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랑> 김무열 -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기분
2018-07-10
글 : 김소미 | 사진 : 최성열 |
<인랑> 김무열 -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기분

<인랑>에서 김무열이 연기한 공안부 차장 한상우는 말끔한 외양을 하고 짐승처럼 포효한다. 멜로물의 주인공에 어울리는 부드럽고 다정한 이미지를 비틀면 <은교>(2012)와 <기억의 밤>(2017) 속의 서늘함이 새어나오는 배우에겐 더없이 제격인 역할이다. 대통령 직속의 새로운 경찰조직이자 공안부가 제거 대상으로 삼는 특기대 출신의 친구 임중경(강동원)에게 느끼는 두려움과 열등감은 한상우를 위력적인 괴물로 만든다. 그런데도 한상우를 악인이라 칭할 수 없는 것은 그에게서 돌이킬 수 없는 길에 들어선 인간의 연약함과 애잔함이 엿보이기 때문이다. <인랑>은 김무열에 의하면 “배우로서 다시 한번 틀을 깨고 나올 수 있었던” 작품이다. 데뷔 14년차, “점점 새로워지기가 어렵다”라고 말하는 김무열에게 파격과 도약의 기회를 준 <인랑>에 관해 물었다.



-공안부 차장을 젊은 배우가 연기해서 놀랐다. 야심가 한상우는 어떤 인물인가.



=한상우는 특기대 출신임에도 특기대와 날을 세우고 있는 공안부에 들어간 지 5년 만에 제1 차장 자리에 오른 사람이다. 감독님은 한상우에게 ‘옹심’이 있다고 표현하셨는데 나도 동의한다. 성공하려는 욕망은 물론 임중경에게 느끼는 콤플렉스 등 내면적으로 무척 복잡하게 얽힌 사람이다. 그래서 한상우를 한번도 악인이라 생각한 적이 없다. 심리적인 어지러움과 달리 한상우의 외양은 무척 완벽하게 재단돼 있다. 이번 영화에선 내내 2:8로 완벽하게 넘긴 머리를 하고, 몸에 딱 맞는 아주 빳빳한 가죽 코트를 입고 나온다.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기분이었다.



-한상우는 인간적으로 마음이 갈 수밖에 없는 캐릭터다. 특기대에서 얻은 트라우마 역시 그에게 더욱 잔인한 선택을 하게 만드는 것 같다.



=디테일을 말하긴 어렵지만 특기대에 속해 있을 때 ‘피의 금요일’이라 불리는 엄청난 사건을 임중경과 함께 겪었다. 그 당시 겪은 트라우마는 한상우를 움직이는 큰 힘이 되었다. 마침 장항준 감독님의 <기억의 밤> 때부터 심리학 공부를 조금씩 하고 있었던 것이 이번에도 도움이 됐다. 심리학 서적과 논문 등 학문적인 자료부터 조사를 시작했다. 군인들이 겪는 참상이 자세히 드러난 전쟁다큐멘터리들도 도움이 됐고. 국가정보기관에 있다가 은퇴한 분을 인터뷰하기도 했는데, 이야기를 시작할 때마다 잠시 뜸을 들이는 매우 신중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김지운 감독의 팬이었다고 들었는데, 직접 만나서 작업해보니 어땠나.



=<달콤한 인생>(2004) 속 ‘나한테 왜 그랬어요’를 열심히 따라하기도 했던 팬이고, <반칙왕>(2000)의 송강호, 김수로 선배 같은 연기를 꼭 해보고 싶단 생각은 배우라면 누구나 한번쯤 해봤을 거다. 김지운 감독님은 현장에 돌입해서도 끝까지 고민을 놓지 않으시더라. 촬영장의 분위기나 논의 내용에 따라 쪽대본이 나오기도 했다. 그런 치열한 모습에 더 신뢰를 갖게 됐다.



-제작보고회에서 격한 액션 장면의 아찔함에 대해 말하기도 했는데, 예전 인터뷰에선 그동안 주로 얻어맞는 쪽이라고 하지 않았나.



=맞다. <인랑>을 해보고 나서 차라리 맞는 쪽이 더 속편하다는 걸 알게 됐다. 처음엔 내가 직접 할 줄 몰랐던 액션 장면도 감독님 지시에 따라 몇번 하다보니 어느새 내가 다 소화하고 있더라. (웃음) 내가 다치는 쪽이면 오히려 상관이 없지만 이번엔 내가 강동원, 한효주 배우를 괴롭히는 쪽이니 특히 긴장이 됐다.



-이번 영화는 강동원 배우를 비롯해 감독과 배우들 모두 유독 조용한 사람들의 모임이었다고.



=어쩌다보니 나를 포함해 다들 말수가 적은 사람들뿐이었다. 말없이 서로 좋아해주고, 차분하게 배려해주는 현장 분위기여서 마음이 편했다.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건, 마지막 촬영을 끝내고 김지운 감독님이 다가오셔서 “다른 무엇보다도 거침없이 해줘서 참 좋았다”고 말씀해주셨던 순간이다. 이번 영화에서 한상우 캐릭터에 대해 감독님과 대화를 많이 나눴는데, 배우로서 캐릭터를 충분히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에도 감독님은 완전히 새롭고 깊은 지점을 건드려주셨다. 시야가 트이는 순간들이 몇번 있었다. 혹시나 그간 나도 모르게 편협하거나 오만해진 것은 아닐까 되돌아보게 됐다.



-현재 차기작도 준비 중인가.



=자세히 밝힐 순 없지만 다음 작품에선 몸을 아주 크게 키운, 근육질의 모습으로 나올 것 같다. 요새 아주 열심히 운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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