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타]
<비밥바룰라> 박인환 - 경험을 나누는 지혜로운 방법
2018-01-16
글 : 이화정

박인환은 <비밥바룰라>의 행동대장 영환을 연기한다. 말수가 적고 내성적이지만, 그는 친구들을 소환해 뭐든 해보자고 종용한다. 함께 살 집을 사서 수리를 하는 것도, 오래전 연락이 끊긴 선배를 찾아나선 것도 그의 결단에서 비롯된다. 올해로 연기생활 52년 공력을 가진 대한민국 대표 배우. 그는 세대 개념 없이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함께 즐길 수 있는 가족영화가 지금보다 많이 만들어지기를 꿈꾼다. 주연으로 나서는 게 영 쑥스럽다면서도, 그 책임감에 있어서만큼은 확고하다.

-<비밥바룰라>에 가장 먼저 캐스팅됐고, 시나리오에 의견도 많이 반영한 걸로 알고 있다.

=이 작품은 노인 문제, 우리의 이야기라 쉽게 다가오더라. 작가와 만나 술 마시면서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노인 문제를 아프게, 슬프게만 표현하지 말고 지혜롭게 보여주자. 이런저런 내 경험담을 반영했다.

-늘 ‘선생님’으로 호칭되는 현장과 달리 이번엔 신구, 임현식, 윤덕용 등 동년배 배우들과 호흡을 맞추어서 더 뜻깊었겠다.

=선배들이 줄줄줄 있던 때가 있었는데 이제는 내가 현장에서 제일 나이가 많은 쪽이다. 그래서 책임감도 크다. 그런데 이번엔 참 편하더라. 모두 드라마로도 몇번씩 만나본 배우들이고, 별 이야기를 할 필요 없이 서로 호흡이 잘 맞았다. 경북 영양에서 한달간 있었는데 백암온천도 가고, 주왕산도 가고, 문화의 집 가서 개봉영화들도 몰아서 보고 그랬다. 현장에서 우리끼리 사는 이야기를 나누며 그렇게 지냈다.

-52년차 연기 공력에도 여전히 배우는 선택받는 직업이고, 매번 새로운 배역을 공부해야 한다. 그래서 어려운 일이자 흥분되는 일이기도 할 테다.

=사람들이 그런다. 배우는 정년퇴직이 없으니 부럽다고. 그런데 배우는 선택되어지는 사람들이다. 외모부터 성격까지 늘 평가받고 소문나는 일이 때로는 도마 위의 생선이 된 것 같아 서글프기도 하다. 배우를 하면 누구나 일을 그만둘까 갈등하는 시절을 겪는다. 나도 ‘요즘 뭐 하냐, 안 보이더라’, ‘그렇게 안 풀리면 직업 바꿔라’ 이런 소리를 숱하게 들으면서 여기까지 왔다.

-연극 활동을 하다가, 브라운관에서 개성 있는 연기로 주목받았다. KBS 드라마 <왕룽일가> 이후 박인환이라는 이름을 확실히 각인시켰다.

=연극 무대에서 10년을 연기하다가 막상 TV로 가니까 카메라 울렁증이 있더라. 한번 대사가 안 되니 긴장해서 더 안 되고 그러니 죽고 싶었다. 그때 아내가 그러더라. “다른 배우들도 다 그 시절 겪지 않았을까요?” 정말이지 죽기 살기로 했다. 단역인데도, 집사람이 챙겨준 의상을 갖춰입고 눈에 띄려 노력했다.

-지금 돌아보면, 그 고생했던 시절들을 잘 버텨왔다 싶겠다.

=50년 넘게 연기를 했다. 결과론이지만 잘 선택했다 싶다. 과정은 힘들었지만, 딴 일을 했다면 뭘 했을까. 군 복무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장남이니 돈 벌겠다는 생각에 경영학과 편입을 하려 했다. 은행에서 일해야 겠다는 생각이었다. 연기하면서 돈이 안 되니 망원동 방 두개짜리에 살다가 방 하나, 급기야 지하로, 점점 가세가 기울었다. 그땐 주인집 전화를 빌려 쓸 때였는데, 섭외 전화가 꼭 밤늦게 와서 눈치보면서 전화받고 그랬다. 돈 벌고 제일 먼저 한 게 전화기 산 거였다.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오가며 연기하고 있고, 작품 선택의 폭도 넓다.

=차기작으로 <기묘한 가족>(감독 이민재)을 찍고 있다. 작품은 오는 대로 다 하려고 한다. 내가 100편 이상에 참여했는데, 한번도 똑같은 역할은 없다.

사진 영화사 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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