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기대작①] <조선명탐정: 흡혈괴마의 비밀> 김석윤 감독 - 오락물에는 오락의 연출 방식이 있다
2018-02-12
글 : 임수연 | 사진 : 오계옥 |
[설 연휴 기대작①] <조선명탐정: 흡혈괴마의 비밀> 김석윤 감독 - 오락물에는 오락의 연출 방식이 있다

정권이 두번 바뀌었지만, <조선명탐정>은 그대로다. 감독도, 배우도, 심지어 제작사, 투자·배급사, 홍보사까지 바뀌지 않고 어김없이 설 연휴에 돌아왔다. 이 시리즈를 모두 연출한 김석윤 감독은 평균 사람의 수배의 시간을 사는 것 같다. JTBC 제작1국(드라마) 국장이기도 한 그는 현장에서 매년 한편씩 연출도 하고 있다(2014년 <조선명탐정: 사라진 놉의 딸>, 2015년 드라마 <송곳>, 2016년 드라마 <이번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 “내가 원래 관리자 체질은 아니라서, 데스크에서 결재를 하다보면 촬영 끝나고 모텔방에서 소주잔 기울이던 게 참 그립다.” 영화 현장에 대한 애정을 드러낸 김석윤 감독을 만나, 시리즈를 이어온 힘의 근원 그리고 변화에 대해 들었다.



-같은 배우와 감독으로 3편까지 왔다. <장군의 아들> 시리즈 이후 처음 있는 일이라고. (웃음)



=1편인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2011) 당시 배우와 합을 맞추는 과정이 중반 이후까지도 계속됐다. 아무래도 나는 1~2번째 테이크 안에 빨리 오케이를 내리고, (김)명민씨나 (오)달수씨는 긴 호흡에 여러 번 찍는 분위기에 익숙했으니까. 서로 합이 잘 맞게 됐을 때쯤 촬영이 끝나더라. 그 이후 감독 편집본을 보여줬는데 배우들의 만족도가 상당히 높았다. 극장 개봉판은 추가 편집으로 아쉬움이 남는 면이 있지만 배우들과 약속한 대로 찍은 결과물에 대해서는 신뢰가 생겼던 거다. 그래서 암묵적으로 속편도 가능하겠다는 얘기가 개봉 이후에 나오기 시작했다. 배우와 감독의 요구도 있었지만 못지않게 스탭의 요구도 있었다. 스탭 구성도 전편과 거의 비슷하게 왔다. 예전 영화 보면 베트남 인질 잡으러 간다고, 지금은 구두 닦고 있는 등 다른 일을 하던 옛날 베테랑들이 모이는 얘기 같은 게 있지 않나. 우리 영화에서도 지금은 영화 그만두고 타투이스트 일을 하는 스탭이 다시 돌아와서 일하고 그랬다.



-3편까지 오면서 김명민과 오달수의 코미디 호흡도 더 진화했겠다.



=합이 맞는 것도 중요한데 그 가운데 디테일한 게 있다. 이번 편에서는 대사를 주고받는 완성도에 더해 여유에서 오는 디테일이 생기더라. 우리가 합이 맞는다는 자신감이 이미 있다 보니 예전의 긴장이 사라진 거다. 예를 들어 손가락에서 피가 나서 입에 넣는 장면은 잘못 찍히면 굉장히 밍밍할 수 있다. 두 배우의 여유와 디테일이 없었다면 지금 결과물처럼 재미있게 나오지 못했을 거다.



-중반에 <올드보이>(2003)를 패러디한 장면은 오달수라는 공통분모를 의도한 건가.



=물론. 사실 이번 편에서는 월영(김지원)쪽에 많은 역할이 부여되고 김민(김명민)과의 투숏도 많다보니, 서필(오달수) 단독으로 쳐야 하는 코미디가 부족했다. 어떻게든 서필을 살려야겠다는 생각에 이 캐릭터만 놓고 따로 회의를 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장도리 액션 얘기가 나온 거다. <올드보이>에서 이가 뽑히던 배우였으니 의미도 있을 거고, 본인도 좋아할거라며. 그런 코미디를 어디에 넣을까가 가장 중요한데, 주막 격투 신이 눈에 들어왔다. 이 신의 목표 몇 가지만 만족하면, 굳이 액션을 멋있게 할 필요도 없으니 거기에서 웃음을 주면 되겠더라.



-지금까지 필모그래피의 특징 중 하나가 서민들의 이야기를 다룬다는 거다. 시트콤 <올드미스 다이어리>(2004), <청담동 살아요>(2011)와 드라마 <송곳>은 물론 <조선명탐정>도 시리즈 전체에 걸쳐서 그 얘기를 한다. 무의식 속에 계속 자리한 테마일까.



=무의식 속에 그런 게 있긴 하다. 내가 옛날에 태어났다면 노비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일동 웃음) 예전에 시트콤에 집중했던 이유는, 소외된 계층의 소소한 이야기를 꾸릴 수 있는 유일한 장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콘텐츠 제작자 입장에서 볼 때 서민쪽의 이야기가 공감대가 더 넓다는 이유도 있었다. 사람들이 선망하는 대상은 대개 파괴력도 적고 유통기한이 더 짧다. 그렇게 보면 화려한 것보다는 서민의 이야기를 한다는 게 의도적인 내 작품 전체의 맥락이기는 하다.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 감독 편집판을 보면 정말 눈물난다. (웃음) 한 객주(한지민)와 아영이 동일인물이라는 점이 반전처럼 등장하지도 않고, 백성들의 이야기를 굉장히 많이 다뤘다.



<조선명탐정: 흡혈괴마의 비밀>

여성 캐릭터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이번 편의 특징 중 하나가 여성 캐릭터의 비중이 대폭 커졌다는 점이다.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의 아영(한지민)은 답답했던 시기를 몸으로 살았던 여성이다. 원작을 읽을 때도 그 인물에 너무 감정이입이 됐고, 멋있었다. 이후 <조선명탐정: 사라진 놉의 딸>에서는 거의 기계적으로 여성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두편을 하고 나니, 처음에는 나빠 보였던 여자가 알고보니 착한 사람이었다는 흐름을 계속 반복하고 있더라. 여자 캐릭터를 포지셔닝을 하는 게 쉽지 않다 싶었고, 확 바꿔야겠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시리즈를 이어가는 김민과 서필의 캐릭터를 조금이라도 더 보존하려면, 분산되어야 했다. 한증막에 혼자 들어가면 뜨겁지 않나. 여럿이 들어가야 그나마 버티지. 2편은 한증막에 김명민과 오달수만 있었고 조관우와 이연희는 옆에 있는 황토방에 들어간 거다. (웃음) 이번 편은 한증막 안에 셋은 넣어야 한다는 기술적인 선택이 필요했고, 그게 이왕이면 여성 캐릭터가 좋겠더라.



-사실 요즘 영화계에서 여배우가 할 만한 여성 캐릭터가 너무 적다는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는데, 감독님 말을 듣고 있자니 이런 생각이 든다. 사명감이 아니라도 충분한 당위가 생길 부분인데 왜 안 하지 싶다. (웃음)



=그렇게 접근하면 당연히 맞는데, 지금 세상이 약간 과도기 같다. 이조차도 거쳐야 할 단계라고 봐서 어느 쪽도 욕하고 싶지는 않다. 예전 시트콤하던 시절에 여자 캐릭터 위주의 작품을 만든 것도 기술적인 이유가 있었다. 그때 시트콤은 오지명, 박영규 등의 남자 캐릭터들이 인기몰이를 했다. 틈새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일부러 <달려라 울엄마>(2003), <올드미스 다이어리>에서 여성 캐릭터를 내세웠다. 실제 누나들 치하에서 내가 산 것도 있고(웃음), 작가진 중에서도 여자가 더 많았다.



-사실 이번 영화를 보면서, 여성 캐릭터를 다루는 태도가 나아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전 매력을 보여준다며 노골적으로 가슴골을 비추는 연출이나 여성의 외모를 비하하는 코미디 같은 게 이번 편에서 사라졌더라. 의식적으로 신경 쓴 결과인가.



=그런 건 고민하긴 했고, 그런 면에서 나아지긴 했다. 가령 1편에서 아영에 대한 묘사가 너무 뻔한 부분이 있어 반성한 것도 있다. 또한 코미디의 가장 원초적인 단계가 비하고, 비하의 대상 중 하나가 외모라서, 외모 비하를 코미디로 쓰는 분위기가 한국에 있지 않았나. <조선명탐정> 시리즈도 예전에 이런 걸 활용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시나리오 단계에서부터 비하 코미디를 하지 말자고 했다. 원래 김민과 서필이 결혼을 했다는 설정을 놓고 가려고 했는데, 이런 아이디어가 나왔다. 두 사람이 술을 먹고 오는 길에 “서방님!” 하며 여자 둘이 오는데, 한명은 아주 예쁘고 다른 한명은 박색이다. 그런데 관객의 예상을 깨고 박색인 쪽이 김민에게 오고, 그게 사실은 정략결혼의 결과였으며, 김민이 밤마다 부적을 쓰고 부인이 방에 못 들어오게 한다는 내용이었다. 누군가에게는 이게 재밌을 수 있다. 하지만 역시 걸리더라. 불쾌하니까 이런 거 하지 말자고 했다. 이제는 여성 외모 비하나 성 상품화 같은 건 웃자고 하는 선에서도 잘 안 나오는 얘기가 된 것 같다.



-캐스팅도 신선했다. 한지민, 이연희에 이어 이번 편의 주인공이 된 김지원 역시 영화판에서 익숙한 얼굴은 아니었으니까. 사실 세자 역의 현우와 검객 역의 김범도 좀 의외였고. 감독이 원래 방송국 소속이라 캐스팅 풀이 좀 열려있는 걸까.



=그냥 역할에 최적화된 사람을 뽑는데 그중에서 가장 인기 있는 사람을 캐스팅하는 거다. 다만 영화계에서는 티켓파워라고 하는, 그런 인기와 인지도에 대한 허용 폭이 상대적으로 넓은 것 같기는 하다. 김지원은 드라마 <쌈, 마이웨이>(2017) 전부터 캐스팅 얘기가 오갔던 배우다. 그리고 신인을 좀 빨리 보는 건 있다. 제작하는 사람들이 스타를 발굴해야지, 그럼 누가 하나. (웃음) 또 무언가 답보에 빠져서 잘 안 풀리는 사람들에게 기회를 열어주고 싶은 마음도 연출자에게는 있다.



-예능으로 시작한 감독이기에 가능한 독특한 제작 방식도 있을 것 같다. <올드미스 다이어리>를 함께했던 후배이자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를 연출한 신원호 PD가 예능 출신이라 예능 회의하듯 다같이 모여서 대본을 만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항간에 예능 드라마라고 하는 게 있는데 그게 예능 PD가 만들어서 그런 이름이 붙은 게 아니다. 예능 프로그램처럼 작가 협업 시스템으로 연출자와 함께 회의를 해서 대본을 만드는 것을 예능 드라마라고 하는 게 맞다. 시트콤은 원래 그래왔고, 드라마에 그 방식을 적용한 게 (신)원호다. 어떻게 보면 굉장히 발전적인 모델일 수 있다. 일종의 작가주의 영화나 드라마 같은 경우 다른 문제가 있을 수 있겠지만, 오락영화를 만들 때는 머리가 하나보다 둘이 있는 게 낫고 둘보다는 셋이 낫다. 2000년부터 시트콤을 연출했기 때문에 이런 협업을 많이 해왔다. <송곳> 같은 드라마도, <조선명탐정> 시리즈도 18년째 함께한 이남규 작가 그리고 다른 후배들과 같이 회의를 하며 대본을 만들었다. 회의에 나왔던 좋은 아이디어를 모아 메인 작가가 기본 줄기를 잡고 대본을 쓰면, 거기에 나도 각색을 해서 다시 넘겨주는 에스컬레이팅 과정을 거치는 거다. 한명의 아이디어가 아니라서 장점이 굉장히 많다. 산술적으로 머리가 여럿이라는 단순한 장점이 우선 있고, 여성의 대사를 좀더 쓸 수 있다거나 여성의 입장을 대변하는 최소한의 스크리닝을 할 수 있다.



<조선명탐정: 흡혈괴마의 비밀>

현장에서 하릴없이 기다리게 하는 게 싫다



-1편에서 카메라를 1대, 2편에서 2대, 3편에서 3대를 썼다. 여러 대의 카메라를 쓰는 것도 예능의 영향인가.



=한꺼번에 카메라를 배우에게 갖다대는 것은 보통 시트콤을 만들 때 쓰는 방식이다. 그렇게 한 호흡으로 연기를 담을 때 장점이 많다. 물론 조명이나 녹음까지 고려하면서 카메라를 여러 대 운영하는 것이 쉽지 않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이런 방식 덕에 발전되는 장점이 더 있을 거다.



-촬영도 굉장히 빨리 끝낸다고 들었다. 1편은 53회차, 2편은 44회차, 3편은 43회차 만에 다 찍었다. 이번 편은 제작비가 100억원대인데 총 3개월도 안 걸렸더라. 비슷한 규모의 다른 사극을 보면 대체로 반년에 걸쳐서, 한 장면 찍을 때 여러 번 테이크를 가며 찍는다. 3개월 안에 바짝 찍는 방식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



=개인 취향이고, 또 여러 번 찍는 게 적성에 안 맞는다. 개인적으로는 기술적 문제가 없는 테이크가 많이 있으면 과연 이중에서 하나를 선택할 수 있을까 싶기도 하다. 어떤 방식이 더 좋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을 거다. 다만 코미디 신은 반복해서 찍을수록 웃길 거라고 생각하고 의식하며 연기하게 돼서, 오히려 좋지 않은 것 같다. 그래서 배우들에게 리허설이라고 말한 후 레코딩을 한 적도 있다. 그런 연기가 더 자연스럽거든. 감정 신은 테이크를 많이 가면 잘 안 붙더라. 그래서 한꺼번에 배우에게 카메라 여러 대를 댔다. 또한 방송할 때부터 누군가가 하릴없이 기다리게 하는 것을 아주 싫어했다. (김)명민씨도 그런 얘기를 했다. 배우가 몸을 만들어오면 어깨가 식기 전에 현장에서 바로 찍어줘야 한다고. 그때 세팅을 하기 시작하거나 바꿔버리면 어깨가 식어버린다. 그래서 스탭들한테도, 배우들의 몸이 만들어졌을 때 바로 찍어주는 게 예의인 거 같다고 말한다.



-공들여서 세팅한 한대의 카메라로 여러 번 테이크를 가며 찍은 영화가 예술답고, <조선명탐정>처럼 촬영하는 건 영화답지 못하다고 비판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그런 의견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인정한다. 그런데 오락물은 당연히 오락적으로 찍어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하고, 그건 영상 문법부터 시작해서 만드는 방식이 다르다. 작품에서 보여주는 연기의 가장 정확한 구현을 위한 연출을 하는 거다. 재미를 가장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알면서도 날것으로 가야 하는 것들이 있다. 화면이 예쁘면 예쁠수록 코미디는 죽고, 콘티가 입체적일수록 사람들이 집중하지 못한다는 게 코미디의 철칙이다. 그래서 평면적인 콘티를 쓰니 촬영시간이 짧아지고, 표정 자체가 평범해 보여야 하기 때문에 플랫한 조명을 쓰니 조명 시간도 짧다. 오락 장르에서 멀티 캠을 쓰다보면 일부는 포기를 잘하는 것이 일종의 노하우가 되긴 하는데, 색보정 단계에서 최대한 살려낸다. 이번 편이 카메라 3~4대를 쓴 앵글인데, 후반작업을 하고 나면 카메라간에 차이가 거의 없어진다. 그러니 누구도 카메라를 여러 대 돌리기 때문에 날림 촬영이라고 단언할 수 없다고 본다.



-KBS 예능 PD로 시작해 지금은 JTBC 드라마국장이고, <조선명탐정> 시리즈를 이끌어온 흥행 감독이다. 이런 독특한 경력을 가진 사람이 봤을 때, 앞으로 영화산업은 어떻게 변할 것 같나.



=여전히 콘텐츠의 힘은 강하지만, 콘텐츠 힘의 근원은 지적재산권(IP)이 됐다. 이제는 IP 전쟁의 시대다. 원천 콘텐츠 확보 전쟁이 벌어진 후에는, 다양하게 확장된 결과물이 나올 거다. 이제는 영화면 영화, 드라마면 드라마만으로는 안 된다. NEW도 자회사를 통해 JTBC와 드라마쪽으로 업무협력 양해각서(MOU)를 맺는 등 영화 이외의 콘텐츠로 확장하고 있는데, 파이가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영화 외의 장르, 예능이나 다큐멘터리에도 관심을 갖는 분위기가 되지 않을까. 또한 글로벌을 지향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이 현재 모든 사람이 갖고 있는 철칙이다. 앞으로도 당연히 영화가 극장에서 상영되겠지만, 영화를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는 영화보다는 콘텐츠 제작이라는 좀더 원초적인 고민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예술이 아닌 산업의 관점에서 영화산업은 광의의 개념으로 넓어져야 한다. 결국 영화산업도 콘텐츠 시장의 한 부분이 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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