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씨네21 추천도서 <100인의 배우, 우리 문학을 읽다>
2019-01-22
글 : 김송희 (자유기고가)
사진 : 백종헌
<100인의 배우, 우리 문학을 읽다> 나혜석 외 99명 지음 / 윤석화 외 102명 낭독 / 커뮤니케이션북스 펴냄

영화 <레이디 버드>의 엄마는 차에서 오디오북을 듣는다. 옆자리에 딸을 태우고 오디오북을 듣던 그녀는 청취에 몰입해 갑자기 눈물을 흘린다. 레이디 버드와 엄마가 함께 듣는 책은 존 스타인벡의 <분노의 포도>다. 한두번 들은 모양새가 아닌데도 엄마는 같은 문장에서 다시 감동한다. 대공황 시대 경제적으로 위태한 소설 속 주인공에 자기 삶을 대입하고 만 것이다. 그녀에게 오디오북은 일상의 BGM이 아니라 집중해서 듣는 독서 행위다. 실직한 남편 몫까지 가계를 책임지고, 야간 근무 후 가사까지 돌보는 고단한 삶에서 엄마가 유일하게 자기 자신을 위해 하는 일이 귀로 듣는 독서다. 책을 읽는 많은 방법 중 가장 편리한 방법이 누군가 읽어주는 것을 귀로 듣는 것이고, 낭독자가 또렷하거나 나긋한 목소리의 배우라면 듣기의 효율은 더욱 올라간다.

한국 단편소설 걸작을 배우들이 나누어 낭독한 <100인의 배우, 우리 문학을 읽다>는 EBS <책 읽어주는 라디오>로 방송되었던 오디오북이다. 낭독을 맡은 103명의 배우의 면면은 폭넓은데, 주로 연극 무대를 중심으로 활동했던 배우들인지라 가끔 낭독에서 독백의 연기톤이 묻어난다. 한국 근현대소설 중 중단편소설이 주로 채택되었고 매 작품 작가와 작품 소개로 낭독을 시작하기 때문에 모르는 작품일지라도 어렵지 않게 청취에 몰입할 수 있다. 배우들마다 작품을 읽는 방식이 다른 점도 청취에 재미를 더한다. 최민식 배우가 이범선 작가의 <오발탄>을 낭독하다 극중 대사를 연기할 때는 갑자기 영화 한편을 보는 듯한 착각이 든다. 문소리 배우는 송기숙 작가의 <몽기미 풍경>을 반듯하고 명료한 발음으로 전달한다. 전편이 낭독된 음원은 USB에 정리되어 있어 손쉽게 들을 수 있으며, 가이드북에는 작품 해설과 배우 소개 등이 수록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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