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느끼게 될 감정은 아마도 ‘부러움’일 것이다. 아니, 이렇게나 부지런하다니! 매일 책을 한권씩 읽고 심지어 그걸 매일 기록했어! 이 엄청난 생산력은 무엇인가! 그런데 우습게도 매일 책을 만지거나(저자 서효인과 박혜진은 편집자다), 읽거나 독서일기까지 썼던 저자들의 글에서 자주 언급되는 감정도 ‘부러움’이다. 이들은 명민하고 다정한 문장을 쓴 작가를 애정하거나, 좋은 기획을 한 편집자를 존경한다. 그리고 ‘나도 이런 책을 만들어 끝까지 가보고 싶다’고 다짐한다. 이 얼마나 곡진한 책 사랑인가. 어쩌면 우리는 나보다 조금 나은 누군가를 동경하기 위해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서효인, 박혜진은 민음사에 근무하는 편집자들이다. 이들은 조남주 작가의 <82년생 김지영>을 만들었다. 이들은 모두 문학 편집자이며, 서효인은 동시에 시인이고, 박혜진은 평론가다. 매일 읽는 것은 아무나 못하는 일이다. 그런데 그보다 더 어려운 일은 매일 읽은 독서를 기록하는 것이다. 그들의 부지런한 기록에 감탄하면서도, ‘대단한 서평’을 남겨보겠다는 강박이 없는 순수한 기록을 보고 ‘나도 해볼 수 있겠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들었다. 이 책은 책에 대한 책이다. 김현의 <걱정말고 다녀와>를 읽고 “김현은 어디든 가고 있는 것만 같아서 부럽다”고 쓴 서효인의 흠모, 잡지 <릿터>를 만들며 “잡지를 만들 때 가장 어려운 일이면서 가장 쉽게 범하는 잘못이 바로 선입견 통제”라고 쓴 박혜진의 깨달음. 이들은 책을 만지며 모두 어디론가 가고 있다. 그것은 앞이 되기도 하고 뒤나 옆이 되기도 한다. 책을 읽으며 실망하고, 만족하고, 슬펐다가 기운이 났다가 기뻤다가 짜릿하기도 한… 그 모든 마음의 움직임이 여기에 기록되어 있다. 쌓여가는 것은 읽을 것들이 아니라 생각이고 감정이다. 책의 왼쪽 페이지에는 서효인의 독서일기가, 오른쪽 페이지에는 박혜진의 독서일기가 실려 있다. 이들은 서로 다른 책을 읽고 기록했다.
끝까지 가보자
그런데 내 삶에 가까워지니까 이렇게 거부 반응이 인다. 좀처럼 설득되지 않고 자꾸 반발하고 싶은 마음만 생긴다. 반발은 독서의 힘이지. 일단 끝까지 가보자.(33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