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씨네21 추천도서 <환송대>
2019-01-22
글 : 이다혜
사진 : 백종헌
<환송대> 크리스 마커 지음 / 이윤영 옮김 / 문학과지성사 펴냄

한 남자가 있다. 그에게는 유년 시절 각인된 이미지가 하나 있다. 폭력적이었던 그 장면, 그 장면의 의미를 이해하는 여정이 영화 <환송대>의 내용이다. 그 사건이 벌어진 때는 제3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몇년 전. 장소는 오를리공항의 거대한 환송대였다. 사람들이 비명을 질렀고 한 사람의 몸이 쓰러졌다. 그 모습을 경악에 찬 몸짓으로 바라보는 여자가 있었다. 얼마 뒤, 파괴가 시작되었다. 파리는 폐허가 되었다.(이때 등장하는 폐허가 된 도시 사진은 파리가 이미 경험했던 과거의 세계대전에서 가져온 것이리라) 생존자들은 지하에 자리를 잡았고, 주인공은 포로가 되어 그곳에 갇혔는데, 어느 날 그는 시간을 통과하는 실험의 주인공으로 선정된다. 현재를 구하기 위해 그는 시간 속으로 떠나야 한다. 그는 과거 특정한 순간의 이미지에 집착하고 있어서 선정되었고, 고통스러운 과정 끝에 마침내 평화 시기의 장소들을 떠올리게 된다. 그리고 환송대 위에서 본 여자를 보게 된다. 1차 실험이 성공하자 그는 인류를 구할 수 있는 미래로 떠나게 된다. 과연 그가 집착했던 과거 환송대 위의 사건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SF장르의 팬이라면 익숙할, 그야말로 <인터스텔라>적 순간을 경험할 수 있는 작품이다. 영화가 주는 강렬함이, 책으로 옮긴 뒤에도 여전하다. 스틸 이미지로 구성한 영화는 같은 이미지로 구성된 책과 어떻게 같고 다른가? 캡션과 내레이션이라는 큰 시각/청각의 차이가 있고, 영화가 각 사진의 지속 시간을 다르게 하는 편집으로 긴장을 낳는다면(긴박한 사건이 일어날 때 사진은 빠르게 바뀐다) 책에서는 균등한 페이지 배분으로 훨씬 정적인 인상을 줄 수밖에 없다. 책 속의 한 문장. “평화로운 미래보다, 자기 유년 시절의 세계와 아마도 그를 기다리고 있을 여인을 되돌려달라고 요구했다.” 파국을 동반하는 희망. 수수께끼는 이렇게 풀린다.

그녀를 돌려주세요

“평화로운 미래보다, 자기 유년 시절의 세계와 아마도 그를 기다리고 있을 여인을 되돌려달라고 요구했다.”