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이 친구처럼 보이게 찍어주시죠!” 사진 촬영 중 송새벽이 너스레를 떨며 말했다. 인터뷰 중 두 사람의 극중 관계는 ‘유사 부자’가 아니냐는 기자의 말에 “첫사랑에 실패했다 쳐도 그건 절대 아니다. 실제로는 16살 차이니까 그냥 삼촌이라고 해달라”며 웃던 그가 후배와의 거리를 더 좁혀본 것이다. 송새벽과 한상혁은 함께한 촬영 분량이 많지는 않았지만 서로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었다. “너 작곡도 하지?”라고 먼저 묻는 송새벽은 한상혁이 그룹 빅스의 멤버 혁으로서 쌓은 경력도 알고 있었다. 또한 “나같으면 촬영하면서 무척 긴장했을 텐데, 음악 하는 친구라 그런지 색소폰 부는 신을 굉장히 차분하게 연기하더라”며 후배를 향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지금 이 순간도 큰 스크린에서 보던 배우들을 실제로 보는 게 신기하다는 한상혁은 “(송)새벽 형님이랑 따로 술 마시면서 얘기도 많이 했는데 그때 선배님 표정 하나하나, 말씀하시는 거 하나하나가 영화의 한 장면 같더라”며 감탄했다.
<해피 투게더>의 영걸 역시 상대의 재능 때문에 인간적인 애정을 주기 시작한다. 송새벽이 연기하는 영걸은 관광 나이트클럽에서 하늘(최로운)의 아빠 석진(박성웅)의 일자리를 뺏는 ‘생계형’ 색소포니스트다. 초반에는 석진-하늘 부자에게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던 영걸은 어린 하늘이 아티스트로서 가진 능력을 발견한 이후에는 친아빠만큼 애정을 쏟는다. “살면서 이런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 명절 때 어쩌다가 한번 보는 삼촌보다 동네 형님과 누구보다 끈끈한 관계가 맺어질 때가 있다. 나도 연기를 하면서 친인척 가운데 어떤 분보다는 학교에서 가깝게 지내던 선배가 먼저 떠오르더라. 누구라도 결국 영걸처럼 하늘을 대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해피 투게더>에서 가장 감정 진폭이 큰 영걸은 송새벽이 가진 복합적인 이미지를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예술 하려고 하는 양반”이라며 석진에게 훈수를 두던 영걸이 바람잡이 관객을 돈으로 고용했음이 밝혀지는 대목에서 보여주는 비굴한 표정이나, 처음 배를 타러 온 날 혼자 떨어져 앉아 복잡한 얼굴을 하던 신은 <해피 투게더>에서 연기적으로 가장 흥미로운 순간 중 하나다.
배우 경력만 따지면 2007년생 최로운의 경력이 더 길다고 짓궂게 말하자 “그렇습니까? (최)로운이 형님이 선배십니까?”라며 밝게 웃는 한상혁은 <해피 투게더>의 ‘스타성’을 책임진다. <잡아야 산다>(2015)에 이어 두 번째 영화 출연인 한상혁은 “성인이 된 하늘이 무대 위에 있을 때 여유로워 보였으면 해서” 감독의 눈에 들었다. 하지만 세계적인 색소포니스트로 성장한 청년 하늘은 무대에서 편해 보이는 것만으로 완성되는 캐릭터가 아니다. 2회차 촬영이라 아역 시절에 비해 분량은 적지만, 석진과 영걸로 대표되는 아버지 세대의 애정을 반영하는 상징성을 갖기 때문이다. 원래 피아노를 치기도 했고, 다양한 악기를 다뤄본 가수로서의 경험이 색소폰 연습에 도움이 된 까닭에 “연기적으로 욕심나는 다른 부분에 더 신경 쓸 수 있었다”고. “어린 하늘의 캐릭터를 참고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지만, 그 기간보다는 하늘이 큰 사건을 겪은 후 스스로 느끼고 생각했던 시간에 주목했다. 그게 청년 하늘 캐릭터를 만든 원천이었을 것 같다. 그래서 영화에 나오지 않는 일을 상상하면서 캐릭터를 연구했다.”
송새벽은 20살 때부터 무대 연기를 시작했고, 한상혁은 18살이 되던 해 아이돌 그룹 빅스의 멤버로 데뷔했다. 한동안 육아에 집중하며 작품 활동을 쉬었던 송새벽은 올해 드라마 <나의 아저씨>로 첫 브라운관 연기에 도전해 호평받았고, <해피 투게더>는 그가 따뜻한 가족 드라마에도 썩 어울린다는 것을 보여준다. 올해 첫 단독 팬미팅도 열었다는 한상혁은 박성웅·송새벽·권해효 등 쟁쟁한 선배들과 공연한 <해피 투게더>로 곧 관객을 만난다. 젊은 나이에 각각 연극과 아이돌 멤버로 경력을 시작한 두 사람에게 활동 영역이 한층 넓어진 2018년은 중요한 한해였다. <해피 투게더>에는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아서 팬으로 만드는 게 프로”라는 대사가 등장한다. 각자의 영역에서 프로페셔널한 자질을 보여줬던 그들의 새로운 챕터가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