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보고]
<원더스트럭> 릴리언 역의 줄리언 무어 - 무성영화 시대의 배우 역에 도전하다
2018-04-20
글 : 양지현 (뉴욕 통신원)
토드 헤인즈의 뉴욕을 향한 헌사
<원더스트럭>

-이번 영화에서 1인2역을 맡았다.

=어떤 배역을 맡더라도 캐릭터와 세계의 연결고리를 찾으려 한다. 캐릭터의 관점에 대해 이해하고 그 시각을 통해 세상을 볼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토드 헤인즈와 <세이프>(1995), <파 프롬 헤븐>(2002) 등에서 여러 차례 협업한 바 있는데, <원더스트럭>은 어땠나.

=누가 얼마 전에, 둘이 있으면 무슨 얘기 하느냐고 물어보더라. 우린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거의 안 한다. (웃음) 이젠 토드가 뭘 원하는지 그의 각본과 아이디어만 보아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오랫동안 같이 작업할 수 있었던 이유도 서로 세계관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무성영화 스타 릴리언을 연기하는데, 당신이 1920년대 배우였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 적 있나.

=물론이다. 외국 배우나 감독과 함께 작업할 때면 언어는 다르지만 비슷한 점이 많다는 것을 느낀다. 나라마다 문화에서 차이가 많이 난다고 하지만, 결국 사람들은 비슷하다. 아마 1920년대 배우도 지금과 크게 다르진 않았을 것 같다. (웃음)

-어린 로즈를 연기하는 밀리센트 시먼스와의 작업은 어땠나.

=이 영화가 데뷔작이라고 들었는데, 전혀 그런 느낌이 없었다. 밀리의 엄마가 토드에게 찍어 보낸 오디션 동영상을 통해 처음으로 밀리를 보았는데, 생동감이 느껴졌다.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 자신을 어떻게 카메라에 보여줘야 하는지 이미 알고 있는 듯했다. 배우들이란 결국 상대 배우와 연기 합이 맞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밀리와는 충분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녀는 타고난 연기자다.

-작품마다 캐릭터에 대한 조사를 많이 한다고 들었다. 이번 작품을 위해 어떤 준비 과정을 거쳤나.

=수화는 물론이고, 무성영화 배우를 연기하기 위해 대사 없이 움직임을 통해 감정을 표현하는 연습을 했다. 토드가 참고할 만한 작품들을 알려줘서 큰 도움이 됐다. 1970년대 배경의 두 번째 캐릭터를 위해서는 1977년 뉴욕시 정전 사태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참조했다. 2개월간 수화공부를 했고, 청각장애인 커뮤니티와 문화에 관한 서적을 읽었다. 직접 청각장애인들과 대화를 나누기도 했는데, 그들의 성장과정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들을 수 있었다.

-이번 작품 중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 있다면.

=1920년대의 로즈와 1970년대의 벤이 뉴욕에 처음으로 도착하는 장면이다. 아이들의 눈을 통해서 본 거대한 도시를 스크린으로 보다 보면 단순한 빌딩 숲이 아닌 또 다른 의미를 느끼게 된다. 토드가 작품에서 표현하는 것들은 단순히 아름다운 화면이 아니다. 그는 살아 있다는 것에 대한 의미를 인지하게 해준다. 영화의 본래 목적이 바로 그런 것 아니겠나?

-<원더스트럭>은 뉴욕에 보내는 러브레터 같다는 느낌도 든다. 당신에게 뉴욕이란.

=무한한 가능성? 원하는 무엇이든 가능한 곳? 뉴욕에는 다양한 문화와 경제가 공존한다. 무슨 일을 하든 사람들이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동시에 보금자리가 될 자신만의 커뮤니티를 찾을 수 있다. 나는 맨해튼에서 살고 있는데, 대도시라고 하지만 커뮤니티의 연대는 무척 견고하다.

-토드 헤인즈를 제외하고 감독 중 출연 제의를 받았을 때 시나리오를 읽지 않아도 승낙할 사람이 있는지.

=고 로버트 알트먼, 폴 토머스 앤더슨. 로버트 알트먼의 <세 여인>을 보면서 영화에 대한 모든 생각이 바뀌게 됐다. 영화에 대해 잘 알지 못할 때였지만, 도대체 어떤 사람이 이런 영화를 만들까라는 궁금증을 갖게 했다. 그 작품 때문에 영화를 하게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후 <숏컷>에 출연 제의를 받았을 때 누가 장난을 치는 줄 알았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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