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3②] <신과 함께-죄와 벌> 진종현 총괄 VFX 슈퍼바이저, 최완호 R&D 슈퍼바이저
2018-01-01
글 : 김성훈| 사진 : 최성열|
[빅3②] <신과 함께-죄와 벌> 진종현 총괄 VFX 슈퍼바이저, 최완호 R&D 슈퍼바이저
최완호 R&D 슈퍼바이저, 진종현 총괄 VFX 슈퍼바이저(왼쪽부터).

개봉 일주일 만에 파죽지세로 500만 관객(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집계)을 불러모은 영화 <신과 함께-죄와 벌>(감독 김용화, 이하 <신과 함께>)에서 시각특수효과(VFX)가 들어간 장면은 2200여개다. 이 숫자는 영화 전체의 88%에 해당되고, 몽타주나 트랜지션(장면전환) 같은 장면까지 포함하면 VFX가 쓰인 장면은 무려 90%가 넘는다. VFX가 안 들어간 장면이 없는 셈이다. 어마어마한 양의 컴퓨터그래픽(CG)이 투입됐음에도 많은 관객이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는 건 VFX의 완성도가 진일보한 덕분이리라. 프리 프로덕션, 프로덕션, 포스트 프로덕션 등 영화 공정의 전 과정에서 VFX를 책임진 진종현 총괄 VFX 슈퍼바이저와 <신과 함께>에 등장하는 각 지옥의 환경을 구현한 최완호 R&D 슈퍼바이저를 만나 <신과 함께> VFX 작업기를 들었다.



-웹툰 <신과 함께>를 영화로 만든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가장 먼저 한 생각은 뭔가.



=진종현_ 원작이 판타지 장르라서 작품의 컨셉을 주도적으로 활용하는 영화가 될 수 있겠다 싶어 반가웠다. 회사에서 기획·개발했던 작품이라 기대가 컸고. 웹툰을 좋아하기도 한다.



=최완호_ <미스터 고>(2013)가 첫 번째 프로젝트라 할 수 있는데 <신과 함께>로 재기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는 점에서 반드시 잘해내야 할 프로젝트라고 생각했다. 걱정보다는 잘됐다, 하고 싶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신과 함께>에 대한 기대가 컸던 건 <미스터 고>라는 만만치 않은 작업을 경험해본 덕분인가.



최완호_ 확실히 <미스터 고>는 아무런 노하우 없이 맨땅에 헤딩하기 식으로 작업했는데 지금 생각해도 어처구니가 없었다. (웃음) <미스터 고> 이후 <적인걸2: 신도해왕의 비밀>(감독 서극, 2013), <몽키킹: 손오공의 탄생>(감독 정바오루이, 2014), <지취위호산>(감독 서극, 2014), <구층요탑: 전설의 부활>(감독 루추안, 2015) 등 중국 블록버스터나 <해적: 바다로 간 산적>(감독 이석훈, 2014) 같은 큰 프로젝트를 맡으면서 기술이나 노하우가 많이 갖춰진 상태라 <신과 함께>는 자신 있게 시작할 수 있었다.



-이제껏 저승을 제대로 구현한 한국영화가 없었는데.



진종현_ 웹툰을 보면 이야기를 보여주는 방식이 다소 단조로운 부분이 있어 원작의 컨셉을 고스란히 가져오는 게 쉽지는 않았다. 원작의 세계관을 시각적으로 펼쳐내기 위한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감독님, 스탭들과 함께 저승세계를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에 대한 얘기를 많이 나눴다. 그렇게 내린 결론은 익숙한 이미지여야 사람들이 어색하지 않을 거라는 사실이었다. 그렇다고 저승이나 지옥 같은 세계가 사람들에게 편한 공간은 아닌 까닭에 독특한 공간들을 찾았던 것 같다. 그게 <신과 함께> 비주얼의 시작이었다.



최완호_ R&D팀은 컨셉 작업에 참여하지 않았다. 이미지 컨셉의 방향이 정해졌을 때 그것을 기술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지 판단하고, 구현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해결할지 대안을 찾는 게 우리 역할이었다.



진종현_ 컨셉 작업에 관여를 안 했다고 했는데 실제로는 되게 많이 했다. (웃음) <미스터 고>의 VFX 작업은 R&D와 함께 진행됐다. 최 슈퍼바이저가 얘기한 대로 <미스터 고> 이후 여러 작품을 하면서 축적된 노하우와 기술이 <신과 함께>에 활용됐다(참고로 최완호 슈퍼바이저는 <미스터 고> 때 고릴라 링링과 레이팅의 털을 만드는 프로그램을 자체 개발한 바 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상황에 맞는 털의 움직임과 질감을 생생하게 구현해냈다. <신과 함께>에서 이 기술은 털 대신 여러 지옥의 환경을 구현하는 데 응용됐다.-편집자).



최완호_ R&D 입장에서 <미스터 고> 이후에 여러 프로젝트를 했던 경험이 <신과 함께>를 하기 위한 예행연습이었다.



진종현_ R&D는 준비되지 않으면 할 수 없다. <미스터 고> 때 R&D팀이 정말 고생을 많이 했는데, <미스터 고>가 없었더라면 <신과 함께>가 지금 같은 속도로 진행되는 건 불가능했을 것이다.



-살인지옥(화탕영도), 나태지옥(삼도천), 거짓지옥(검수림), 불의지옥(한빙협곡), 배신지옥(백염광야), 폭력지옥(진공심혈), 천륜지옥(천고사막) 등 각각의 지옥을 어떻게 보여주고자 했나.



진종현_ 감독님이 시나리오에 각 지옥의 속성을 정리해주셨다. 7개의 지옥은 불, 물, 철, 얼음, 거울, 중력, 모래 등 7개의 자연 물성이 각각 적용됐다. 그게 출발점이었다. 가령, 검수림은 칼날로 이루어진 숲이다. 숲이 칼날(철)로 이루어지는 게 맞는 건가 생각이 들었지만, 철이 자홍(차태현)과 삼차사의 여정을 방해하는 건 어떨까 상상하며 접근할 수 있었다.



-각 지옥을 구상하는 과정에서 모티브가 됐던 회화나 이미지는 없었나.



진종현_ 민화를 많이 찾아봤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지옥과 관련된 이미지가 거의 없었다. 동양화는 지옥을 구체적으로 묘사하기보다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게 대부분이었다.



최완호_ 비주얼 컨셉을 전달받고 관련된 이미지를 보면서 <신과 함께> R&D의 출발점은 (자연 혹은 인공) 환경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미스터 고> R&D의 관건이 고릴라의 털이었듯이 말이다. <미스터 고> 이후 중국영화 <삼소야의 검>(감독 이동승, 2016), <몽키킹2: 서유기 여정의 시작>(감독 정바오루이, 2016)을 작업할 때 <미스터 고>의 털 솔루션을 응용해 환경을 만들어낸 적이 있다. 아티스트들이 털 대신 나무나 풀을 부착해 환경을 구현했는데 생각보다 훨씬 자연스럽더라. 그 방식으로 <신과 함께>의 저승으로 가는 입구인 초군문 시퀀스 초기 테스트를 진행했는데 결과가 대체로 잘 나왔다. 몇 가지 문제점을 보완해 털 솔루션을 환경에 최적화된 시스템으로 업그레이드했다. 그게 바로 ‘ZENV’라는 이름의 소프트웨어다.



진종현_ 쉽게 설명해서 <미스터 고>의 R&D가 고릴라 털의 움직임과 질감을 구현했다면 <신과 함께>는 공간의 레이아웃(환경)을 구현한 것이다. 레이아웃이라는 건 나무, 돌, 꽃, 풀 등 땅 위에 있는 많은 사물들을 각기 다른 움직임으로 구현해낸 환경이다. 데이터 양이 많기 때문에 아티스트들이 화면을 보면서 하나하나 표현하는 건 불가능하다. R&D는 그것들의 움직임을 설계하는 구조를 만드는 작업이다.



-움직임의 뼈대를 만드는 작업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진종현_ 그렇다. 할리우드에서도 굉장히 힘들어하는 작업이다. <정글북>(감독 존 파브로, 2016)도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다.



최완호_ 2016년 개봉한 <정글북>을 기점으로 R&D가 디지털 작업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정글북>은 주인공을 제외한 나머지 배경이 모두 디지털이었다. 이처럼 한 선구자가 새로운 방식으로 치고 나가면 후발주자들은 따라가게 되어 있다. <신과 함께>도 <정글북>처럼 디지털로 채워질 수밖에 없는 작품이 됐다.



-배경 작업에 필요한 자연을 관찰하기 위해 해외를 다녀왔다고 들었다.



진종현_ 촬영이 끝난 뒤 후반작업에 돌입하기 전에 갔던 곳이 몽골의 사막과 초원이었다. 사막이 영화에서 중요한 공간이라 그곳에 가서 사막을 촬영하고, 그 데이터를 가지고 와서 영화에 활용했다. 공간을 직접 보지 않고 생생하게 구현하는 건 쉽지 않다. 인터넷에 있는 사막 사진들은 잘 찍혔지만, 그 사진의 조명이나 질감을 영화에 그대로 쓰는 건 적절하지 않다. 모래 질감이나 조명이 어떤지 직접 보고, 찍은 소스들을 아티스트들과 공유했고, 영화에 활용했다.



최완호_ 요르단에 다녀왔다. R&D 업무 때문에 간 건 아니고, 드론으로 찍어야 할 게 있는데 드론을 조종할 수 있는 사람이 나뿐이라 직접 가게 됐다. 요르단에서 드론으로 찍은 풍경들을 작업하는 데 많이 사용할 수 있었다.



그림①

그림①

-영화의 구체적인 장면에 대해 얘기해보자. 초반부, 자홍이 사람을 구하고 떨어지는 장면은 어떻게 설계됐나.(그림①)



진종현_ 가장 중요했던 건 리얼리티였다. 자홍이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극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실사 촬영분과 CG를 결합한 장면이다. 관객이 영화에서 가장 처음 만나는 시퀀스이자 영화의 톤 앤드 매너를 결정하는 장면이라 완성도에 공을 많이 들였다.



최완호_ 실제로 촬영하기 어려운 장면이어서 CG로 작업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가장 처음 등장하는 주인공 얼굴이라 관객이 CG로 작업한 배우의 얼굴을 실제 배우처럼 받아들이는 게 관건이었다. 아티스트들이 차태현씨 얼굴을 스캔해 꽤 많은 공을 들여 작업한 것으로 알고 있다.



진종현_ 자홍이 떨어지는 장면은 디지털 캐릭터로 작업했다. 동료 소방관이 밧줄에 매달린 자홍을 구하려는 장면은 실사로 찍었고, 배경은 디지털로 작업했다.



-초군문 시퀀스는 망자들의 끝없는 행렬로 스펙터클하던데.



진종현_ R&D팀이 공간을 설계했다. ZENV 솔루션이 바위, 산, 지형, 풀, 돌을 만들어냈다. <미스터 고> 때부터 쭉 활용해온 군중 제작 시스템으로 어마어마한 분량의 인물들을 만들어 채웠다. 최 슈퍼바이저가 요르단에서 찍은 소스들이 훌륭한 레퍼런스로 쓰였다.



최완호_ <미스터 고> 때 감독님이 보조출연자들을 모으는 걸 굉장히 꺼려해 전부 CG로 채우라고 하셨다. (일동 폭소) 그때 썼던 군중 제작 시스템을 <신과 함께>에 시도한 거다. R&D를 하면서 좋은 건 프로젝트를 거듭할 때마다 노하우나 데이터가 계속 쌓인다는 사실이다.



진종현_ 이 시퀀스에서 관건은 많은 망자들이 걸어가는 스펙터클과 해가 넘어가기 직전의 라이팅(조명)이다. 해가 넘어가기 직전 망자들이 걸어가는 광활한 공간을 보여주는 데 집중했다. 조명과 관련된 아이디어는 자연에서 착안해 설정했다. 저승이라고 해서 새롭게 해석하거나 꾸미려는 의도는 없었다.



-망자들이 용암이 들끓는 불구덩이에 들어가는 화탕영도는 제철소 이미지가 떠오르던데.



진종현_ FX팀은 눈이 날리거나 폭발이 일어나는 효과를 작업하는 팀이다. 고난도에다 오랜 시간이 걸리는 작업인데 이 시퀀스에서 불 이미지는 실제로 찍은 불 소스를 많이 활용했다.



그림②

그림②

-앞에서 짧게 언급한 검수림 시퀀스도 고난도의 작업이라고 들었는데.(그림②)



진종현_ ZENV 솔루션으로 칼날로 된 잎부터 나무 기둥과 풀까지 숲 전체를 구현해냈다.



최완호_ 숲 공간이 매우 넓었다.



진종현_ 맞다. 공간이 넓고 나무 하나하나에 데이터가 너무 방대했다.



그림③

그림③

-나태지옥의 삼도천은 물 CG가 들어가는 시퀀스라는 점에서 쉽지 않았을 것 같다.(그림③)



진종현_ 폭포와 물이 나오는 공간이라 이것도 고난도 작업이었다. 사람이나 사물을 CG로 작업하면 애니메이터들이 통제를 할 수 있는 반면, 물 CG는 통제하기 힘들다.



최완호_ 물 CG를 처음 했다면 작업 시간이 오래 걸렸을 텐데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을 통해 바다와 물 VFX 기술과 노하우가 많이 쌓여서 처음 할 때보다 수월하게 할 수 있었다.



진종현_ 수조 안에 목선을 띄워놓고, 배우들이 목선 위에서 연기했다. 수조에 목선의 움직임을 통제하는 장치가 따로 있었고. 목선의 움직임에 맞게 배우들이 진짜 바다 위에 있는 것처럼 실감나게 연기를 해주었다.



-한빙협곡의 빙하는 어떻게 작업했나.



최완호_ 검수림 시퀀스처럼 ZENV 솔루션으로 얼음 하나하나를 만들어 배치하는 방식으로 작업했다.



진종현_ 아티스트들이 협곡, 얼음 블록, 빙벽 같은 풍경 하나하나 디자인해 만든 것들을 R&D팀의 ZENV 솔루션으로 배치했다.



그림④

그림④

-폭력지옥, 그러니까 진공심혈은 중력이 없는 동굴 같은 공간인데 독특하더라.(그림④)



진종현_ 실제로 그런 공간이 존재하지 않아 레퍼런스를 찾는 게 힘들었다. 베트남에 있는 큰 동굴을 찾아보기도 했고, 영화 <생텀>(2010)에 나오는 동굴들의 질감, 색감, 빛이 들어오는 방향 정도를 참고했다. 그외에 돌 디자인은 감독님과 논의했다.



-촬영감독과의 협업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됐나. 배우들이나 촬영감독이 그린매트를 앞에 두고 작업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진종현_ 촬영할 때 그린매트 안에서 나중에 합성될 공간 이미지를 확인할 수 있게 했다. 감독님과 배우들이 그걸 보고 완성된 이미지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목적이다.



최완호_ 덱스터의 경우, R&D가 아직까지는 촬영 단계에 관여하지 않는다. 과거에는 VFX가 후반작업 공정인데 임무가 점점 늘어나면서 기획 단계에서부터 관여하게 됐고, 촬영현장에서 과거에 비해 VFX팀과 더 많은 협의를 해야 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이처럼 최근 할리우드 스튜디오들은 R&D가 촬영 단계에서 후반작업과 관련된 업무를 논의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는 추세다. 우리도 감독님의 다음 작품에서는 이런 방향으로 시도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가 된다.



-2018년 개봉할 <신과 함께> 2부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무엇인가.



진종현_ 마동석 선배가 출연하면서 소소하고 아기자기한 장면들이 많아졌다. 저승의 경우 전편과 같은 공간이지만 표현이 좀더 극대화되고, 좀더 혹독한 장면이 나올 거다. 제작진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이같은 완성도를 내지 못했을 것이다.



최완호_ 시나리오대로만 나온다면 마동석 배우의 인생작이 될 것 같다. 2부 또한 나나 회사 입장에서 반드시 잘해내야 하는 프로젝트다. CG가 많이 투입된 한국영화에서 잘된 영화들이 거의 없었다. 흥행이 잘 안 되다보니 이 장르에 대한 투자가 잘 안 되었다. <미스터 고>도 똑같은 결과가 나왔지만 <신과 함께>만큼은 이같은 악순환의 고리를 끊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