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흔드는 연기란 특정 감정을 정확히 표현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공감어린 표현은 상대를 상상하고 배려하고 이해한 뒤에야 가능한 영역에 있다. 부산 종군위안부, 여자근로정신대 공식사죄 등 청구사건, 이른바 관부 재판을 소재로 한 <허스토리>는 잊을 수도 없고 잊어서도 안 되는 상처에 관한 이야기다. <허스토리>를 써내려간 다섯명의 배우는 연기에 관한 한 굳이 수식어를 보탤 필요 없는 베테랑들이지만 이번 영화에서 그야말로 심금을 울리는 연기를 선보인다. 이건 단순한 기교 바깥에 있는 영역이다. 표지 촬영을 위해 오랜만에 모인 김해숙, 김희애, 문숙, 예수정, 이용녀 다섯 배우를 보며 그 비밀을 살짝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서로를 살뜰히 챙기면서도 허물없다는 핑계로 함부로 대하지 않는 태도에서 진정한 배려와 애정이 묻어난다. 여기 그녀들의 아름다운 이야기, 따뜻한 진심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