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3①] <강철비> 김태원 PD·양욱 군사자문
2018-01-01
글 : 장영엽 | 사진 : 백종헌 |
[빅3①] <강철비> 김태원 PD·양욱 군사자문
양욱 군사자문, 김태원 PD(왼쪽부터).

“밀리터리 액션에 있어서 이 영화는 거의 할리우드 수준이다.” <강철비>의 군사자문을 맡은 ‘한국국방안보포럼’ 양욱 수석연구위원의 말이다. 그의 말대로 <강철비>는 영화적 구현의 한계를 인정하는 대신, 풍부한 지식과 치밀한 고증을 바탕으로 완성도 높은 밀리터리 액션을 선보인다는 목표가 분명한 영화였다. 그것이 국방부와 방산업체를 대상으로 컨설팅과 자문을 해오던 ‘진짜’ 군사 전문가가 <쉬리>(1998) 이후 20여년 만에 영화에 군사자문으로 참여한 이유라고 양욱 대표는 말한다. 한편 이 영화가 양우석 감독과의 첫 협업인 김태원 PD(<사이코메트리> <봉이 김선달>)는 중국영화를 함께 준비하던 와이웍스엔터테인먼트 선영 대표와의 인연으로 <강철비>에 참여하게 됐다고 한다. 영화의 디테일에 있어 “정말로 관심을 두지 않으면 알아차릴 수 없는” 조그만 차이도 허하지 않았던 양우석 감독의 현장은 그야말로 제작부에 어마어마한 수련 현장이었다고 그는 말한다. 두 주요 스탭에게 <강철비>를 보며 궁금했던 7가지에 대해 물었다.



대구 국립과학관에서 촬영한 개성공단 타격 시퀀스.

-한반도를 전쟁의 위협으로 몰아넣는 무기로 왜 ‘강철비’를 선택했나?



=양욱_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스틸레인’은 현존하는 재래식 무기 중 살상력이 가장 크다. 공식 명칭은 M270 MLRS(다연장 로켓 시스템, Multiple Launch Rocket System)이다. 대개의 폭탄은 통째로 건물을 날려버리는 등 한번의 타격으로 강한 파괴력을 내지만 스틸레인은 폭탄 속에 있는 작은 폭탄들이 쇳조각과 결합해 보다 넓은 지역을 제압할 수 있다. 이 폭탄을 쏘면 작은 폭탄들이 하늘에서 비처럼 떨어진다고 해서 스틸레인이라고 부른다. 잔인한 무기다. 인류가 생각할 수 있는 최악의 무기 형태 중 하나다. 북한이 테러를 일으킨다고 가정했을 때 생각할 수 있는 현실적 선택지였다고 생각한다.



=김태원_ 감독님이 중요하게 말씀하셨던 것 중 하나가, 스틸레인이 현재 140개국에서 쓰지 않기로 협약을 맺을 만큼 잔혹한 무기라는 점이다. 가장 잔혹한 현실을 보여주겠다는 의미로 이 무기를 선택하셨던 것 같다. 강철비가 쏟아지는 개성공단에서의 타격 시퀀스는 대구의 국립과학관에서 촬영했다. 개성공단은 ‘ㄱ’자 구조에 탁 트인 광장을 두고 있는데, 이와 유사한 장소를 거의 찾을 수가 없었다. 200~300여명의 보조출연자가 함께 움직여야 하고, 그 와중에 특수효과와 액션을 동시에 선보여야 했기에 어려운 장면이었다.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던 순간은 ‘북한 1호’가 입장할 때 사회자가 마이크를 들고 “위대한 수령님이 오십니다!”라고 외치는 장면이었다. 이 목소리를 실제로 북에서 앵커 출신이었던 한 탈북자 여성이 녹음해주었다. 믹싱실에서 이 목소리를 크게 듣고 있는데 종교부흥회의 한복판을 지켜보는 느낌이 들면서 한층 상황이 리얼하게 다가오더라.



<강철비>의 크랭크업 장소였던 남북출입사무소.

-북에서 쿠데타가 발생했을 때, 북한의 최고 권력자가 남한으로 오게 된다는 설정이 실제로 가능할까?



양욱_ 경호원들은 불상사가 생겼을 경우를 대비해 늘 탈출 루트를 생각한다. 개성공단에서 쿠데타가 발생했을 때, 북한을 다 가로질러서 중국으로 갈 것이냐, 아니면 훨씬 더 가까운 남쪽으로 내려올 것이냐를 생각해보면 가장 안전하고 효과적인 대안은 역시 한국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개연성이 아주 없는 일은 아니라고 본다. 다만 영화에서처럼 중국의 요청에 의해 출입국사무소에서 쉽게 통과시켜주는 경우는 없을 것이다. (웃음) 북쪽 철우(정우성)는 샛길로 빠지지만, 실제로 그런 상황이 발생한다면 신분이 확인될 때까지 갇히거나 격리될 것이다.



김태원_ <강철비>의 촬영을 마무리한 장소가 바로 남북출입사무소다. 영화 후반부에 등장하는 통일대교와 더불어 이 두 장소는 섭외에 가장 많은 시간과 공을 들였고, 마지막까지 촬영 허가를 확신하지 못했던 곳이다. <강철비>가 2월2일부터 촬영을 시작했는데, 대통령 탄핵 소추안이 가결되고, 정권교체기를 지나는 시기인 만큼 정부 부처에서도 민감한 장소에 대한 촬영 허가를 조심스러워했다. 통일부와 국방부 두 부처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점도 어려웠다. 통일대교의 경우 <강철비>가 처음으로 촬영 허가를 받은 장소로 알고 있다. 위치 특성상 다리의 모양이 일반적인 대교와 달랐기에 대안은 CG뿐이었는데, 결국 촬영을 허가받아서 정말 다행이었다.



‘북한 1호’를 연기한 배우 최성환.

-마지막 순간까지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 ‘북한 1호’의 정체는?



김태원_ 절대로 희화화하지 않을 것, 1호의 성명을 노출하지 않을 것. 이것이 ‘북한 1호’에 대한 제작진의 원칙이었다. 1호의 실루엣을 바라보고 인지하게 하는 것이 목표지, 비슷하게 생긴 사람을 굳이 보여주지는 말자는 것이 감독님의 생각이었던 것 같다. 오디션 과정에서 김정은과 얼굴과 헤어스타일, 의상이 거의 흡사한 분도 계셨지만, 캐스팅 과정에서 가장 중요했던 건 ‘체형’이었다. 영화에서 ‘북한 1호’를 연기한 건 최성환 배우다. 그동안 단역배우로 영화에 출연했고 대개 조폭 역할을 많이 맡으셨다고 한다. 그분이 180cm가 넘는 키에 110kg 정도의 체구를 가졌는데도 이 영화를 위해 20kg정도 더 찌운 걸로 알고 있다. 그래서 북쪽 철우를 연기하는 정우성 배우가 1호를 업고 뛰는 장면에서 굉장히 힘들어했던 기억이 난다. (웃음)



‘남쪽 철우’를 연기한 배우 곽도원.

-‘남쪽 철우’(곽도원)가 연기하는 ‘외교안보수석’은 실존하는 직책인가?



양욱_ 박근혜 정부 당시에는 있었지만 지금은 사라졌다. 문재인 정부는 비서실장 산하에 있던 외교안보수석실을 폐지하고 그 기능을 국가안보실로 흡수했다. 양우석 감독이 이전 정권의 상황을 반영해 <강철비>를 만든 것으로 알고 있다. 영화를 보면 곽도원씨가 연기하는 철우가 국가 안보와 외교 사안을 함께 담당하는 사람으로 등장한다. 하지만 이전 정부에서 외교안보수석의 역할은 외교관에 좀더 가까웠고, 국가 안보에 대한 문제는 국가안보실에서 주로 담당했다. 영화 속 철우의 업무는 현재 국가안보실 2차장의 역할과 비슷하다고 보면 될 것 같다.



-두 ‘철우’가 가까워지는 계기로 지드래곤의 노래를 선택한 이유는?



김태원_ 북한에서 한국 노래와 드라마가 인기라는 기사는 많이들 보셨을 거다. 그중에서도 특히 인기 있는 가수가 빅뱅이라는 기사가 여러 차례 나왔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니까 지드래곤이라는 뮤지션을 선택한 건 영화 속 설정이라기보다는 현실에 기반한 선택이었다. 촬영 전부터 YG엔터테인먼트 쪽에 인명과 노래 사용에 대한 허가를 구했고 흔쾌히 응해줘서 지드래곤에 대한 에피소드를 영화에 넣을 수 있었다. 양우석 감독님이 생각했던 최초의 선곡은 빅뱅의 <판타스틱 베이비>였다. 그런데 곽도원 배우와 얘기를 하던 도중, 지드래곤의 <삐딱하게>가 더 남쪽 철우의 처지에 가까운 것 같다는 곽도원 배우의 의견이 있었고 최종 선곡에도 그 의견이 반영되었다. 김윤아, 지드래곤이 함께 부른 <Missing You>도 그렇고, 영화 속 선곡은 남북간에 문화를 공유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던 감독님의 의도가 반영된 선택이었다.



순천 제일대학교에서 촬영한 남한군과 북한군의 대치 장면.

-국군병원에서 벌어지는 북한군과 남한군의 대결 시퀀스는 리얼한가?



김태원_ 밀리터리적 관점에 있어서 ‘밀덕’(밀리터리 오타쿠)들에게 지적받지 않는 영화를 만들겠다, 그 정도로 준비를 철저히 하겠다는 게 양우석 감독님의 포부였다. <강철비>를 준비할 때 밀리터리 액션에 있어서 가장 큰 틀이 되었던 것도 ‘리얼 베이스’였다. 군사물품의 경우 어디서 쉽게 정보를 구할 수 있는 게 아니었기에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있는 자료를 검색해서 실제와 같은지 끊임없는 확인과 고증의 과정을 거쳤다. 영화 속 국군병원은 사실 순천에 있는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제일대학교 캠퍼스다. 총 쏘는 장면이 굉장히 많았는데 주민들이 살지 않는 지역이라 다행이었다.



양욱_ 북한군들이 쓰는 권총으로 ‘백두산 권총’ 또는 테러리스트나 공비들이 많이 사용해온 ‘스콜피온’ 기관총 등 실제로 북한에서 사용할 법한 총기들을 최대한 명확하게 구현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그동안 북한 총기가 나온 영화는 많았지만 <강철비>처럼 리얼리티와 디테일에 주목해 많은 노력을 한 작품을 아직까지는 보지 못했다. 예를 들어 한국의 대테러부대(707 특임대)가 입는 전투복은 일반 전투복과는 좀 다르다. ‘흑복’이라고 해서 특유의 무늬가 들어가 있는데 그런 부분까지 자문을 구하고 실제로 반영했다는 게 대단하다. 밀리터리 액션에 있어서 이 영화는 거의 할리우드 수준이라고 봐도 될 듯하다. 전사한 군인들의 시체를 쌓아두고 폭파시킨 다음 바닥이 붕괴되면서 북한군이 빠른 속도로 공격하는 장면은 내가 감독님에게 제안드린 아이디어다. 북한군에 남한군이 당하는 대부분의 영화를 보면 우리는 추풍낙엽이고 북한 특수부대원들은 거의 초인에 가깝더라. 사실 그렇진 않기 때문에 평소 그런 영화를 보며 답답해했다. 남한군이 실력 없게 보이지 않되,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할 수밖에 없는 기발한 공격이 무엇일지 감독님이 고민하시기에 제안드렸던 장면이다.



타우러스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을 탑재한 한국 공군의 전투기 F-15K.

-핵전쟁의 위기를 다루는 영화 후반부의 클라이맥스 장면은 실현 가능한 시나리오인가?



양욱_ 감독님 개인의 확고한 방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동의할 수 있는 부분도 있고, 못하는 부분도 있다. 먼저 좋았던 점은 미국이 한·미 동맹과 미·일 동맹 중 어느 쪽을 더 중요하게 생각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었다. 영리한 표현이었다고 생각한다. 미국이 북한에 핵을 선제 타격한다는 설정은 다소 비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핵 교류의 현실에서 일어나기 어려운 일이다. 다만 현재 많은 논란을 빚고 있는 트럼프 정부처럼 비정상적인 상태의 미국이라면 그런 일이 가능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질문을 영화가 던지고 있다고 본다.



김태원_ 나도 감독님이 국제 정세에 대해 굉장히 명확한 관점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내부적으로도 결말에 대해 수많은 논의가 있었지만 한번도 흔들리지 않고 본인의 생각대로 영화를 만드셨다는 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다 끝나고 나서 보니 <강철비>는 결론을 내는 작품이 아니라 아니라 질문을 던지는 영화라는 생각이 들더라. 그런 점이 색다르게 다가온 영화였다. 제작부 입장에서 쉽지만은 않은 영화였다. 워낙 <강철비>가 다루고 있는 사안에 대한 감독님의 관심과 지식이 깊다보니 준비하는 입장에서 공부를 안 하려야 안 할 수가 없더라. 클라이맥스의 핵 폭발 영상은 유튜브를, 남한군이 북한군 벙커에 발사하는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은 제조사인 타우러스시스템스 GmbH사가 공개한 자료를 참고했고, 그 밖에 항공 액션 장면을 준비하며 미국 방위산업체인 록히드마틴의 전투용 시뮬레이션 자료를 참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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