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타]
<해피 투게더> 박성웅·최로운 - 연습이 완벽을 만든다
2018-11-06
글 : 송경원
사진 : 오계옥
최로운, 박성웅(왼쪽부터).

“걱정 마세요. 100가지 포즈가 준비되어 있어요.” 박성웅 배우가 호언장담한다. 촬영이 시작되자 굳이 동작을 지정해줄 것도 없이 척 하면 척이다. 그것도 혼자가 아니라 둘이서 함께. 아빠의 구호를 외치면 아들이 함께 포즈를 취하는데 말 한마디 나누지 않아도 물 흐르듯 자연스럽다. 영화 <해피 투게더>에서 아버지 강석진 역을 맡은 박성웅과 아들 하늘 역을 맡은 최로운은 스크린 바깥에서도 진짜 아들과 아버지처럼 살갑다. “하늘 역의 아역배우가 몇명 있었는데 로운이를 보자마자 ‘저 친구’라고 생각하고 연출부에 강력하게 요구했다. 연기를 기능적으로 잘한다, 못한다, 라는 문제가 아니라 작품과 캐릭터에 착 달라붙는 에너지가 느껴졌다.” 박성웅은 현장에서 직접 연기 호흡을 맞춰본 후 자신의 직감이 틀리지 않았음을 새삼 확인했다고 말했다. “사실 호흡을 맞추고 말고 할 것도 없었다. 우리는 아들과 아빠를 연기한 게 아니라 촬영 내내 진짜 아들과 아빠가 되었다.”

비슷한 또래의 아들을 키우고 있는 박성웅에게 <해피 투게더> 현장은 자연스러운 자신의 모습을 가장 솔직하게 보여주는 색다른 경험이기도 했다. 그는 올해만 <공작> <물괴> <안시성>까지 3편의 영화에서 활약하며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낸 만큼 약간의 피로감을 느끼고 있는 듯 보였다. 그 와중에 쉼표처럼 찾아온 <해피 투게더>는 어쩌면 자연인 박성웅에 가장 가까운 얼굴을 선보인다. “강석진은 한없이 착한 아빠다. 사랑하는 아들을 제대로 키우기 위해 음악에 대한 자신의 꿈을 잠시 접고 무엇이든 할 준비가 되어 있는 남자인데, 대한민국 모든 아빠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특별한 것 같지만 남 일 같지 않은 사연. 그게 이 영화의 공감 포인트다.” <해피 투게더>는 한때 스타를 꿈꿨던 색소폰 연주자가 아들을 홀로 키우며 현실에 집중하는 과정을 따라간다. 보편타당한 감성을 건드리기 때문에 특별히 계산된 연기를 할 필요가 없었다는 박성웅 배우가 어려움을 느낀 유일한 지점은 다름 아닌 색소폰 연기였다. “음악을 사랑하는 색소폰 연주자 역할이었던 만큼 자연스러운 표현을 위해 다른 영화 현장에서도 틈틈이 색소폰 연습을 하며 몸에 익혔다. 처음 불어본 건데 바로 소리가 나서 현장에서 천재라고 너스레를 떨었는데 로운이가 부는 걸 보고 바로 겸손해졌다. (웃음)”

최로운 배우가 맡은 하늘은 뒤늦게 음악의 재능을 꽃피우는 음악 신동이다. 배역을 제대로 소화하기 위해 최로운 역시 악기를 몸에서 떼지 않았고, 그 결과 자연스러운 연주 동작을 표현할 수 있었다. 박성웅과 최로운, 아니 아빠와 아들이 배우로서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도 이 지점이다. 최로운은 “아빠(박성웅)가 편안하게 이끌어주셔서 함께 있을 때가 제일 편했다”며 1년 전 현장을 떠올렸다. 그렇다고 딱히 연기에 대한 조언을 보탠 것도 아니다. 현장에서 자연스럽게 주고받는 대화가 곧 장면의 분위기가 되는 건 숱한 드라마에 출연하며 짧지 않은 연기 경력을 쌓아온 배우 최로운에게도 새로운 경험이었다. “드라마는 짧은 시간 안에 정해진 분량을 소화해야 하기 때문에 바쁘게 돌아가는데, 영화는 내가 뭔가를 하려고 하면 모두가 나에게 집중한다. 처음에는 그게 부담도 됐는데 박성웅 아빠를 비롯해서 눈앞에 있는 상대역에 집중하다보면 그런 것도 사라진다. 그 순간들이 재미있었다.” 지난해 촬영이 끝났지만 여전히 박성웅 배우에게 아빠라고 부르는 모습에서 연기 이상의 끈끈한 믿음과 애정이 묻어났다. 박성웅 배우 역시 1년 사이 10cm 이상 훌쩍 커버린 ‘아들’ 최로운의 모습이 대견하고 신기한지 인터뷰 내내 아빠 미소로 최로운을 바라보았다. “<해피 투게더>는 꿈과 희망, 그리고 가족의 소중함을 되돌아보는 영화다. 제목처럼 함께 살아가는 세상의 따뜻함이 있다. 고되지 않은 촬영은 없다지만 그 와중에 무척 행복하고 즐거웠던 현장이었다. 그 온기가 관객에게도 전해지리라 확신한다.” 최로운 또한 영화에 대한 설명을 이어가는 ‘아빠’ 박성웅을 똘망한 눈망울로 올려다보고 있었다. 아빠와 아들, 두 배우가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 속에 쌀쌀해진 가을 날씨를 데울 영화의 온도가 묻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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