 감독님이 귀찮아할 정도로 질문을 드렸다. 내가 시나리오를 잘 이해하고 있는지, 감독님이 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인지 그것을 초반에 빨리 이해하는 게 중요했기 때문이다. 이번엔 전적으로 곽경택 감독님을 믿고 갔다. <희생부활자> 이전에 감독님이 어떤 작품을 제안하신 적이 있는데 그때는 다른 작품을 하고 있어서 함께하지 못했다. 그때의 죄송한 기억이 있어서 이번엔 바로 만나뵙고 결정했다.

-곽경택 감독의 영화 속 투박한 남자 캐릭터들과 이미지가 잘 어울린다. 왜 이제야 함께했을까 싶은 생각도 든다.

=그런데 이번엔 다르다. 진홍은 거칠고 내추럴한 캐릭터가 아니다. 미스터리한 인물이라 경직된 느낌의 연기, 안으로 누르는 연기, 절제하는 연기를 했다. ‘감독님, 이 신은 잘 모르겠어요. 내 연기가 딱딱하고 교과서적인 것 같아요. 내 장점은 내추럴한 건데 이게 맞는지 모르겠어요’ 그럴 때도 있었다. 그런데 감독님은 그런 진홍의 모습을 의도하셨다. 감독님이 생각한 구체적인 인물이 되려고, 좋은 도구가 되려고 했다. 성동일 선배님이 이번 작품에서 웃음기 싹 뺀 국정원 직원을 연기했듯, 나 역시 기존의 김래원을 배제하고 새로운 인물이 되려 했다. 나에게도 변신이고 도전이었다.

-지금까지 연기한 캐릭터 중 가장 차갑고 건조한 캐릭터일 수 있겠다.

=맞다. 건조하다. 말도 없고, 친구도 없고, 술도 안 마시고, 취미인 철인3종경기로 아픔과 상처를 덮으려고 하는 인물이다. 철인3종경기라는 운동은 자신의 몸을 학대하면서 뭔가로부터 해방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운동이라고 생각하는데, 진홍도 마찬가지다. 그런 모습이 쌓이고 쌓여서 관객은 ‘진홍이 진짜 엄마를 죽인 범인일까?’ 의심하게 된다. 아니, 진홍이 범인일 수 있다고 믿게 된다.

-17살에 청소년 드라마 <나>로 데뷔했으니 올해로 데뷔 20년을 맞았다.

=순식간에 시간이 흘러 여기까지 온 것 같다. 새로운 작품을 만나고, 새로운 캐릭터가 되고, 그게 내 삶이었다. 단, 20대 때는 모르고 지나갔던 게 많았다면 지금은 어떤 작품을 할 때든 어떤 상황에서든 감사한 마음을 가지려 한다. 아역배우에서 성인배우가 될 때보다 20대에서 30대로 넘어가면서 생각이 많아진 것 같다. 20대 땐 그저 루키였고 청춘스타였다면 30대 때는 더 폭넓고 깊이 있는 연기를 보여줘야 한다는 마음이 컸다. 내가 가장 보람을 느끼고 살아 있다고 느끼는 순간이 연기를 할 때인데, 내가 원하는 걸 계속하려면 더 집중해서 연기력으로 인정받는 배우가 돼야 한다. 이만하면 잘하고 있는 거란 생각도 들지만 스스로에게 만족하기란 참 쉽지 않은 것 같다. 아직 갈 길이 멀다.

-차기작은 뭔가.

=결정된 건 없다. 작품을 많이 하는 편이 아닌데, 내년엔 영화든 드라마든 부지런히 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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