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타]
영화는 미칠만한 짓이다, <결혼은, 미친 짓이다>의 엄정화, 감우성
2002-04-17
글 : 이영진
사진 : 손홍주 (사진팀 선임기자)

“오늘 예쁘다. 예뻐. 선글라스도 써봐.” 엄정화가 감우성을 칭찬한다. “내가 만날 추리닝만 걸치고 다녀서 그렇지. 앞으론 외모로 승부를 봐야겠어.” 감우성도 마다하지 않고 농을 친다. 시사회가 끝난 다음날, 두 사람은 주위의 격려에 모두 ‘업’된 상태였다. 여기저기서 요청한 인터뷰를 마친 뒤였지만 피곤한 기색이나 불평은 없었고, 영화 이야기만 나오면 눈빛을 번뜩였다. 1시간 넘게 사진촬영이 진행됐고, 욕심많기로 소문난 사진기자가 ‘옷 갈아입고, 딱 한번만 더 가자’고 변덕을 부렸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딱이야.” <결혼은, 미친 짓이다>의 시사회를 본 사람들은 감우성과 엄정화, 두 배우의 조합에 더이상 이견을 제기하지 않았다. “솔직히 기대 이상이다”라고들 했다. 지난해 캐스팅 소식이 전해져왔을 때만 해도 ‘반신 반의’했던 이들이 꽤 있었다. “충무로가 캐스팅 대란인 게 분명하군”이라고 비아냥대는 이도 적지 않았다. 브라운관 나들이에 익숙한 한 남자배우와 무대 위 화려한 위락의 이미지로 굳어진 한 여자가수를 짝짓다니. 당시 다들 고개를 저었던 것에 비하면, 조만간 유하 감독의 ‘확신’에 대한 지지층은 늘어날 것 같다.

<결혼은, 미친 짓이다>는 이만교 원작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삼은 영화다. 감우성은 결혼제도에 대해 혐오증에 가까운 적대감을 갖고 있는 대학강사 준영으로, 엄정화는 ‘연애와 결혼은 별개’라는 원칙의 소유자 연희로 등장한다. “치고받는 대사가 관건”인 영화라 두 배우 모두 호흡 맞추는 데 애를 먹었을 법도 한데 정작 본인들은 “아니라” 한다. 10년 전, 둘 다 신출내기 소리 듣던 시절, 한 단막극 드라마에서 연인으로 출연해서 서먹함은 일찌감치 떨쳤고, 영화에 대한 두려움을 오랫동안 열정으로 토닥거려왔다는 공통분모는 촬영현장에서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에게 버팀목 역할을 자임토록 했다.

두 배우에게 이번 영화는 ‘또 다른 시작’과 다름없는지라 각별하다. 매번 감우성이 촬영현장에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커다란 ‘의자’에 감격하고, 엄정화가 10년 만에 듣는 슬레이트 소리에 짜릿해한 것도 무리는 아니다. 물론 두 사람은 이번 영화에 출연해서 ‘소원풀이’했다는 것에 만족스러워하지 않을 것이다. 10년간 쌓아뒀던 회포가 어디 이번 한번의 잔치로 끝나겠는가. “자신들은 어차피 선택당하는 배우들일 뿐”이라지만, 눈매가 여간한 욕심내기들이 아닌 걸 보면, 앞으로 두 배우를 스크린에서 보는 건 그리 어렵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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