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타]
<인랑> 강동원 - 의외의 모험을 즐긴다
2018-07-10
글 : 이화정
사진 : 최성열

강화복을 입은 인간병기. 오시이 마모루의 <인랑>(1999)을 실사로 구현한다고 할 때, 비주얼의 설득력은 절대적인 과제가 된다. 동시에 ‘무리한’ 시도일지도 모른다. 한국영화에서 위험부담이 큰 대작 SF의 옷을 입는다는 것은 꽤 만만찮은 작업이다. 하지만 강동원은 <검은 사제들>(2015)의 사제복을 몸에 맞게 일체화했던 것처럼, 다양한 장르를 통해 모험을 즐겼던 지금까지의 행보에서처럼, 30kg에 달하는 육중한 강화복을 입고 30 대 1의 액션에 뛰어든다. 강동원이라서 기대되는 그 세계로.

-영화화 발표는 꽤 오래전인데, 인고의 프로젝트가 됐다.

=2013년에 촬영 들어가려고 했으니 소집해제하고 출연한 첫 작품이었다. 5년 동안 준비했다. 마음으로. (웃음) 그동안 시나리오를 몇번을 받았는지 모르겠다. 시대배경도 50~60년대 설정도 있었고. 80년대는 물론 유신 정권 설정도 있었다. 제작 규모가 커서 들어가기 어려운 프로젝트였다.

-한국 SF 장르가 대중적으로 흥행에 취약해서 위험부담이 컸겠다.

=그런 두려움이나 압박이 있었다면 갑자기 시간이 멈추는 <가려진 시간>(2016) 같은 영화를 했겠나. (웃음) 그리고 <검은 사제들>처럼 악령을 쫓는 엑소시즘 이야기도 했다. <초능력자>(2010)에서 눈에서 레이저 뿜고 사람 조종하고 그런 것도 SF라 할 수 있지 않나.

-소녀를 학살하고 트라우마를 겪는 인간병기 임중경은 표정을 감추어야 하는, 온도를 짐작할 수 없는 인물이다. 어떻게 연기에 임했나.

=임중경은 큰 트라우마를 겪어 불안정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듬직한 인물이다. 모호하면 모호한 대로 그 지점을 살리려 했다. 초반에 감독님이 하신 말씀은, ‘섹시했으면 좋겠다’였다. 몇몇 할리우드 배우들을 보여주면서 이런 느낌이면 좋겠다고 하시더라.

-그게 누구였나.

=톰 하디 같은 배우들. 일단 알겠다고 했다. (웃음) 촬영 중반에 한번은 감독님이 옆에 앉더니 “넌 되게 차가운 사람인 거 같다”고 하시더라. 그런 이야기를 처음 들어봤다. 다들 날 알면 따뜻하다고 하는데. 속으로 ‘사람 잘못 보셨네’ 했다. (웃음) 좀더 온도를 끌어올리자는 의미로 말씀하신 것 같더라. 사실 초반엔 감독님과도 대화를 많이 안 했다. 감독님도 디렉션을 줘야 하는데 한동안 그게 없더라.

-김지운 감독을 그만큼 믿었다는 말로도 들린다.

=좋았던 건 촬영장에서 내 캐릭터만 생각할 수 있다는 거였다. 현장 경험이 적은 감독님과 일하면 대화가 많이 필요하고 아이디어도 요구받는 편이다. 그런 것이 배우의 역할이기도 하고. 그런데 감독님은 원하는 게 별로 없어서 편하고 의지가 되더라.

-<1987>(2017)의 특별출연도 그랬지만, 지금 강동원의 ‘선택’은 한 영화 제작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다.

=<1987>은 주연에게 개런티를 다 주면 제작환경이 어려워지게 될 거고, 투자도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래서 노개런티로 특별출연을 하겠다고 한 거다. <인랑>도 제작 규모가 커서 투자 상황이 쉽지 않았다. 영화는 엄청난 자본이 움직이는 산업이다. 비상업적인 영화라면 개린티를 낮춰야 하나, 생각도 하는데. 또 그렇다고 기준을 정하기도 모호하다. 요즘 그런 고민이 많다.

-의외의 선택을 즐기는 스타일이라, 충고도 많이 들었을 텐데.

=<그녀를 믿지 마세요>(2004)를 하려고 할 때 다들 만류하더라. 아 몰라. 내가 재밌으니 하겠다고 했다. 당시 대작에 밀려 극장도 못 잡고 그랬지만 손익분기점을 넘겼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시나리오를 보고 맘에 들면 했다. 항상 이러니, 이제는 다들 ‘얘는 자기가 좋으면 그냥 하는구나’ 하는 것 같다. 신인감독과 하는 것도 쉽지 않은 도전이기는 하지만 주저하지 않는다. 나는 비슷한 것, 잘되는 것만 하는데서 재미를 못 느낀다. 수치로만 결정하면 새로운 영화를 무서워서 어떻게 하겠나. 그래도 물론 나는 하겠지만.

-<콘 에어>(1997), <툼 레이더>(2001)를 연출한 사이먼 웨스트 감독이 연출하는 할리우드 재난영화 <쓰나미 LA>에 출연한다.

=지금은 회의도 많이 하고 내 아이디어도 많이 반영하고 있다. 다이얼로그 코치와 발음교정을 꾸준히 하고 있다. 촬영은 8월 말부터 한다. 한국 배우로서 잘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도 크다. 이제는 나도 38살이고, 중견이 되어가고 있다. 연기를 계속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도 요즘 부쩍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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