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밥바룰라>의 덕기는 오래전 가족과 친구들을 떠나 힘겹게 살아가는 인물이다. 노인들을 상대로 약을 파는 사기꾼들에게 붙들려 이도저도 못하는 신세에 처해 있던 덕기를 찾아낸 건 영환(박인환). 영환의 도움으로 소꿉친구들과 재회하고 가족들까지 만나게 된 덕기는 서서히 웃음을 찾아간다. 1969년 KBS 공채로 데뷔해 <전우> <용의 눈물> <명성황후> 등 드라마에 주로 얼굴을 비춘 윤덕용은 오랜만의 영화, 오랜만의 주연 기회에 그저 감사하다는 말로 행복을 표했다.
-근래엔 작품 활동이 뜸했다.
=젊을 땐 일이 많았는데 나이 먹으니까 방송국 사람들도 세대교체가 되고 그러면서 관계도 많이 끊어졌다. 그래서 많이 쉬었는데, 3년 전쯤 기독교영화 <신이 보낸 사람>(2014)에 출연했다. 그때 <비밥바룰라>의 제작자인 정유동 대표와 인연이 닿아 이번에도 함께하게 됐다.
-덕기가 아닌 나머지 세 캐릭터 중에 탐나는 역할은 없었나.
=마음을 비우니까 이런 작품도 하게 되고, 그저 감사한 마음으로 출연했지 다른 욕심은 없다. 다만 사람들이 나를 선하게 봐서 순한 할아버지, 좋은 할아버지 역을 주로해서 악역은 한번쯤 해보고 싶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내면이 악한 사람, 반전같은 악역에 도전해보고 싶다.
-같이 연기한 세 배우와 예전에도 인연이 있었나.
=임현식씨는 MBC 공채 탤런트여서 작품을 같이 안 해봤고, 박인환씨는 KBS 드라마 <왕룽일가>에서 함께했다. 신구 선배는 여러 번 만났다. 나이는 내가 어리지만 친구 역도 하고 내가 아버지 역도 하고. 드라마 <황희 정승>에서 신구 선배가 황희 정승을 했는데, 내가 황희 정승의 아버지 역을 했다. (웃음) KBS 공채 8기인데, 20대 말, 30대 초반부터 노역을 연기했다. 그땐 노역을 할 배우들이 없었다. 그래서 수염 달고 주름 그려서 노역을 했는데, 하다보니 내가 잘했는지 노역만 들어오더라. 그런데 계기가 있었다.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는데 그 작품이 아마 <마부>(1961)였던 것 같다. 원로배우 김승호씨가 영화에서 아버지 연기를 멋지게 하더라. 내 마음이 다 후련할 정도로. 그래서 방송국 들어갔을 때 아버지 역을 하고 싶다고 했다. 그게 시작이었다.
-노년의 삶과 죽음을 이야기하는 영화다보니 영화를 찍으면서 감회가 남달랐을 것 같다.
=이렇게 나이를 먹었지만 그래도 내가 늙었다는 생각, 죽음에 대한 생각은 하지 못하는 것 같다. 지금 살아 있으니까 항상 이대로 살 줄 아는 거지. 인간이 다 그런 것 같다. 하여간 사는 동안 열심히 즐겁게 살아야지 하는 생각을 한다.
-젊은 시절 못해본 것 중에 지금이라도 해보고 싶은 것,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면.
=지금은 욕심 내서 뭔가 하고 싶은 것은 없다. 젊었을 땐 시기, 질투도 많았는데 그게 다 스트레스더라. 스트레스 받으면 술을 마시게 되고 그러면 건강이 나빠지고, 악순환이다.
-며칠 전 제작보고회 무대에 섰고 곧 언론시사 기자회견도 가진다.
=이런 경험이 많이 낯설다. 살다보니 이런 스포트라이트도 받아보네 싶고. 인터넷에 내 기사와 사진이 떴다는데 나는 휴대폰으로 기사 검색 할 줄도 모른다. (웃음) 그저 나이 든 사람들이 영화를 보고 공감했으면 싶고, 젊은 사람들과도 영화를 통해 소통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