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야, 어제 아빠가 엄마(화분)를 밟았잖아. 그래서 나무 심으러 가는 거니까 씩씩하게!” 올해 10살이 된 배우 이우주를 향한 스탭들의 응원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쏟아져 나왔다. 지난 7월 8일 오후 송현석 감독의 단편영화 <식물인간> 3회차 촬영이 진행된 고양시 빛마루방송지원센터 인근 육교는 어른들과 어린이가 매 순간 소통하는 현장이었다. <식물인간>은 먼지가 가득한 회색빛 도시에서 식물과 대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소년 수현의 이야기를 그린다. 그만큼 아역배우의 역할이 중요한 작품인데, 감독에 따르면 이우주는 오디션 당시 식물과 이야기하는 연기를 가장 자연스럽게 해낸 배우였다고. 이날 육교 밑의 풀을 헤치고 걸어가는 장면은 즉흥적으로 제안된 것이었는데도 이 배우는 ‘레인보맛 구슬 아이스크림’을 먹을 수 있다는 스탭들의 말에 씩씩하게 연기를 소화해냈다.
고양시 아름누리 인근 숲에서 이어진 촬영은 <식물인간>의 감성을 대표하는 중요한 신이다. 숲에서 깨어난 수현이 눈을 비비고 일어나 자신이 심었던 화분을 쳐다본다. 감정 연기는 물론 숲속에 숨어 있을지 모르는 벌레와도 싸워야 하는 만만치 않은 장면이었다. 화면 테스트를 위해 예비군 군복을 바닥에 깔고 누운 스탭이 이런저런 각도로 포즈를 취하자, 배우 이우주가 “그냥 빨리 찍겠다”며 용기를 냈다. 하지만 낯선 곳에 몸을 온전히 맡기는 것은 성인배우에게도 결코 쉽지 않다. 겁을 먹은 배우가 편한 마음으로 연기에 임할 수 있도록 송현석 감독이 그의 옆에 따라 누워 팔베개를 해주고, 이 모습이 <씨네21>에 실리면 포털 사이트에서도 검색된다며 주변에서 거들자 배우도 연기에 몰입하기 시작했다. 우여곡절 끝에 촬영을 마친 <식물인간>은 오는 20일 후반작업이 끝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