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SNS를 통해 <씨네21>의 필자로 활동했던 두 영화평론가의 과거 성추행 사건이 불거졌다. 두 평론가 모두 한국예술종합학교(이하 한예종) 영상원에서 강사로 재직하던 시절 일어난 사건이다. 한명은 김성욱 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램 디렉터로, 그는 지난 3월 7일 SNS를 통해 “이번 일에 책임을 지고 서울아트시네마와 관련된 모든 일에서 물러나겠다”는 입장표명을 했다. 사건은 2016년 개설된 ‘한예종 영상이론과 여성혐오 아카이빙’ 트위터 계정에 올라온 글에서 시작됐다. 피해자는 2014년의 종강 뒤풀이 자리에서 “해당 강사가 자신의 허벅지에 손을 올렸다”고 제보했다. 이후 그는 피해자의 요구에 따라 사과를 했다. 학교 관계자를 통해 피해자에게 개인 사과문을 전달했고, 당시 맡고 있던 강의의 수강생들에게도 사과했다. “저는 선생으로서 이 일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학교 관계자분에게 이후 수업을 하지 않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중략) 학생이 진술한 내용에 대해서는 저로서는 어떤 상황이었는지를 떠올리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학생이 용기를 내어 말한 경위서 내용을 믿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학생의 고통에 마음을 두어야 했고, 힘든 시간을 보냈을 학생에게 죄송한 마음을 사과문으로 전달했습니다. (중략) 저는 지금도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잘못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이후로도 학생이 원하는 내용이 있다면 그대로 책임을 다하겠습니다.” 그가 입장문에서 밝힌 내용이다. 한예종 강의를 자진해서 그만두었음에도 이 사건이 또다시 문제되고 있는 이유는 당시 사과 과정에서 나온 ‘일체의 대외활동을 하지 않겠다’는 발언 때문이다. 최근 그의 중앙대 출강 얘기가 나오자 ‘대외활동’에 대한 문제제기가 확산된 것이다. 한편에선 사건에 대한 응당한 처분을 받았다는 이야기도 있다. 한예종의 한 관계자는 “피해 학생이 원하는 방식의 사과가 이루어졌고 강의도 중단했다”면서 다소 “과잉”의 이중처벌은 조심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전하기도 했다.
또 다른 A평론가의 사건 역시 ‘한예종 영상이론과 여성혐오 아카이빙’에 제보가 올라왔다. 강사였던 A평론가가 강의 뒤풀이로 간 노래방에서 피해자에게 블루스를 추자고 했고 “블루스를 추면서 ‘섹시하다’는 등의 성희롱적 발언”을 했다는 것이다. 사과는 이루어졌으나 이후 비슷한 일이 한번 더 일어나면서 A평론가는 한예종에서의 강의를 그만두게 되었다. 학교 관계자를 통해 강의를 그만두게 된 사유가 제보 내용과 관련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공식입장을 요청했지만 마감을 앞둔 3월 8일 목요일 저녁까지 답변이 도착하지 않았음을 밝힌다. 그리고 당시 사건에 대해 A평론가는 <씨네21>과의 통화에서 인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그 일에 대해선 언급할 말이 없다”고 답변했다.
한편, <씨네21> 직원 B씨에 대한 성희롱 제보도 있었다. 외부 강의에서 그를 알게 되었다는 제보자는 과거 강의 뒤풀이 자리에서 있었던 성희롱 발언에 대해 문제제기를 해왔다. 이 제보에 대해 B씨는 “언급한 내용 중 사실관계가 다른 내용도 있어 당혹스럽다. 하지만 당시 의도와 달리 불쾌감을 느낀 점에 대해 죄송하게 생각하고 사과한다. 후속조치에 적극 따르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B씨는 이 사건을 공유하며 경영진에 알렸고, 진상조사와 함께 후속조치를 논의 중이다.
※3월9일에 작성한 위 기사가 나간 이후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영상원으로부터 김성욱 평론가 사건에 대한 당시 학과측 대응과 입장에 대한 답변을 받았다. 당시의 사과 과정을 살펴보면 “피해자는 해당 강사의 해촉보다 중요한 것은 가해자가 공식적으로 사과를 함으로써 하나의 선례를 만들어나가는 것”이기에 “사과문을 영상이론과 복도에 게시하라는 요구”를 했다. 학과는 “피해 학생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하면서도 “공신력 있는 제3의 기관에 상담을 의뢰하여 그 기관에서 제출한 리포트에 근거하여 사건을 해결하는 것이 어떻겠냐” 제안했고 “제3의 기관을 통한 공론화 과정을 원치 않았던 피해자는 공개 사과에서 개인 사과로 마무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무엇보다 학과측은 피해자에 대한 또 다른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다음과 같은 입장을 전했다. “김성욱 씨가 한예종 강의를 맡지 않으려고 했지만, 학과도 그에게 강의를 맡길 생각은 없었다. 보다 학과는 피해 학생의 보호를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있고, 이번 공론화 과정에서 피해 학생이 부각됨으로써 2차, 3차 가해가 발생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덧붙여 그가 ‘대외활동을 하지 않겠다’는 발언을 했는지에 대한 여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리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